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펌-
옛말에 '집에 돈이 떨어지면 쌀독에 쌀도 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월말에 내야할 공과금이 많아 제가 벌어온 돈은 지출예약이 벌써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것만 신경쓰고 다른것에는 신경쓸 여력도 없었고요.
저의 직업은 대리기사입니다.
어제 일을 나가는데 마눌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마눌은 제가 자고 있는 시간에 일을 나갑니다.
큰책가방을 짊어지고 돌아다니는 일입니다.
자기들 끼리는 이일을 노가다라고 한답니다.
학습지교사...
"나 지금 아침도 안먹고 하루종일 돌아다녀 배고파..쌀 사놨어?"
"으...응..."
"배고프단 말이야..."
얼마전 마눌이 쌀이 떨어져 간다는 말을 한걸 저는 잊었습니다.
쌀이 떨어졌다는 말은 예전에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는데 지금 나에겐
궁핍의 단어 몸으로 느끼는 단어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둘러쳤습니다.
"응 쌀떨어진줄 몰랐어.지금 사서 밥을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니 오늘은 햇반으로 먹어,,,"
물론 거짓말입니다.
쌀 살돈이 없어서 그랬습니다.
손님에게줄 거스름돈 5천원과 천원짜리 다섯장이 제 전부 재산이었습니다.
그돈으로 슈퍼에 가서 햇반 2개를사 집에 다시 들어왔습니다.
저는 집에 있는 묵은 김치에 햄을 넣고 찌개를 끊였습니다.
식사준비를 다해놓고 마눌에게 전화했습니다.
"밥하면 시간 걸리니 오늘은 햇반먹고 찌개 끊여났으니 같이먹어.."
"아라써,,,"
마눌과 통화를 끝내고 일하러 다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어가는 내내 그랬습니다.
버스를 타고 의자에 앉아 버스 유리창을 보았습니다.
내눈은 벌써 젖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