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선생님이 가훈을 적어 오는 숙제를 내 주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우리 집은 가훈이 뭐야? 선생님이 적어 오래.”하고 말했다.
엄마는 잠시 생각하다가 “하면 된다.”라는 네 글자를 써 주셨다.
그때는 공책에 큼지막하게 적은 네 글자가 왠지 부끄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말이 지금까지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그 가훈을 이야기 하셨을까?
엄마는 초등학생 시절 큰 사고를 당하셨다.
나풀거리는 치마를 입고 동네 방앗간에서 뛰어놀다가 치맛자락이 기계에 휘말려 들어가 한쪽 팔을 잃으셨다.
하지만 엄마는 아픔과 상처를 딛고 일어나 두 딸을 낳고 씩씩하게 살아오셨다.
내게 가훈을 적어 주던 30대의 엄마는 살아갈 길이 막막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다.
그러나 막 학교에 들어간 막내딸에게 써 준 “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지금껏 살아오신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