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Shyrin 작성일 05.08.08 02: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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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에 대한 교훈
1 내키지 않는 물건은 구입하지 말라
2 인형을 사람처럼 대하지 말라

나는 인형을 좋아해. 너희들도 인형을 좋아하니?
집안에 한 두개의 인형이 있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인형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부터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봐
인형에 관한 짧은 교훈을 가르쳐 줄 테니까
그 일이 있었던 건 얼마 전이었어.
하지만 내가 인형에게 애정을 쏟았던 건 훨씬 오래 전부터 였지
나는 인형을 매우 좋아해서 지나가다 맘에 드는 인형이 있으면
꼭 사곤 했어.
돈이 없으면 며칠이고 모아서 꼭 장만을 해야
성이 풀리는 스타일이 였거든.
그래서 그런지 내방은 항상 인형들로 가득 차 있었지
어느날 인가 친구와 난 남대문을 갔는데
이리저리 둘러 보다가 사람하고 비슷하게 생긴 인형들로만
가득 차 있는 상점에 가게 됐어.
친구는 둘러보더니 양배추 인형을 하나 사더 라구,
왜 양배추 인형이라고 해서 헝겊으로 만든게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만든 사람하고 똑같이 생긴 그런 인형 있잖아
꼭 어린애 같은 크기에 머리가 곱슬거리는……..
친구가 산 인형은 노란색 치마를 입은 여자아이 였는데
나보고도 하나 사라는 거였어,,
그다지 갖고 싶은건 아니었지만 하나 있으면 좋을거 같은,,,
아,, 그때의 기분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왜 그런거 있잖아
아주 맘에 드는건 아니지만 갖고는 싶은 인형,,,
아무튼 그런 느낌으로 산 인형이었어,,
교훈 한가지!!
내키지 않는 물건은 구입하지 말라
빌어먹을 그때 그 인형을 도대체 왜 샀는지 ,,,
내 예상대로 그 인형은 우리집에 와서도 별로 귀여움을 못 받았어,,,
그냥 진열장 위에 올려두기만 했지..
예쁘다는 생각은 하지만 왠지 무서운,, 그런 인형 알어?
진열장 바로 앞에는 내 책상이 있는데 뭔가를 하기 위해
앉아 있기라도 하면 꼭 뒤에서 누가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 거야
그래서 뒤돌아보면 그 인형이 있고 말야
물론 인형이 날 노려봤을 리는 없겠지만
내 자신이 인형에 대해 찝찝함을 가져서 그런지
까닥모를 공포감이 들더라구,,
다른 인형을 만지다가도 그 인형과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억지로 쓰다듬어주곤 했는데,,
그게 아마 공포심 때문이었나봐
왠지 잘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생길 거 같은,,,
우습게 들리겠지만 그땐 정 말 그런 느낌 이었거든,,
이런 나의 느낌들이 맘에 안든 물건으로부터
오는 나쁜 느낌들인지 아니면 정말 그 인형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도 맘에 안 드는 물건은 왠만하면
사지 말도록 해 찝찝한 느낌이 들어 좋을건 없으니까,,
그때쯤 학교에선 한창 가사 시간에 블라우슨지 뭔지를
만들고 있었어,
그냥 블라우스가 아니라 왜 견본으로 만드는 작은 사이즈 있잖아.
없는 바느질 솜씨에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그래도 여러 날 걸려 만든 옷인데 버릴 수도 없고
그러자니 그냥 갖고 있기도 뭣해서 그 옷을 그 인형에게 입혔어
마침 사이즈가 또 딱 맞더라고
또 다른 교훈 한가지
인형을 사람처럼 대하지 말라
나에게는 여러 가지 버릇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잘 때 이불을 목까지 덮고 다시 얇은 이불을 머리까지
쓰고 자는 거야
말하자면 이불을 두개 덮고 자는 거지
그리고 인형을 옆에 죽 늘어놓고 자는데 문제는 인형들에게도
베개를 비어주고 이불을 두개 덮어준 다는 거였어,
이게 얼마나 안 좋은 일이었던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는 일이지만 왜 사람이 잘 때 자기가
베고 자는 베게 말고 다른 비게를 여벌로 두지 말라잖아
귀신이 옆에 와서 같이 잔다고 ..
모르겠어 도대체 왜 내가 그런 이상한 일을 겪어야 했는지,,,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해서 난 내 옆에 오른쪽으로는
곰 인형을 왼쪽으로는 양배추 인형을 눕히고 잤어
며칠 그렇게 잤는데 하루는 그 위치가 바뀌어서
양배추 인형이 내 오른쪽에 곰 인형이 왼쪽에 오게 됐지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은 잠이 오지 않더라구,,
12시 정각에 불을 끄고 누웠는데 눈만감고 있었지
잠은 전혀 오지 않았거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었나 봐
거실에 있는 뻐꾸기 시계가 새벽 두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엄마 아빠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거실 불이 꺼졌어
어두운 내방 문틈으로 희미하게나마 들어오는 불빛마저도
모두 사라지게 된 거지
주변이 모두 암흑으로 휩싸일 때였어
갑자기 내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나는 처음엔 잘못들은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닌 거야,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점점 심해지고
설마 했던 그 소리는 바로 내 오른쪽에 누워있던
그 인형이 자기 머리에 씌어있는 이불을 벗겨내려는
소리였어
인형이 자기 손으로 이불을 벗겨 내려 한다??
이 기막힌 정의가 성립될 수 있겠어??
예전에 말야 내가 꼬마 였을 때 우리동네에 살던
어떤 할머니 얘기가 있었어
집안에 인형을 가득 늘여놓고 사는 할머니 였는데
그 할머니 말이 집안에 있는 인형들은 사람이 모두
잠들고 난 후엔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거야
물론 인간들이 깨어있을땐 죽은 척 가만히 있다가 말이지,
집안에 오랫동안 있거나 혹은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올 때
늘 상 보던 인형의 시선이 약간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던가
또는 자세가 좀 틀려 보인다든가 하는걸 경험할 수 있었을 거야
그게 다 사람이 안볼 때 인형이 움직여서 그런 거라는 거지
어릴 때 들어온 말이 잠재 의식 속에 내재되 있어서
그런진 몰라도
그때 난 인형이 어떻게 살아서 돌아다니냐
보다도 아 이인형이 이제 밤이 되니까 돌아다니려 하는 구나
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어
그러면서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거야
식구들은 다 자고 있는데 나는 내방에 혼자 있지
인형은 계속 이불 밖으로 나가려고 부스럭 거리지

인형이 얼굴까지 쓰고 있던 이불은 나도 같이 쓰고 있는
이불이라 인형이 이불을 내리면
내 얼굴도 밖으로 보여지게 되는 거잖아
이상하게 그 사실이 끔찍하게 다가오더라 구
난 얼굴을 보이지 안으리란 마음으로 일부러 오른팔에
슬며시 힘을 줘서 인형이 덮은 이불을 내리려는 걸 막았어
그러자 인형은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는데
목소리가 꼭 4-5살 먹은 어린애 목소리인 거야
인형은 계속 꿈틀대더니
"어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불이 왜 안내려지지?"
하며 나를 쳐다보는 거였어 얼마나 소름이 끼치던지….
결국 나는 떨려서 이불을 누르고 있던 손가락의 힘을 뺏고
인형은 밖으로 나왔어

밖으로 나온 인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살피기 시작했어
자기 손으로 내눈을 뜨이게 만져보며 알 듯 모를 듯
소름끼치는 말을 중 얼 거리면서 말이야
"흠 이상하다 사람이 한번 잠이 들면 적어도 새벽 까지는
일어나지 않을 텐데,,,,,"
"잠을 안자나?" "눈을 한번 파볼까??"
그 말을 마친 인형은 폴짝 폴짝 뛰더니 내 책상 위에서 가위를
찾기 시작했어 그때의 그 끔찍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뭐랄까 인형에게서 벗어나긴 해야 하는데
내가 깨어 있다는 사실을 인형이 확실히 알게 되면
뭔가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 같은 그런 느낌 말야
내가 이불을 내리고 방문을 열 동안 인형이 뒤에서
달려들진 않을 까 하는 그런 불안한 느낌들 ,,,
가위를 찾는 소리는 점점 더 심해지고 난 안간힘을
쓰다 결국 방문을 열고 뛰쳐 나갔어
근데 방문을 열었는데 ,,,
이게 왠일 ,,,,,
거실불 이 환하게 켜있는 거였어

안방에는 엄마가 앉아있고 말이야
엄마는 사색이 되어 들어온 날 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어
그래서 난 그 빌어먹을 인형얘길 해줬지
근데 엄마 한테 그 말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기막히고
황당 했었는줄 알아?
글쎄 시간이..벽에 걸린 시간이 12시 5분을 가리키는 거야.
아까 내가 처음 방에 들어와 누운 시간이 12시 였으니
지금껏 시간이 5분 밖엔 흐르지 않았단 거지
정말 믿을 수가 없더라 구,,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 하냔 말이지
가위에 눌렸다고 해도 말이 안돼
난 분명히 거실 불이 꺼지는걸 봤고 뻐꾸기가
2시를 가리켜 우는 소리도 들었으며 또,, 12시에 자리에
누워 잠이 안 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흘려 보낸 많은 시간들..
그런데 어떻게 그 모든 일들이 단 5분만에 일어날 수가 있냐는 거지
결국 난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렸고
불교 신자인 아빠는 내 얘기를 자못 심각하게 듣더니
이런 얘길 하더라 구,,
인형은 인형일 뿐인데 인형을 너무 사람처럼 대하면
그 인형에 떠도는 영혼이 깃든 다는 거야
주위에 몸이 없어 부유 하는 많은 영혼들,,
그런 영혼들이 사람처럼 대하는 인형에게 깃든 다는 거지
아빠의 말을 듣고 있으니까 더 소름이 끼치더라 구
그럼 내가 그 인형을 필요 이상으로 사람처럼 대해서
그 인형에 정말 떠도는 혼이 깃들 게 된걸 까
아빠의 말이 진짜이든 아니든 뭐든
본래 모습 다운게 좋은 거잖아
인형이면 인형 다와야 하는데 사람처럼 옷을 만들어 입히고
이불도 덮어주고 한게 잘못인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 날 저녁 아빠는 그 인형을 밖에다 버리고
왔고 내일 아침에 불태워 버리기로 했어
이제 처음부터 석연치 않은 느낌을
주던 그 인형은 없어지게 된 거지
근대 말야 아침에 학교 갈려고 책가방을
챙기고 있는데 엄마가 그러더라 구
새벽에 쓰레기를 버리려 밖으로 나갔는데
밖에 버려 뒀던 그 인형이 없어 졌다고 말이야
새벽 5시라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을 텐데,,,
하하… 정말 엿같은 일이지?
END


출처 -
1999년도 여름 하이텔 summer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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