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형제를 키우며 날마다 전쟁을 치릅니다. 세 녀석은 성격이 달라서 혼자 키우기 벅찰 지경입니다. 첫째 아들은 의젓하고 생각이 깊지만 여리고 눈물이 많습니다. 둘째 아들은 눈치 빠르게 배려하는 마음이 예쁩니다. 막내아들은 자기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대부분의 엄마가 그렇듯 첫째 민형이와 단둘이 있으면
“엄마는 민형이가 제일 좋아. 네가 장남인 이유를 아니? 엄마, 아빠는 네가 제일 좋아서 첫째로 낳았거든.” 이라고 말합니다.
둘째와 있을 때면 “엄마가 규형이 정말 좋아하는 거 모르지? 네가 엄마를 제일 많이 닮았어.” 라고 합니다. 비밀스러운 양다리 걸치기였지요.
어느 날 둘째가 그러더군요. “형, 엄마는 내가 제일 좋다고 했다! 그렇지, 엄마?” 아무 말도 못하고 큰 아이 눈치만 보자 둘째가 다그칩니다.
“빨리 말해! 엄마.” 망설이니까 급기야 울기 시작합니다.
그때 큰아이가 말하더군요. “잘 들어봐, 규형아. 내가 태어났을 땐 동생이 하나도 없었어. 그래서 엄마 아빠는 나만 사랑했어. 그런데 네가 태어나서 내가 너한테 엄마와 아빠 사랑을 절반씩 나눠준 거야!”
그랬더니 둘째 녀석이 서럽게 울며 한마디 합니다.
“그럼 형이 내꺼 반이나 뺏어 갔잖아.” 어이없고 기막혀서 피식 웃었습니다.
형은 자기가 받을 사랑의 반을 동생에게 주었다하고, 동생은 형에게 사랑을 반이나 뺏겼다고 하니, 형과 동생은 영원한 맞수인가 봅니다.
하루는 규형이 학원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세뱃돈을 어디에 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장난감을 사거나 저금했다고 하더랍니다.
그런데 규형이는 이렇게 대답했다더군요.
“저는 돈을 꼭 모아야 해요. 부모님이 안 계시면 동생을 보살펴야 하기 때문이에요. 형도 동생을 좋아하지만 동생은 저를 더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 제가 동생을 잘 돌봐야 해요.”
사랑을 반이나 빼앗겼다고 울던 둘째가 그처럼 기특한 생각을 했습니다. 형이 가진 사랑의 반쪽을 욕심내면서도 자기의 반쪽 사랑은 동생에게 나눠줄 줄 아는 속 깊은 아이로 성장한 것이지요.
아이는 사랑으로 큰다고 했나요? 맞습니다.
한데 아이는 그 사랑을 키우고 나눌 줄도 압니다. 아이들을 키운다고 하지만 정작 성장하는 건 아이들 마음에 감화받는 부모인 것 같습니다.
“민형아, 규형아, 원형아. 엄마는 너희를 만나고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보게 되었어. 너희와 함께하다 보니 어느덧 내 울타리가 넓어진 것 같아. 너희가 있어 기쁘고 감사해. 사랑한다.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