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난 다음 해, 아빠가 돌아가셨습니다.
초등학생 때 친구들이“쟤 아빠 없대.”하는 말에 엉엉 울며 집에 갔는데,
엄마가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니 더이상 내색할 수도 없었습니다.
두 살 터울인 오빠는 학교에서 만나면 아는 척도 안 하고,
집에서도 무뚝뚝했는데 제대하면서부터 사사건건 나를 간섭했습니다.
밤 10시 전엔 집으로 들어오라 하고, 멋이라도 부리면 날라리 같다며 불같이 화냈습니다.
서먹서먹하던 관계는 내가 결혼하면서 조금씩 변했습니다.
오빠에게 남자친구를 소개하는 날
“너, 그 사람이 내 마음에 안 들면 어쩔 거야?” 묻기에 “오빠가 아니라면 안 만나.” 했습니다.
다행히 오빠는 남자친구를 맘에 들어했고, 나는 오빠보다 먼저 결혼했습니다.
결혼 후 내 생일 전날, 오빠가 전화했습니다.
“잘 지내니? 신랑이 잘해줘? 그래, 다음에 보자.”라는 말이 전부였지만, 생일 때문에 전화한 것을 알았습니다.
지난 설에는 신랑과 술을 마시던 오빠가 그러더랍니다.
“불쌍한 아이니까 잘 해줘. 눈물이 많아 자주 울고. 아빠 사랑 못 받고 커서…….”
신랑은 “형님이 그리 귀하게 잘 지켜주셔서 제가 복 받았습니다.
” 했답니다. 잔소리하고, 화내는 오빠가 무섭고 섭섭했는데 다 사랑이었나 봅니다.
든든한 신랑이 있는데도 나는 오빠에게 여전히 가여운 동생인가 봅니다.
아빠가 계셨다면 더 행복했을까요? 하지만 아빠 같은 오빠는 없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