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겨울밤.
도시를 수놓은 네온등이 어둠 속에 사라진다.
옷깃을 여미고 발걸음이 빨라질 시간이면 아름다운 밤은 자취를 감추고 경찰 문자 정보 시스템(IDS)의 주취자 신고가 폭주한다.
잘못된 술 문화와 술주정.
이유 없는 욕설과 폭력, 장소를 가리지 않고 쓰러져 잠든 사람들.
술자리가 잦은 주말 밤이면 취객 신고는 끝이 없다.
“여자가 쓰러져 있어요.”
현장은 대로변 건물 입구였다.
얼굴은 헝클어진 생머리로 반쯤 가렸고, 대자로 누운 여성의 배꼽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깊숙이 파묻혔다.
흔들어 깨워도 정신을 차리지 못해 병원으로 옮기려 하자 그때까지 옆에 있던 여성이 말했다.
친구가 회식하면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데 병원은 싫고 집까지 부축해 주세요.”
부축하려 했지만 몸이 축 늘어져 불가능했다.
입장이 난처했다.
112 순찰 차량에는 들것이 없다.
친구가 업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여성이 술 취한 사람을 업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옮겨 주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상대가 여성이었다.
좋은 일하려다 오해를 사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술 취한 여성을 업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위험한 도전이었다.
그렇다고 곤란한 상황을 지나칠 수도 없었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위험한 도전을 했다.
옷소매를 최대한 늘여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하고, 받친 손을 친구들이 볼 수 있게 했다.
집 현관문 앞에 내려 달라고 했는데, 거실까지 옮기고 나오자 친구가 따라 나오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며칠 뒤 사무실로 낯선 여성의 전화가 왔다.
취해서 쓰러졌던 여성이다.
내 이름이 특이해서 친구가 기억하고 알려 주었다고 했다.
사건이 끝난 뒤 경찰관에게 온 전화는 대부분 항의였다.
‘좋은 일을 한다고 했는데 또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통화하는 동안 불안했다.
한데 고맙다는 인사였다.
국민들에게 봉사하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잊힌다.
“고맙다. 미안하다.”
라는 말은 취객들에게 매일 시달리는 경찰관에게 힘이 된다.
그 여성의 전화 한 통이 아름다운 동행을 만들어 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