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고독한 레이스인가.
주위에 몇사람이 있든... 그야말로 열명이 있든, 스무명이 있든,
말 그대로 그저 옆에 있을 뿐이다.
결코 서로 지탱해 주거나, 서로 도와줄 수 없다.
어쩔 도리없이 각자 한사람 한사람.
한사람 한사람의 레이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이 다리 뿐만이 아니다.
언제든지 사람은... 그 마음은
이 다리를 건너는 일행처럼 고립되어 있다.
마음은 이해받지 못하고... 전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때로는
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은
다만 이쪽에서 멋대로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 것처럼 상상하고 있을 뿐이지.
사실은 결국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리가 없다.
그것은... 부모든 친구 교사 누구든...
예외 없이 마찬가지다.
마음은 알 길이 없다.
마음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막다른 골목..미로.
때로 그본인조차 길을 잃고 출구를 잃어버리는 미궁을,
타인이 알 수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갈구하고 있다.
모두들... 이해를...애정을..찾고 있다.
찾고...찾고...끊임없이 찾지만...
결국 접근을 할 수가 없다.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아무도 타인의 마음의 핵심에 접근할 수가 없다.
세계에 57억의 인류가 있다면
57억의 고독이 있고,
그리고 그 모두가 그렇게 죽는다.
고독한 채로 사라져간다.
언제나... 하나의 길을 상상한다...
어둡고... 시계를 차단하는 짙은 안개속, 발치에 어렴풋이 보이는 한 줄기 길.
그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그 위를 간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허공에 무수한 빛이 있고, 모두들 느릿느릿 전진하고 있다.
전진하다가...
문득 아무 전조도 없이 그만 사라지곤 한다.
그때..
이해하게 된다.
직관적으로...
그런가... 그런 거였나...
이 길은 죽음으로 향하는 외길.
주위의 빛은, 사람... 내 마음에 결코 닿지 않는...
전세계의 사람... 57억의 인류...
이것이 이 상황이 바로 내가 있는 세계다.
모든 장식을 벗기면 그런 것이다.
천공을 걸어가는 한사람한사람.
57억의 고독...!
모든 사람에게 손은 닿지 않는다.
만질 수가 없다.
떨어져 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통신...
통신뿐...
어둠속을 끊임없이 교차하는, 말들...
반복되는 통신. 그 무한한 왕래.
불확실하고...
어쩐지 불안한 그 말들.
아무리 열심히 얘기를 해도,
그것으로 상대가 꼭 변할 거라곤 할 수 없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일방통행이다.
정말로 자신의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됐는지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회답이 있었다 하더라도, 어디까지 이해하고 회답하는 걸까...
아마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다.
통신은 통했다고 믿는 것,
전달은, 전하면 도달한다는 뜻이다.
그 이상을 바래선 안된다.
이해를 기대해선 안된다.
이해는 기대할 수 없다.
진정한 이해는 불가능하다.
그런 것을 기대했다간 그야말로 수렁에 빠져든다.
통신을 보내면 보낼수록,
초조함은 깊어지고 고독은 악화된다.
헛수고 뿐인 오해의 연속,인간 불신의 근원...
이해와는 거리가 먼 통신이지만,
그러나...
보내자.
있으니까...!
분명히 전해지는 것이... 하나 있으니까.
온도... 존재...! 살아있는 자의 숨결.
그런... 덧없는 점멸이 전해진다.
그저 저곳에 누군가 있는 것만으로... 구원되는 기분.
녀석이 눈앞에 없는 그 살벌한 풍경을 생각하면
지금... 앞에 보이는 그 존재는 그야말로 구원...!
희망 그 자체...!
희망은 꿈은... 인간과는 별개의 어떤 무엇,
다른곳에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이 바로 희망 그 자체.
내가 여기 있어...!
같은 괴로움...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
여기...! 여기에 있어...!
[출처] [도박묵시록 카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