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출퇴근하던 때였다.
행사를 준비하면서 사무실에 둔 카메라를 챙기는데 가방 째 사라지고 없었다.
600만원짜리 카메라가 없어진 것보다 얼굴 맞대고 일하면서 쌓아온 동료들과의 믿음이 흔들리는 게 더 속상했다.
신고하자 과학 수사대 요원이 지문 감식과 정밀 분석을 하고 돌아갔다.
나는 물건이 없어진 자리에 “과학 수사대가 지문 감식 수사 중입니다. 다시 갖다 놓으면 없던 일로 할게요.”라고 써 붙였다.
범인은 반드시 현장을 확인한다니까.
그 다음날, 출근해서 동료들과 회의를 마치고 나오니 문제의 카메라 가방이 계단 아래에 놓였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두고 간 모양이었다.
찾은 기쁨을 뒤로하고, 서둘러 경찰에 전화해서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그곳에 다시 써 붙였다. “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없던 일로 하겠습니다.”
이튿날 다시 출동한 경찰은 범인이 궁금하지 않느냐며 수사를 계속하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며 거절했다.
그분에게 이제라도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람에게 답이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게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