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즘, 열광과 도취의 심리학 : 책세상 : 슈테판 마르크스 : 2009
따라서 대중을 설득하기 위한 나치의 프로그램들이 원시적으로 사이비종교적이고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거두었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정신적인 의식의 관점에서 볼 때) 나치의 프로그램들은 원시적이고 사이비종교적이고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이었기 '때문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나치의 프로그램은 고상하고 지적 수준이 높고 차별화되고 교양있고 합리적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로 나치는 계몽, 이지적인 노력, 차별화된 사고, 합리적 분석, 담론 등과 같은 것들을 '파괴적 지성주의'라며 경멸했다. 나치즘의 마력적인 의식 세게는 본질적으로 반계몽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나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각하려고 하면 안 돼! 이해하려고 해서도 안 돼! 우리의 주장이 비합리적이라고?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제기된 주장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학문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쓸데없는 소리! "누가 유대인인가 하는 문제는 바로 내가 결정한다!"
(책 65페이지 중)
"그 누구죠? 아! 숄이라고 불렸던 그 오누이. (뮌헨대학 학생이던 한스 숄과 조피 숄 오누이는 히틀러에 대항하는 백장미라는 비밀 단체에서 나치 정부를 상대로 저항운동을 하다 발각되어 처형되었다) 사실은 당시 그들이 알았던 나치 정부의 실상을 제가 몰랐다는 점에 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알았다면 저도 그들처럼 행동했을지도 모르죠." 그녀는 웃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실제로 저는 제가 그러한 실상을 알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 정말 기뻤습니다. 다행히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만약 알았더라면 어쩌면 나도 저항운동을 했을지도 몰라 라고 나중에 스스로 생각하게 되었죠." 그녀의 웃음은 당시에는 무지의 상태가 쾌적하고 기쁜 것으로 받아들여 졌다는 사실을 암시해주었다.
(책 96페이지 중,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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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즘에 대한 비판의 얘기들은 많이 있고, 그것들은 어느 정도 도식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데, 그 도식화들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이 서적은 잘 조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실제로 그 나치즘의 시대에 살았고 나치즘에 동조했던 현실과 기억을 가진 사람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서 나치가 어떻게 사람들을 휘어잡고 기능했는지에 대한 추적을 하는 그 방식이 제일 신선한 부분이라 하겠다.
이 책의 내용들은 의외로 많은 부분에서 한국의 당면 현실을 생각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지점들에 대한 논쟁을 비롯해 교학사 교과서의 논쟁, 수많은 정치적 논쟁과 일베 사
이트 논란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주장들임에도 그것들이 계속 주장되고 회자되며 사람들
에게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 책처럼 설명하는 사유의 내용들이 이 땅에는 거의 없다.
물론 독일의 예를 한국의 예로 바로 대비 치환시킨다는 무리수는 충분히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책에서
지적하는 심리학적 지점들까지 고려하며 접근하는 사유가 없는 무작정의 반대일 경우, 활개치고 있는 무
논리의 감정이 가지는 전염성을 막을 대책은 실질적으로 전무하다. 왜 그것이 전염성을 가지는지, 어떤
심리학적 기제로 그렇게 기능하는지를 알게 된다면, 개개인에게 그러한 전염성에 대한 방편들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면역성'을 길러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러한 면에서 감정과 이성을 다스리는 좋
은 백신이 되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