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나는 내 원픽 맥주는 [에딩거]라고 말했었다.
집 근처 편의점을 뒤져 [에딩거] 파는 곳을 알아냈고 그 편의점의 [에딩거]를 도륙하듯이 마셔댔다.
하루는 또 그 편의점에서 [에딩거]를 뽑아대고 있었는데 에딩거의 밝은 캔이 아닌 검은 캔 하나가 나오는 것이었다.
실수로 잘 못 넣은 줄 알고 점원에게 얘기하려는데 그 검은 캔에 [Erdinger]라고 분명히 써있는 것이었다.
뭐지? 하고 꺼내보았다. 풀 네임으로 [Erdinger Dunkel]이라고 써져있다.
검은 색인걸로 짐작컨데 흑맥주이리라.
오! 밀로 만든 흑맥주, 그것도 에딩거에서 만든 흑맥주.
난 모험을 즐기진 않는다. 그래도 호기심에 한 캔만 사보았다.
그러나 집에서 쉽사리 손이 가질 않았다. 내 원픽 [에딩거]가 쌓여있는데 굳이. 자꾸만 미루다 드디어 조금 전에 마셨다.
깜짝 놀랐다. 밀맥주 특유의 달콤함과 [에딩거]의 향긋함이 살아있다.
흑맥주로 만들면서 [에딩거]의 특징이 사라져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한 건 기우였다.
성분을 살펴보니 밀맥아에 보리맥아를 섞었다.
일단 나는 [에딩거]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다는 것에 대단히 만족했다.
좀 더 음미해봤다. 쌉싸름한 홉향이 약하지만 은은하게 올라왔다. 거기에 흑맥주 특유의 볶은 내음이 전해졌다.
이 [에딩거 둔켈]은 강력 추천한다.
마시기 전엔 의심이 많았지만 마시고 난 지금엔 대단히 만족하고 내 원픽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졌다.
바뀌어봤자 [에딩거]에서 [에딩거 둔켈]이긴 하지만. 나는 이처럼 [에딩거]를 사랑한다.
[에딩거]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있으면서 흑맥주의 볶은 내음과 약하지만 은은하게 전해지는 홉향까지.
이건 마치 종합 선물 세트 같았다.
쌉싸름한 홉향을 즐기시면 [필스너 우르켈]이나 [산토리]를 선택하시라고 말하고 싶다.
[에딩거 둔켈]은 홉향이 약하다.
그러나 밀맥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밀맥주 특유의 맛과 [에딩거]의 향을 유지하면서도 흑맥주의 볶은 내음과 약하지만 홉향까지.
캔 하나로 종합 선물 세트를 즐길 수 있다.
이제 나는 그 편의점에서 [에딩거]가 아닌 [에딩거 둔켈]만 사고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