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외아들로 귀하게 자란 남편과 세상 물정 모르던 저는 가정을 알뜰하게 꾸리지 못했습니다.
두 아이가 태어나자 생활은 더 어려워졌습니다.
그 무렵 남편이 약수터에 갔다가 배드민턴에 재미를 붙이면서 문제가 커졌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배드민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그러나 자본과 경험이 부족한 탓에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큰아들이 수학여행비로 십만 원가량을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일하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이번 수학여행은 못 보내 줄 것 같아.”라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습니다.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는데 담임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학교에서 경비를 부담할 테니 아들을 보내 달라고 하셨습니다.
아이들이 한동안 여행 이야기를 할 텐데, 그때마다 소외감을 느낄 거라고요.
선생님과 통화를 마치고 아들에게 미안해 엉엉 울었습니다.
결국 아들은 수학여행을 잘 다녀왔고, 저는 마트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본사에서 ‘감사한 분’이라는 주제로 수기를 공모했는데
마침 아들의 선생님이 생각나 응모했다가 상품으로 피자 열 판을 받아 학교에 보냈지요.
그런데 얼마 뒤 선생님이 아들의 수학여행비를 내주신 것을 알았습니다.
아들이 상처 받을까 염려한 선생님이 말없이 큰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성실하게 자라 어느덧 열아홉 살이 된 아들을 보면 선생님의 사랑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