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이야기 다섯번째 : [스텔라 아르투아]와 국산 브랜드 맥주

거리의연주자 작성일 23.08.16 16:5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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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필스너 우르켈]을 너무 맛있게 먹고 있다.

 

전에 리뷰에서 이야기했지만 쌉싸름한 홉향과 매력적인 쓴 맛이 일품인 체코 맥주다.

 

그 리뷰의 댓글에서 [스텔라 아르투아]도 쌉싸름한 맛이라고 이 둘을 즐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스텔라 아르투아]가 보이면 한 캔 사서 마셔봐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자주 가는 CU편의점에 [에딩거] 사러 간 김에 둘러보니 [스텔라 아르투아]가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에딩거] 사는 김에 한 캔 정도 사려고 했는데 4캔에 만원 세일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험을 즐기진 않지만 그래도 이름 값을 믿고 과감히 4캔을 샀다.

 

그런데 집에 와서 캔 표기를 천천히 읽어보니 아뿔싸 제조사가 OB맥주다.

 

맥주 재료만 해외에서 들여오고 국내에서 제조한 맥주였다. 속았다.

 

나는 국산 브랜드 맥주를 마시지 않은 지 오래됐다. 입에도 안 댄다.

 

그 이유는 맛이 없고 특유의 물 비린내 때문이다.

 

처음 맥주를 마신 건 대학생 때이다. 그 땐 [하이트]와 [카스]가 거의 맥주 시장을 양분할 때였는데 

 

[하이트]는 비린내가 느껴져 못 먹고 [카스]는 특유의 알콜향(?)이 커버해줘 겨우 먹었다.

 

그러다 와이프 덕분에 [파울라너]를 통해 처음으로 수입 맥주를 접하게 되었다.

 

처음 접한 수입 맥주를 통해 나는 맥주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었고 

 

국산 브랜드 맥주에서 특유의 물비린내가 난다는 사실을 함께 알게 되었다.

 

수입 맥주 이전에 일본 맥주에 빠졌던 때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국산 브랜드 맥주 특유의 물 비린내가 나지 않았고 수입 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입이 쉬웠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음 한 편엔 수입 맥주를 접한 나의 편견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편견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 준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아내와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을 때였다.

 

아내가 수입 맥주라며 나에게 시식용 맥주를 권했다.

 

무슨 수입 맥주인지 물었는데 뭔진 모르고 수입 맥주 맞다면서 시식 코너를 가리켰다. 

 

영문도 모르고 수입 맥주란 말만 듣고 마셨다. 그런데 물 비린내가 확 느껴졌다.

 

나는 수입 맥주에서 물 비린내가 날 리 없다고 생각하며 아내가 가리킨 시식 코너에 가 보았다.

 

그랬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기억으로는 [클라우드] 시음 행사였다.

 

그 때부터 국산 브랜드 맥주에 대한 편견이 나에게 있지 않을까란 생각은 싹 사라졌다.

 

맥주를 만들 기술이 부족하진 않을텐데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부터는 팩트가 아니라 나의 추측이다.

 

맥주는 발효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이 발효의 과정이 돈이 든다는 기사를 언젠가 본 적이 있다.

 

발효를 시키려면 맥주를 보관할 장소와 발효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들고 이 시간은 또 돈으로 연결된다.

 

아마도 내 생각엔 국산 브랜드 기업들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를 이윤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에 몰두한 것 같다.

 

내 생각엔 아마도 발효 과정을 거치는 대신에 

 

알코올에 물을 섞어 도수를 조절하고 여기에 맥주맛 나는 음료를 첨가하는 것 같다.

 

아마도 이게 물 비린내가 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사람들이 국산 맥주를 오줌 맛에 비유하는게 내가 말하는 물 비린내를 의미하는 것 같다.

 

그리고 예민한 사람들이 지적하는 이 특유의 물 비린내를 잡기 위해 국산 브랜드 기업들은 두 가지 방법을 채택한다.

 

하나는 탄산을 인위적으로 주입해 미각을 둔화시키고

 

다른 하나는 차게 먹을 것을 강조해 역시 미각을 둔화시키는 것이다.

 

나는 수입 맥주를 절대 차게 해서 먹지 않는다. 이유는 차게 하면 미각이 둔해져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냉장고에 들어있던 수입 맥주를 사와 실온에 하루나 이틀 놔뒀다가 마신다. 그러면 향과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있다.

 

이상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나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국산 브랜드 기업들의 상황은 이에서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이러한 국내 맥주 시장의 상황에서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움직이 나오고 

 

요즘 새로 나오는 맥주는 발효의 과정을 거치는지 평가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 요즘 새로 나오는 국산 맥주들에는 관심이 가지만 수입 맥주가 맛있어서 모험을 하진 못 한다.

 

얘기가 길었지만 버릴 순 없고 혹시나 해서 OB맥주가 만든 짝퉁 [스텔라 아르투아]를 마셔보았다.

 

역시 특유의 물 비린내가 전처럼 심하진 않지만 느껴졌고 무엇보다 맥주 본연의 맛과 향이 깊지 않고 가벼웠다.

 

그냥 먹기는 너무 맛이 없고 소주에 말아 먹어야 겨우 먹을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내가 생각하기론 한국의 맥주를 소주에 말아먹는 문화는 맛없는 맥주에서 비롯된 것 같다.

 

나는 수입 맥주를 소주에 말아먹으려는 생각을 할 수 없다.

 

왜냐면 수입 맥주는 그대로 고유의 맛이 있어 섞어 마실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수입 맥주를 정말 좋아한다.

 

천천히 한 모금 한 모금을 음미하면서 즐기듯 마신다.

 

나에게 맥주는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니라 기호 식품, 맛있는 음료이다.

 

나는 탄산음료를 즐기지 않는다.

 

커피와 맥주는 나의 즐거운 놀이이다.

 

글이 길었지만 [스텔라 아르투아]가 벨기에 맥주인지 알고 드시려는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적는다.

 

내가 먹은 맥주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스텔라 아르투아]는 벨기에에서 만든 맥주가 아닌 OB맥주가 만든 국내 제조 맥주이다.

 

알아서 피하시든지 알고 드시든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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