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브레이커

호러우드 작성일 22.04.11 00:18:31 수정일 22.04.11 00: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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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관련 연구로, 프랑스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함께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의 전기 도서입니다.

현존 최고의 전기 작가 중 한 명인 월터 아이작슨의 신작이구요.

월터 아이작슨의 전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가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같이 걸작이니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인슈타인 전기는 제가 예전에 소개해드린 적도 있죠.

 

크리스퍼에 대한 건 다들 잘 아시겠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생명체 안의 모든 세포 안에 꼭꼭 숨어있는 DNA들이 동작할 때, 가닥들이 슬쩍 열리며 그 안에서 mRNA(메신져RNA)들이 해당 부분의 사본을 떠서,

그걸 토대로 같은 세포안의 리보솜이라는 작은 기관에서 단백질들을 만들며 컨트롤해 인체가 온갖 기능을 하게 되죠.

DNA들은 메인 코드를 갖고 있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기 때문에 직접 움직이지 않고 저런식으로 지시를 하고 카피를 하며 세포 가장 깊숙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습니다.

DNA가 함부로 움직이다가 손상을 입으면, 그 DNA를 품고 있는 세포는 이상한 동작들을 하게 되겠죠. 예를 들어 암세포를 증식시키거나요. 혹은 무분별한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요.


크리스퍼 시스템은 박테리아 같은 세균이 바이러스에게 공격 당했을 때, 세균이 바이러스의 정보를 자신의 DNA에 직접 편집하여 새겨,

향후 같거나 비슷한 바이러스에게 공격당했을 때 효율적으로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를 뜻합니다.

이때 CAS9이라는 단백질이 실질적으로 DNA 염기서열 중 필요한 부분을 잘라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학계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DNA를 편집하려면 일단 잘라내야되니까요. 그리고 바이러스를 죽일 때에도 복잡한 반응이 있지만, 여하튼 잘라내는데에는 cas9이 작동하는 것을 과학자들이 알아냅니다. 2010년 쯤 되겠네요.

 

제니퍼 다우드나는 프랑스의 샤르팡티에 박사와 함께 해당 과정에서 트레이서RNA의 역할에 집중해 크리스퍼 시스템을 정확하게 밝혀내 노벨상을 받았구요. 이는 단순히 시스템의 모습을 알아냈다는 것에 더해, 향후 그 기술을 응용해 유전자 편집의 길을 열었다는데 큰의미가 있습니다.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의 정보를 자기 DNA에 새기는 방법을 알아냈으니, 그것을 흉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죠.

 

한 번 더 설명하자면,

유전자 편집에 관해선 그 전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었지만,

다우드나 팀은 CAS9이라는 단백질과 표적이 되는 RNA를 조합해, 해당 RNA를 DNA에 집어넣을 수 있는 효율적이고도 간단한 편집시스템을 알아냈습니다.

정확한 기전을 알아냈다는 것은 이것을 이용해 향후 여러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죠.

실제 박테리아로 간단한 시연을 했구요.

참고로, 간단히 모듈화된 실험에 성공해서 가능성을 열었다는 얘기지, 무자비하게 모든걸 편집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복잡한 실용화는 아직도 어려운 이야기죠 ㅎ

 

책은 제니퍼 다우드나의 생애는 물론,

생명과학의 역사와 최전선에 대해 아주 쉽게 설명해줍니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회절분석과 왓슨과 크릭의 이중나선부터 시작해 어떻게 우리가 잘 아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까지 이르렀는지 과정을 차근차근 밟습니다.

작가의 전작들처럼 아주 재밌구요. 스릴러의 화법이 수시로 쓰입니다ㅎ

 

선입견은 갖기 싫지만 어째서 학계가 중국과 관련되면 약올라 하는지도 알 수 있구요 ㅎㅎ 확실히 다우드나의 라이벌인 장펑은 조금 얄밉네요 ㅎㅎㅎ 다우드나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라 그런 걸수도 있지만요. 장펑은 실제 생명체의 세포 안에서 cas9을 이용해 유전자 편집에 성공한 최초의 인물입니다. 얄미운거와는 별개로 대단한 분이죠 ㅎ

 

그리고 2018년 중국에서 허젠쿠이 박사에 의해(명예욕, 과시욕, 출세욕이 뒤섞인 범죄였죠)

불법으로 시행된 시술로, DNA에서 에이즈가 발현되는 부분이 제거된 유전자 조작 쌍둥이가 태어나는 과정을 느린 호흡으로 차근차근 묘사해놓은 부분은 정말 오싹합니다.

꼭 필요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실패한 시술이었죠. 그 과정에서 다른 염기쌍을 건드려서 아이들이 자라면서 향후 신체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도 불명확하다고 하구요.

 

가장 와닿는 부분은 현재 과학이 같은 분야에서 어떻게 경쟁을 하며 어떻게 팀플레이를 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 mRNA 백신이 태어나는 과정은 감동스럽기까지 합니다^^

 

다른 과학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생명과학은 현재 우리와 직결되어 있으면서도 변화의 폭이 아주 크고 그 흐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라 생각됩니다.

 

쉽고 재밌는 책이니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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