어느 부부의 기구한 운명

이글아이12 작성일 07.11.09 0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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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남편은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갖은 부부입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두 사람의 동생이
모두 암이라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 시동생,
그러니까 제 남편의 남동생은 4년 전
악성뇌종양이 발병한지 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먼저 떠났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살난 딸아이를
덩그러니 남기고 말입니다.

제 남편은 유난히도 동생을 아끼고
아버지처럼 사랑했었습니다.

시아버님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셔서
아버지의 빈자리를 형이 대신해서 메워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는데 그 보람도 없이
허탈하게 너무도 아쉬운 서른 두 살의 나이에
짧은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많이 힘들어했고
저의 시댁은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침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시동생을 여읜 아픔보다
제가 짊어질 무거운 멍에 때문에
솔직히 힘겨웠었습니다.

매일같이 눈물로 나날을 보내시는 시어머니,
웃음을 잃어버린 남편,
나이 서른에 혼자된 동서와 어린 조카...
이 모든 것들이 제몫인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침통했습니다.

제 친정 여동생은 그 훨씬 전부터
암세포를 몸에 지니고 살았습니다.
두경부종양이라는 병 때문인데,
그 병은 다른 암과는 달리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죠.

착한 제부를 만나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 후에
병세가 갑자기 악화되어
지금은 진통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동생직업이 간호사인지라
자기 병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더 이상 현대의학으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진단도 이미 받은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도 절망하고 슬퍼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지방에 사는 동생 집에 가서
청소며 빨래며 잡다한 일들은
도와주고 어린 조카를 돌봐주다 오는 게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전부입니다.

동생 일로 맘 아파하는 저를 보면서
남편은 다독거립니다.

"그래도 당신은 동생이 아직
같은 하늘아래 함께 살아 있지 않아?
곁에 있을 때 더 잘 해 주라구..."
그런 남편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한없이 안된 생각이 듭니다.

며칠씩 제가 집을 비우고 동생 집에 가 있어도
싫은 내색 없이 오히려 더 잘 하라고
격려해주는 남편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우리 절대로 희망을 잃지 말고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자는 말도...

.

.

.


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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