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손님

온리원럽 작성일 13.03.24 22:2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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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 아동복 가게에 허름한 옷차림을 한 아주머니가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오셨다.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데 아주머니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 같았다.

“우리 딸이에요. 예쁜 티셔츠 하나 주세요.” “네~. 늦둥이인가 봐요.”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아이에게 맘에 드는 걸로 골라 보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아무 거나 괜찮아요. 엄마가 골라 주시면 다 좋아요.” 했다.

투정한 마디 없는 대화에서 사랑이 넘쳤다.

요즘 아이들은 옷을 고르면서도 탐탁해하지 않고 까다롭게 구는데……. 참 착하다고 생각했다.

아주머니는 만 원짜리 티셔츠를 사 가지고 나가셨다.

그런데 얼마 뒤 아이가 옷을 들고 와서 “저, 정말 죄송한데요. 돈으로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약간의 불쾌감을 드러내며 “왜 엄마가 사 주신 걸 돈으로 바꾸니?

환불해 주었다가 엄마한테 혼나면 어떡해? 엄마 모시고 오면 돈으로 돌려줄게.” 라고 했다.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사실은 엄마가 시장 좌판에서 야채를 파는데 한 뭉치에 천 원 받으세요.

하루 종일 팔아도 만 원 못 버실 때도 있는데 너무 비싼 옷을 산 것 같아 도저히 못 입겠어요.

아까는 다른 손님이 있어서 차마 거절할 수 없었어요. 저는 아직 옷이 많으니 빨아 입으면 돼요.

엄마한테 미안해서 못 입겠어요. 내년에 꼭 팔아 드릴게요.” 순간 코끝이 찡해오면서 불쾌해한 게 미안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그토록 큰 사랑을 가져온 아이가 예뻐서

“그래. 만 원은 엄마 드리고 이 옷은 아줌마가 선물로 줄게.” 라며 옷 봉지에 청바지를 더 넣어 극구 뿌리치는

아이 손에 쥐여 주었다. 그러고는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하며 등 떠밀어 보냈다. 착한 아이 때문일까? 그날 가게에 오시는 손님이 모두 좋아 보여 서비스를 팍팍 주었다.

다음 날, 아주머니가 봉지마다 나물을 가득 담아 와서는 “우리 아이가 뭘 사 주면 꼭 그런다오.” 라며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셨다. “착한 딸 두어서 좋으시겠어요. 부러워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고생하며 일하는 보람이 있다오. 이 집도 복 받을 거요. 돈 많이 벌어요.

” 하고 웃으며 나가셨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 아이가 가게에 들어왔다.

“아줌마, 저 예쁘죠?” 내가 선물한 옷을 입고 인사하러 왔단다.

얼마 전 시장 근처가 개발되면서 아주머니는 다른 곳에서 장사하신다.

때문에 그날 이후 아이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틀림없이 착하고 예쁜 학생이 되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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