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아직 철부지인 녀석이 초등학생 노릇을 잘할까, 걱정이 끊이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자리 바뀐 얘기를 했습니다.
3분단 다섯 번째 줄이라는 말에 교실이 떠올랐습니다.
“그 자리면 뒷문 바로 옆이겠네.”
“아니, 거기는 영은이(가명) 자리야. 영은이는 장애인이거든.”
영은이? 입학식 날 학부모 설명회에서 담임 선생님이 하신 말이 기억났습니다.
“저희 학교는 장애아 통합 교육 시행 학교입니다. 그래서 우리 반에도….”
장난치기 좋아하고 눈치 없는 사내 녀석이 그런 아이 바로 앞자리에 앉는다니 걱정이 앞섰습니다.
괜한 장난질로 영은이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혹은 영은이란 특별한 아이 때문에 엉뚱한 불편을 감수할 일은 없을까?
소심한 데다 내 자식만 생각할 줄 아는 나는 갑자기 영은이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물어봐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영은이는 어디가 불편해?' 아님 '영은이는 어디가 아프대?' 잠깐의 궁리 끝에 물었습니다.
“그래? 영은이는 너희랑 어디가 다른데?”
'다르다'라는 말은 차별이 아닌 차이를 뜻하니 아이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 의식을 심어 줄 위험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날 빠끔히 올려다보며 대답했습니다.
“영은이 다른 데 없어. 화장실 갈 때 시간이 조금 더 걸려서 뒷문 옆자리에 앉는 거야. 참, 말하는 것도 좀 느린데 잘 들으면 무슨 말인지 다 알아.”
속이 뜨끔해진 나는 얼른 웃으며 대꾸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 자리는 항상 영은이에게 양보하는구나.”
그러자 이번에도 아이는 갸우뚱하며 대꾸했습니다.
“양보하는 거 아니야. 그 자리 원래 영은이 거야.”
드나들기 편한 뒷문 옆자리는 당연히 영은이 자리라고 대답하는 아이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야말로 1학년이었구나. 인생 1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