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우리 집 위층에 누군가 이사를 왔습니다.
그런데 초저녁만 되면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심했습니다.
아이 아빠는 보이지 않고, 아이 엄마도 밤늦게나 들어오는 것 같아 더 의아했습니다.
눈이 많이 오던 겨울날, 위층 아이가 친구 대여섯 명을 데리고 올라가면서
우리 집 현관 앞에 놓인 발 매트를 밟아 흙탕물을 잔뜩 묻혔습니다.
나는 화가 나서 위층 아이를 불러 매트를 빨아오라고 했습니다.
보란 듯이 문을 쿵 닫고 들어간 뒤, 곧 위층 여자가 달려와 따질 거라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위층 아주머니는 말이 없었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매트가 사라졌습니다.
혹시 위층에서 가져갔는지 확인하러 갔다가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아주머니는 나를 집으로 초대해 커피를 타 주며 말했습니다.
교통사고로 신랑을 잃고 급하게 이사 왔으며, 식당에서 일하느라 저녁 늦게 온다고.
또 외아들이 외로울 것 같아 친구들을 데려와 놀라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깨끗이 세탁한 매트를 내밀었습니다.
나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아주머니를 오해한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요.
본받고 싶을 만큼 성실하고 따뜻한 아주머니가 위층에 살아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