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인연

온리원럽 작성일 13.06.25 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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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택시 운전할 때 일입니다.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추돌을 당했습니다.

 

운전대에 가슴이 부딪쳐 목이 뻐근했지만 크게 다친 곳은 없었습니다.

 

사고를 낸 화물차의 젊은 기사는 겁먹은 표정으로 죄송하다고만 했지요.

 

수리를 하기 위해 정비소에 가니 수리비가 30만 원 나왔습니다. 그러자 그는 곧 울상이 되었습니다.

 

측은한 마음에 사정을 물어보니 초보 운전에, 사고 나면 자신이 책임지기로 하고 취직했답니다.

 

나이는 스물아홉. 시골에서 온 지 한 달째였고요.

 

수리비를 받기 위해 그와 꼬불꼬불 비탈길을 올라, 달동네 어두컴컴한 단칸방에 갔습니다.

 

그러자 몸을 푼 지 일주일 되었다는 그의 부인이 가까스로 일어나 주인집에 돈을 구하러 갔지요.

 

얼마 뒤 부인과 돌아온 그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다음에 꼭 갚겠다고 했습니다.

 

산모의 부석한 얼굴과 아기 울음소리가 마음에 걸려 발길을 돌렸습니다.

 

근처 시장에서 쌀 한 말과 미역 한 단을 사 들고 다시 찾아가 전해 주며, 먹어야 살지 않겠느냐면서

 

그날 번 일당 몇 푼을 쥐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초보 운전 시절에 그런 것처럼 그들도 용기 내어 열심히 살기를 빌었습니다.

 

몇 년이 지났을까요. 어느 날, 그 정비소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달려가 보니 그들 부부가 여섯 살 된 아들을 앞세우고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큰 회사에 취직했다며 빚을 갚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내미는 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어려운 사람을 도우면 될 것 아니냐고만 했지요.

 

이런 인연이 쇠사슬처럼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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