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종점

온리원럽 작성일 13.07.15 21:4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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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10만 원을 들고, 2주간 전국 일주를 떠났다.
절에서도 자고, 빈방을 내주신 어느 할머니 집에서도 자며, 동해 정동진에서 시작해 거제도까지 내려갔다.
시내버스에 넉살 좋게 무임승차한 후 기사 아저씨 뒷자리에 앉아서 재잘재잘 말을 거는데,
잘 데가 없는 걸 안 아저씨가 종점의 버스 기사 숙소로 데려가 재워 주셨다.
다음 날 일을 마친 아저씨는 나를 집으로 데려가셨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는 내가 누구라는 걸 부인에게 소개도 안 하고, 밥을 먹이셨다.
그러고는 다시 버스 종점으로 돌아와서 동료 기사에게 나를 어디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하셨다.
좀처럼 말을 안 하던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타는 내게 말했다.

“내가 니한테 이러는 거이 세상이 각박치만은 안타는 걸 보여 줄려고 그런 거래이~.”

15년 뒤 나는 애니메이션 벤처 기업의 9년 차 사장이 되었다.
벤처 기업은 무전여행과 같았다.
새로운 곳에 빈손으로 들어가 내 존재감을 알리고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야 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도전이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월급날이 빨리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겠지만, 나는 월급날이 한 달에 두 번인 것처럼 느껴졌다.

얼마 전 회사가 정말 어려울 때, 나는 직원을 줄이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버스 기사 아저씨의 걸쭉한 사투리가 생각났다.

“세상이 각박치만은 안 타는 걸 보여 줄려고 그런 거래이~.”

그 말은 남을 믿고,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뜻이었다.
다음 날 나는 열 명의 직원이 있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일을 할 기회가 더 많은 것이라 말하면서,
미안하지만 힘든 길을 함께 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정말 자기 회사처럼 열심히 일했다.
어떤 직원은 돈도 받지 않고, 어느 직원은 밤샌다며 침낭을 들고 출근했다.
힘들어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 후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몇 개의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해외에서 우리 애니메이션 투자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도 들었다.
꿈은 사람들과 나눌수록 커진다.
세계에서 주목 받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꿈은 갈 길이 멀지만,
내 여행이 종점에서 멈추는 날은 꿈을 남과 나누지 못하는 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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