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콧속에 스미던 새벽 공기 냄새가 여유롭게 다가온다.
처음부터 이 냄새를 맡고 살겠다고 작심한 것은 아니지만 향기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새벽길을 쓸어 내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것에 감사한다.
그 마음이 어디에서 나올까 생각해 보면 버려진 빈 껍질들
즉 죽음과 삶의 연관성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것들로부터 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한번은 새벽에 남몰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을 찾아가서 물었다. “할매요! 와 무단으로 버리는교?”
그러자 할매는 무조건 모른다면서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처음에는 이런 상황이 싫었다.
그러나 강산이 변할 만큼 시간이 흐르자 버리는 사람이 있어야
나 같은 사람도 가족을 부양하며 살아가니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일하는 장소는 부산 남광시장을 끼고 있다.
시장 사람들은 비가 오면 비닐로 비를 가리면서 장사한다.
가난하지만 그곳 할매들의 인심은 진국이다. 삼복더위에 자신이 먹는 데는 백 원짜리 하나도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좋은 일에는 아끼지 않고 앞장선다.
그중에서도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뚱순이 할매는 나를 감동시킨다.
어느 날은 할매가 베푸는 모습을 보고 궁금해서 물었다.
“할매요, 와 그리 하는교? 할매도 아플 때 쓸 약값이 필요하고, 비자금도 있어야 하지 않는교?”
그러자 할매는 웃으며 답했다. “내가 죽은 다음에 누군가 나를 치워 줄 때, 미운 마음 없이 해 주면 얼마나 좋으나?”
그 말에는 더 오랫동안 새벽 향기 맡으며 살아온 연륜의 흔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나도 밤하늘 한쪽을 부지런히 비질하다 보면 가로등이 하나둘 꺼지고
아침 햇살을 보게 되는 반복된 일상이 고마워졌다.
그래서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를 만나면 좋은 곳으로 가라고 기도하며 보내 주고,
뚱순이 할매를 찾아가 요구르트 한 병을 건네기도 한다.
아직 여명의 길목에서 목이 마르고 몸은 피곤하지만, 새벽 향기를 맡으며 오늘도 뚱순이 할매의 건강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