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한 우리 할머니

땡글이76 작성일 11.08.19 13:57:48
댓글 0조회 507추천 0
화통한 우리 할머니 저희 할머니는
목소리가 크고 시원한 성격이십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삼남매를 키우면서 억척스럽게 생활하셨죠.
여장부 같다는 말씀을 많이 들으시는 분입니다.

어제는 할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갔습니다.
그런데 한참 장 보다가 가방 안을 뒤져보신 할머니가
지갑이 없다고 놀라시는 게 아닙니까?
아무래도 지갑을 떨어뜨리신 모양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왔는데 할머니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습니다.
지갑을 주웠으니 찾아가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찍힌 번호가 일반 전화가 아니라
공중전화 번호였습니다.

"할머니.. 수상해요! 저랑 같이 나가요."

할머니와 함께 약속장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 앞에서 웬 할아버지가 걸어오십니다.
다리도 절고, 옷도 한 달은 안 빤 분 같습니다.
몇 걸음 앞에 그분이 오자 냄새가 진동합니다.

할머니는 빼앗듯이 그 분이 내미는
지갑을 열어서 내용물을 확인하시더군요.
돈이 전부 들어있었는지
굳어있던 할머니 얼굴이 풀렸습니다.

저는 저대로,
지갑이 탐났을 텐데 왜 굳이 여기까지 가지고 왔을까?
혹시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닐까
의심마저 들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그럼..' 이라고
한마디 남기고는 멀어져 가시는 게 아닙니까?

"아니, 이런 경우가 있나!"
갑자기 할머니는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치셨습니다.
전 조마조마했습니다.
혹시나 돈이 모자라다고 소리치시는 게 아닐까...

"지갑에 본인 돈을 넣으시면 어떡해요?
제 지갑에 돈을 더 넣어주시다니...
돌려 드릴 테니 가져가세요!!!"

- 형남정 (새벽편지 가족) -

2907.jpg

가난은 인간에게 불편 이상으로 커다란 상처를 줍니다.
이 때문에 스스로를 모욕해야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끝내 스스로의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아봅시다! -

땡글이76의 최근 게시물

좋은글터 인기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