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겐 신 나는 장난감, 어른에겐 즐거움과
이벤트의 상징인 풍선.
하지만 내게 빨간 풍선은 어린 날의 슬픔과 가슴 저린 감동을 떠오르게 합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사고로
여의고 자연스레 가장이 되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열 살 터울인 막냇동생을 위해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직장에
다녔습니다.
힘겹게 야간 근무를 끝내고 들어와 잠을 청한 어느 날,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에 깨 보니 거실에서 할머니가 숨죽여 울고
계셨습니다. 왜 그러시느냐고 물을 찰나, 내 눈에 들어온 건 할머니 가슴에 달린 빨간 풍선.
“오늘 어버이날이라고 막내가……, 빨간 풍선을 사서 가슴에 달아 줬구나.”
그제야 그날이 어버이날인 걸 알았습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동생은 방과 후 친구들과 문구점에 들렀나
봅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카네이션 대신 빨간 풍선을 사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이지요.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고민했을지…….
나도 울고 말았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일 때문에 피곤하다며 동생을 등한시한 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 하나 만들어 주지 못한 내게
“누나, 우리도 다음에 할머니 할아버지랑 놀러 가자.”
라며 위로해 준 동생.
지금은 몸집도 키도 훌쩍 커 버렸지만 지난날의 조그맣고 착한 동생은 늘 내 기억 한곳에
머무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