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에 고합니다.

니췌 작성일 05.08.30 0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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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천국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아십니까? 예수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것은 어떻게 아십니까? 성령이 임하셨나요? 아니면 그분을 영접하셨습니까?

범인은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믿지 않고 철학자는 증명할 수 없으면 믿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지도, 증명해주지도 않으면서 믿음을 권고하는 것은 접근방법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당신네들 선배격이 되는 중세 유수의 신학자들은 보여주려, 들려주려, 그리고 증명해주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작금의 당신네들 꼬락서니는 뭡니까?

아퀴나스 신 증명법에 대해서 아십니까? 아리스토텔레스 원동자설은요? 오컴의 면도날도 모르진 않겠죠? 설마 모어의 유토피아도 모르는 겁니까?
아니 가장 기본적인 것인, 그리스도교가 인류 2천년 역사를 관통하는 제 1종교가 되는 것의 시발점이었던, 콘스탄티누스의 밀라노 칙령에 얽힌 역사적 비화를 알기나 하냐는 말입니다.

그러면서 교회 근처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 주님의 계시랍시고 전단지를 돌리고 각 동을 휘저으며 초인종 눌러대기에 여념이 없죠?
성가신듯 뿌리치는 이들을 위해 "주여, 마귀의 유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주님의 어린 양을 굽어 살피소서." 라고 기도 잠깐 읊조리면 그것이 당신네의 최선이며 도리인 것이죠. 참으로 은혜로운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당신네에 길가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튼튼한 손아귀와 두꺼운 철판면상을 베푸셨지만 책 한 자리 읽을 수 있는 두뇌와 시력을 베푸시는 데에는 꽤나 인색하셨나 봅니다.

아퀴나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장탄식을 흘릴 일이네요.

저는 철학을 하는(혹은 하고자 하는) 이이기에, 증명할 수 없으면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증명할 수 없다 해서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유일신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를 섬긴답시고 주께서 베푸신 눈, 코, 손, 발 등의 입력장치들을 부엌 찬장 깊숙히 쳐박아두고 "믿음 천당, 불신 지옥." 등의 구호를 외치는 데 필요한 혀만을 땀 뻘뻘 흘려대며 놀리는 당신네 종교인을 부정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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