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라는 이름의 민들레 홀씨

가자서 작성일 09.07.02 1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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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라는 이름의 민들레 홀씨  -펌-

 

 

#1 <프롤로그>

 

7월의 시골길을 걸어 갑니다.

천지간의 모든 만물이 푸르른 생명감으로 가득합니다.

울퉁 불퉁한 신작로 길을 따라

이렇게도 한가로운 시골길을 걸어 갑니다.

길 섶에는 수 많은 야생화들이 앞 다투어 피어 있습니다.

흰 색, 노랑 색, 그리고 빨강과 보랏 빛 등,

저마다의 고운 빛깔과 예쁜 자태를 뽐 내듯

흐드러지게 피어 난 들꽃들을

이리도 한가로운 시골길에서 마주 합니다.

그러다가 문득 어느 한 곳에 눈길을 보내 봅니다.

가녀린 줄기끝에 동그마하니 예쁜 모습을 한

하얀 민들레 홀씨를 바라 봅니다.

 

#2 <탄생>

 

지난 겨울, 꽁꽁 얼어 붙었던 그 땅 속에서도

모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잘도 견디어 준 민들레 뿌리였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성 스럽기까지 한 생명의 원천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나 혹독한 동토에서도

끈질긴 생명의 호흡을 가다듬던 민들레는

계절이 바뀌면서 얼었던 땅이 녹음에

그 단단하던 대지의 표피를 뚫고

연 녹색 가녀린 싹을 틔웠습니다.

 

#3 <성장>

 

땅 위의 세상은 아름다웠습니다.

푸른 하늘과,

그 아래로 불어오는 봄 바람은 싱그러웠습니다.

온갖 새들의 지저귐 따라 벌과 나비는 춤을 추었습니다.

민들레 어린 싹은 이리도 황홀한 세상을 바라봄에

그 겨울 혹독했던 시련을 잘도 참아 낸 자신의 인내에

무한 한 감사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

그리도 어렵사리 싹을 틔운 민들레에게

땅 위의 아름답기만 하던 세상은

때때로 사납고 무서운 모습으로

자신의 여리고 약한 몸뚱아리를 거세게 휘둘러 짓이겼습니다.

 

남녘에서 불어오는 빗기 머금은 거센 바람은

연약한 자신의 작은 몸뚱아리를 사납고 거칠게 흔들어 대었고,

온 세상을 집어 삼킬듯한 천둥의 굉음과

번쩍이는 번개 불빛을 따라

장대처럼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앞에서는

차라리 자신의 약한 몸뚱아리가

갈갈이 찢기워 지는듯한 아픔도 느꼈습니다.

 

너무도 큰 고통에

때로는 자신의 삶 자체를 포기하고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는 없었습니다.

주어진 자신의 삶에 감사하고,

주어진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저

민들레는 그 모진 세파에도 아랑곳 없이

꿋꿋이, 그리고 조용히 견뎌내고 있었습니다.

 

#4 <양육>

 

몇 차롄지 모를 혹독한 시련을 거치는 사이

민들레는 자신의 가지끝에 조그만 꽃을 피웠습니다.

어느 듯 민들레는,

조그맣지만

예쁘기 그지없는 꽃을 피울만큼 성숙되어 있었습니다.

 

민들레는,

자신의 몸에서 피어 난 꽃을 위하여 온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땅 속에 깊이 박힌 튼튼한 뿌리를 통하여

달콤하고 맛있는 영양분을 끊임없이 빨아 들이고,

그렇게 빨아올린 영양분은 아낌없이 꽃에게 먹였습니다.

꽃은 그렇게,

끝없이 올려주는 대궁이의 영양분을 받아 먹으며

무럭 무럭 자랄 수 있었습니다.

 

#5 <황혼>

 

수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민들레 대궁이도

흐르는 세월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 봅니다.

푸르고 싱싱하던 대궁이가

어느 듯 누르스름하게 물 들어 갑니다.

탄력있던 겉 껍질에도

드문 드문 깊은 주름이 보입니다.

 

민들레는 문득

자신의 가지끝에 매달렸던 꽃잎을 바라 봅니다.

그러나 어느샌가 그 예쁘던 꽃잎은 떨어지고,

꽃잎이 머물렀던 그 자리에는

하아얀 홀씨만이 동그마니 모여 있습니다.

민들레는 생각합니다.

지난 날 자신이 그러했듯이

이 홀씨들도

언젠가는 역시 그렇게 자신의 곁을 떠나 가겠지.

저들이 가고픈 곳,

저들이 원하는 새로운 삶을 찾아 

또 그렇게 떠나 가겠지.

 

#6  <이별의 서곡>

 

나뭇잎을 간지럽히는 바람이 불어 옵니다.

그 바람은 어디에서 오는지,

또한 어디메로 가는지조차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바람은 ....

나뭇잎 사이를 지나고 골짜기를 내려와 물을 건너서

어느 듯 민들레 홀씨에게도 찾아 왔습니다.

 

민들레 홀씨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 바람은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것을....

자신의 운명은 이 바람이 가는대로

이 바람을 따라

떠날 수 밖에 없도록 정해져 있다는것을....

 

한 평생을 자신만을 위하며 살아 준

대궁이와의 이별이 한 없이 슬플지라도,

오로지 자신만을 위하며 한 평생을 살아 준 대궁이 역시

자신과의 이별에 한 없이 슬픈 울음을 울 지라도,

 

자신은 이 바람을 따라,

어딘지 알수없는 미지의 땅을 찾아가기 위하여,

아프지만 모진 마음으로

대궁이와의 이별을 거부할 수 없다는것을 ....

 

#7 <이별, 그리고 희망>

 

다시 또 바람이 불어옵니다.

민들레 홀씨는 이 바람을 따르기로 결심을 합니다.

바람의 손길은 따뜻합니다.

바람의 품 속은 아늑합니다.

민들레 홀씨는 바람의 품 속에다

자신의 작은 몸을 가만히 맡겨 봅니다.

 

이제는 정말 대궁이를 떠나야 할 시간입니다.

자신의 몸에서 떠나 갈 준비를 하는 홀씨를 보며

대궁이는 여지껏 잡고있던 자신의 손에서 홀씨를 놓아줍니다.

이별은 슬프지만

그 또한 참아야만 합니다.

자신이 그토록이나 사랑했던 홀씨는,

그래서 자신의 온 생애를 다 바쳐 키워왔던 홀씨는,

그에게 다가올 새로운 미래의 삶과 희망을 찾아,

저 바람을 따라 떠나가야 함을

대궁이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민들레 홀씨는 대궁이와의 이별에 너무 서러워

대궁이를 다시 한번 보려 하지만

바람은 어느 새 하늘높이 먼 곳으로 날아 오릅니다.

홀씨는 바람을 타고 날아 갑니다.

어딘지 모를 미지의 땅을 찾아서,

새로운 자신을 가꾸어 나갈 무언지 모를,

아직은 정립조차 되지 아니한

또 다른 자신의 희망을 찾아서,

 

둥   둥   두둥실....

 

이미 늙어버린 가엾은 대궁이는

그런 홀씨를 하염없이 바라 봅니다.

바람이 가는대로,

바람을 따라,

바람과 함께 떠나가는,

자식이라는 이름의 민들레 홀씨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늙은 대궁이는 조용히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는 혼잣말처럼 중얼댑니다.

 

"그래, 가거라.

사랑하는 내 아가야 부디 잘 가거라."

 

눈을 감고 기도하는 늙은 대궁이의 야윈  어깨위로

 

'사르락 사르락'

 

한 움큼의 찬 이슬이

새벽 별빛을 따라 조용히 내려앉고 있습니다.

 

#8 <에필로그>

 

제게도 두개의 민들레 홀씨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하나는 이미 삼년전에

아버지라는 이름의 이 대궁이를 떠나 갔습니다.

어딘지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또 다른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새로운 희망의 땅을찾아....

 

이제 제게는 단 하나의 민들레 홀씨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 홀씨도 언젠가는 제 곁을 떠나겠지요.

자신의 미래를 찾아,

자신의 꿈을 좇아.

그다지 멀지 않은 장래에 말입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오래 전,

아버지라는 이름의 이 슬픈 대궁이를 떠날 준비가

이미 마쳐 졌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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