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택시 운전대 앞에는 아프리카 아이 사진을 붙인 모금함이 있습니다.
그 사진에는 “카만가 윈프레드, 제가 후원하는 어린이입니다.” 라고 쓰였답니다.
카만가 윈프레드는 자선단체를 통해서 안 아프리카 말라위 아이입니다.
간혹 어떤 손님은 “우리나라에도 밥 굶는 아이가 많은데, 굳이 모르는 나라 아이를 도와줄 필요가 있어요?” 하고 물으십니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답 한답니다.
“제가 이 아이만할 때 6·25 전쟁이 터져먹고 살기 힘들었습니다.
그때 다른 나라로부터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까?
이북에서 피란 온 저희 집은 더 어려워서 학교 다녀오면 냄비를 들고 옥수수 죽을 배급받아 끼니를 때웠죠.
저는 이 아이를 통해서 그 빚을 갚는 거랍니다.”
작년 11월, 카만가 윈프레드의 네 번째 생일 선물로 장난감과 학용품, 그리고 맨발인 아이 모습이 떠올라 예쁜 운동화도 한 켤레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카만가 윈프레드의 동네에는 신발이 없는 아이가 많을 테니까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이튿날 시장에서 슬리퍼 50켤레를 사 보냈습니다.
나눔이란 이런 것인가 봅니다.
할수록 모자람을 느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