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없이 솔직하게 살아야 한다는데 어떤 이견이 있겠냐만.
거짓의 개념과 솔직함의 개념은 명확하지 못했고 어쩌면 나를 위한 보호 처신으로 잘 잊으며 살아왔다.
몇 달전 기자 출신의 수운몽님과 어떤 책에 대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 책이 중요한것은 아니고 이야기를 듣던중 그 책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이어진 대화는 이렇다.
"그 책을 저도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늦었어.. 지금 그 책을 읽는다 해도 그때의 느낌을 얻기 힘들꺼야.
책은 스무살 이전에 읽어야 하고 지금 읽으면 다르게 읽힐거야 "
워딩이 정확하진 않다.
다만 여기서 생각 해봤던 말은...
'내 사춘기 읽었던 책은 어떤게 있었을까?
그리고 거기서 어떤 암시를 가지고 내 인생을 이끌어 오게 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는 것이다.
내게 잊을 수 없는 책은 두번 생각할 것도 없는
김용의 대하역사소설 영.웅.문.
작년 쯤,
아직 생존해 계신 작가 인터뷰 동영상을 봤는데..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책꽂이에 있는 수없는 번역본중 한국어판 책을 꺼내 보여 주셨다.
열번도 더읽은 출판사는 고려원.
나는 작가의 동의 없이 무단 번역된 해적판 이라는 말에 무척 놀랐다.
이 소설이 사춘기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잠들지 못하게 했었으며,
나중에는 책장 넘겨 없어지는 분량이 아까와 천천히 읽기도 했던 기억도 난다.
3부 6권씩 총 18권.
현재 1부 사조영웅전, 2부 신조영웅전, 3분 의천도룡기전으로 정식 재출간 되었지..
고 2때 만난 이 책, 지금까지 10번 이상 읽었을거야.
만일 이 책의 대표적 단어를 뽑는다면.
정직 이라고 말하고 싶어.
곽정, 구처기, 가진악, 양과, 마옥 등등
중요한 인물들은 자신의 뱉은 말에 수 십년의 인생을 걸고 약속을 지켰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멋진 사내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거짓없는 언행일치 모습에 사춘기 나는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었던거지...ㅎ
물론 허구적인 소설 이야기라 할 수도 있다.
수운몽 형 말마따나 몇년전 다시 읽어보니 옛날에 느끼지 못했던 다른 시각이 생겼나 보다.
중국 특유의 뻥과 과장 됨이 있는게 보이는가 하면, 뿌리깊은 중화주의도 만났지. ㅎ
중요한것은 이 책을 통해 어린 내가 정직이란 아주 멋진것으로 남았다는 것이다.
그 영향을 어디까지 받고 살아 왔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생각해보니
편법의 쉬운 길과 그 반대가 있는 결정의 순간.
당장 껄쩍지근 했어도 일단 정직 쪽으로 대부분 승부를 걸게 해주는 사상적 디딤돌 작용을 했던듯 하다.
나도 이기적인 사람으로서 모든 결정을 정직하게 했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그나마 사춘기 좋은 양서를 잘 만난 덕으로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에서 자라 왔음에도
그리 크게 오류난 인생을 안살게 된게 아닌가 하는 짐작만 해볼 뿐이지.
그때
교활한 사람이 거짓으로 성공하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면 난 지금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아마도 다른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여러분의 사춘기 시절 읽은 책중에는 어떤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 하며
살고 있을까도 갑자기 궁금 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