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야님, '나이가 들어도 행복하다' -

별봉이 작성일 12.10.22 15: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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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좀 들었나 보다. 신체검사가 잦아진다.
고혈압이라고, 당뇨증세가 있다고, 심근경색기가 있다고.
점점 약 보따리가 늘어간다.
때로는 어떤 약을 먹었는지,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헷갈리고
어떤 때는 약을 하루에 두 차례나 먹기도 한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세상 밖으로 나가야 하나 보다.
분리수거처럼.
이유는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니까 말이다.

이럴 때는 다시 옛날로 나를 되돌려 보낸다.
길고 긴 필름을 되돌려 본다.
가난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마냥 그립기만 하다.
6남매가 조그만 쪽방에서 청하던 잠.
" 킥킥~ 쿡쿡~ 까르르~ "
베개가 여기저기로 날아다니고
다듬어 지지 않은 웃음들이 피아노 건반처럼 옮겨 다니던 유년.
아 그때가 그립다.

그러고 보면 늙어가는 맛도 제법 있다.
옛날 필름들을 돌려보는 재미는 물론 그것으로 행복을 느끼니 말이다.
늙음은 가끔 쓸쓸해도 이렇게 웃으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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