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헤어진 애인을 우연히 만났을 때

킥오프넘 작성일 10.12.02 00: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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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옛날에 놀이공원 같은 데서 사회를 볼 때... 원래 그 놀이 공원에서 사회를 보면 인정을 받는 곳이 였어여..

 

레크레이션 강사로서.....


옛날 여자 친구랑 같이 있다가


"오빠는 언제 이런 곳에서 사회를 볼래?"


"어휴, 그러게 말이다."

그러다가 그 여자랑 헤어졌어요.

그 후 2년인가 3년인가 지났는데 제가 그 놀이 공원에서 사회를 보게 됐어요.


단계, 단계를 밟아서....

그 때 사회시간이 6시 반인가 그랬는데... 이상하게 하루는 좀 일찍 갔어요..4시 반인가..

가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앞에 이렇게.... 되게 이상한 느낌이 드는 날이 있어요.


마치 작두 위에 있는 느낌이 드는 날이 있어요. 서늘한 느낌이....

좀 되게 이상해서 고개를 딱 들었는데, 진짜 놀이 공원에 되게 사람이 많은데


거기만 핀 조명이 때려요. 진짜...정말... 거기만 때려요.. 진짜...

옆이 쫙 흐릿해요... 딴 사람은 뭐.. 그냥.. 이렇게.. 다니는데.. 그 사람 표정만 들어와요

그 때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해요..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남자에게는 좌심실, 우심실 외에 첫사랑을 담아놓는 심실이 또 하나 있어요.


이 심실이 뛰기 시작하는 거예요. 이 심실이.. 여기에서만... 미치는 거야..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이 앞쪽으로 지나가는데 발이 눈에 익어.. 발이 눈에 익어.


남자하고 같이 있는데.. 틀림없이 이건.....

그래서 그 사람이 가는 거 보고 바바바박 뛰어가서 마이크 잡고 무전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음향실로 연락했어요.

"저 팀장님 마이크 올려주세요."


"야, 임마 지금 4시 반이야.. 6시 반부터 행사 시작이야."


"빨리 올려주세요. 제가 3시간, 4시간 하면 될꺼 아니예요. 빨리 마이크 올려주세요. 제가 지금부터 할 테니까. 빨리....

 

무조건 마이크 올려주세요. 지금."

그래서 마이크를 올리고 나가서

"여러분 반갑습니다. 김제동입니다."

하고 인사를 딱 하는데, 저 뒤에서 저를 보는 게 얼핏 저는 느껴져요. 저 뒤에서....

그래서 거기서.... 물론 다른 때도 열심히 사회를 봤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열심히 사회를 봤어요.

'봐라.. 나 지금 여기서 사회를 보고 있다. 봐라.'


......


"왜, 일찍 해라 그랬니?? 관객도 별로 없는데..."

"제일 소중한 관객 한 명이 와 있었어요..."

- 김제동, 야심만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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