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는 거의 매일 통화하지만 아빠하고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통화한다.
하루는 퇴근길에 세탁소 들르는 걸 깜박했다.
그래서 아빠에게 부탁하려고 전화를 걸었다.
“아빠! 저예요.”
“누구?”
“누구긴요, 딸~.”
“어, 그래.”
“퇴근할 때 세탁소에 들렀다 오시면 안 될까요?”
“왜?”
“급하게 찾을 옷이 있어서요.”
“엄마한테 말해!”
“옷이 무거워서 들고 버스 타기 힘들어요.”
“버스를 왜 타? 엄마 차로 가면 되잖아.”
“엄마 차가 어디 있어요?”
“엄마 차가 왜 없어? 그런데 넌 어디야?”
“저야 집이죠.”
“왜 집에 있어?”
아빠는 내가 집에 있다는 말에 발끈하셨다.
그리고 왠지 평소에 듣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럼 어디 있어야 하는데요?”
“학교에 있어야지, 왜 집에 있어?”
이게 무슨 말씀인가?
내가 왜 몇 년 전에 졸업한 학교에 있어야 하지?
순간 머릿속이 복잡했다.
“너 왜 집에 있느냐고? 희진아~.”
희진이? 놀라서 휴대전화에 찍힌 발신번호를 확인해 보았다.
오 마이 갓!
번호 하나가 틀렸다.
그러니까 5분 넘게 다른 아빠와 통화한 것이다.
“아……. 죄송합니다. 잘못 걸었습니다.”
나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처음에는 어이없고 웃음이 나왔지만 나중에는 씁쓸했다.
아빠 목소리도 모르는 바보라는 생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