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려고 합니다.. 여름내내 일만 하느라 휴가도 못가고 ㅠ_ㅠ 서운함을 달래고자 옛생각을 하다가 추억이 떠올라 이렇게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가 환절기라고 하던가요? 아무튼 건강조심하시고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1]화 줄거리 고등학교때.. 방학을 맞이해서 친구와 함께 흉가를 탐험하기로한 나. 첫번째로 고른곳은 부민동. 용기를 내어 탐험했으나, 귀신발견실패. 소문은 소문일뿐인가?
[2]화 흉가가 안되면 공동묘지로....
첫번째 탐험을 그렇게 마친 친구와 저는 다음 장소를 고르던중, 저희 외가집 뒷산에 버려진 공동묘지가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친구와 거기를 다음 장소로 정했습니다. 할머니,할아버지도 뵙고 싶었고, 아직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한터라 바로 짐을 꾸리고 다음날 외가집이 있는 청도로 향했습니다. 이번 공동묘지의 위치는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유호2리 입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뒤로는 한번도 가보지 못해 아직까지 그곳이 있는지는.... 얘기로 돌아가서... 청도역에 도착한뒤 읍내버스를 타고 외가집에 도착한 우리는 첫날은 늦게 도착한 것도 있고, 피곤한터라 그냥 자기로 했습니다. 둘째날... 날이 밝을때, 일단 공동묘지 지리를 파악하기 위해 외가집뒷편 산으로 향했습니다. 외가집이 위치한 곳은 20~30채 정도의 집이 있고, 작은 구멍가게가 있는 아주 작은 전형적인 농촌입니다. 생필품을 사기위해서는 읍내로 나가야하는 뭐그런.... 아무튼 산을 5분정도 올라갔을까...정말 버려진 듯 정확히 기억은 나지않지만, 30개?라고 하는것이 맞는지..아무튼 30개 정도의 묘지가 있었고, 오랫동안 사람이 오지않은듯 잡초가 무성히 자라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 였습니다. 낮이라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 대충 둘러본뒤 외가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할아버지께 공동묘지에 관해 여쭤보았습니다. 그곳에서 70평생을 살고 계신 할아버지셨지만, 특별한 사연이나 그런것들은 모른다고 하셨죠.. 조금은 실망했습니다. 일제시대와 관련된 무덤? 6.25와 관련된...?? 뭔가 있을줄알았는데 말이죠... 하지만, 오긴 왔으니 탐험은 해야했습니다. 밤이 되기를 기다리며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의 준비물 ... 손전등, 카메라, 물통, 목도대용 지게질때쓰는긴나무..-_-;이름을모르겠습니다. 할머니께서 주신 부적, 소금, 정도였습니다. 부적과 소금은 할머니께서 주신거라... 웃기면서도 내심 안심이 되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밤....10시경에 출발했습니다. 산으로 올라가는 입구까지는 100미터정도... 단 한개의 가로등만이 그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낮과 밤은... ㅠ_ㅠ 처음갔던 흉가와는 비교할수없는 자연의 공포...? 야밤에 산이 주는 공포는 흐.... 아무튼 서로 앞과 아래를 비추며 낮의 기억을 더듬어 공동묘지로 향했습니다. 공동묘지앞... 공동묘지의 지형은 이렇습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대충 표현한건데, 가운데가 길이고 십자가 형태로 되어있고, 4군데에 묘지가 펼쳐져있었습니다. 대충 그런게 저정도지만, 실제로는 길은 잡초들로 인해 사라진지 오래고, 묘지도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얘기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아무튼 공동묘지앞.. 낮과는 다르게 스산한 기운이 저희를 엄습해왔고, 한여름이라고는 믿기지않을만큼 한기를 느꼈습니다. 그런데 막상 흉가와는 다르게 뭐부터 해야할지가 막막했습니다. 무덤을 파볼수도없고..-_-; 일단 무덤가를 한바퀴 돌아보기로 한우리는 천천히 한발한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묘비가 없는곳이 대부분이였는데, 가운데쯤 왔을까? 낡은묘비가 쓰러져 있기에, 친구보고 같이 새워주자고 했습니다. 돌덩이는 돌덩인지 꽤 무거웠죠.. 묘비를 바로 새우고는 친구를 묘비옆에 새워두고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ㅎㅎ;착한일.. 가운데를 지나 가로방향의 마지막길까지 왔을때쯤...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가고 있다가 너무 놀라 헉! 하며 다리가 풀렸습니다. 낮에는 분명히 못본것같았는데, 묘지가 아무렇게나 파해쳐져있고, 관이 열려져있는체 있는거였습니다.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뭐지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도망가 머리속이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친구도 꽤 놀란듯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죠... 잠시 시간이 흐른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가져온 지게막대기를 꽉쥐어보고, 주머니에 부적을 확인한뒤 천천히 관을 향했습니다... 후...한숨을 크게 쉰뒤 손전등으로 관안을 비췄을때!!!!!!! 휴...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해골이라도 있을줄 알았는데, 비어있더군요... 가만 생각해보니, 왜 낡은관인데 아무것도 없지???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체가 기어나갔나...-.-;;; 친구와 저는 일단 파해쳐진 무덤주위를 둘어봤습니다. 낮에 못봤던것인지 꽤오래전에 파해쳐진듯했고, 주위에는 별다른것은 없었습니다. 일단 사진을 몇장찍었습니다. 그리고 아래쪽묘지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 우리.... 묘지를 살피며 갔지만, 특별한것은 역시나...없었습니다. 조금은 실망하며 제일 위쪽의 묘지들로 향했습니다. 가장위...그중에서도 가운데쪽에 위치한 작은묘..... 손전등을 비추지 않았다면 못봤을텐데.. 국화가 아닌 장미가...붉은 장미한다발이 놓여있었습니다. 꽤오랜시간이 흐른듯 검붉게변한 잎사귀들....이 버려진 듯한 묘지에 왜 누가 무슨 이유로 장미를..... 긴시간 바람이 많이 불었을텐데도 그장미는 마치 묘지에 달라붙은듯, 그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무섭다기보다 어떤사연이 있는 묘지일까...라는 궁금증이 더 컸습니다.친구와 저는 그묘지에 절을 했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모르지만, 다른세상에서라도 행복하시라고......탐험은탐험이니사진 찍은건 잊지않았습니다.... 파해쳐진묘..비어있는관...버려진묘지에장미꽃다발....많은 의문을 가진체 일단은 돌아가기로했습니다. 공동묘지를 반쯤 내려갔을까... 우리가 묘지로 들어섰던 곳에 하얀 아주 하얀 말그대로 한국귀신이 자주입는 그 하얀옷을 입은 사람이 서있었습니다. 조금 먼거리였고, 손전등으로 비추다가 갑자기 봤는데, 아무런 말도 못하고 생각도안났습니다. 그냥 멍하니 서있었습니다. 친구가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제 뺨을 때리며 정신차리라고 욕지거리를 했죠. 겨우 정신을 차린 우리는 그 햐안옷을 입은 사람?인지 뭔지 아무튼 그쪽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가까이가서 보니 할머니셨습니다. 우리 할머니가 아니라, 그냥 마을 할머니신듯.... 할머니께서도 야밤에 멀리서 빛이 보이니 놀라신듯 저희보고 욕을 하시면서 야밤에 묘지에는 왜 왔냐고 하셨죠...-_-;;;; 전후사정을 말씀드리니, 어린것들이 죽으려면 먼짓을 못하냐면서..ㅉㅉ 하셨죠... 그 할머니와 함께 산을 내려온뒤 그할머니집으로 갔습니다. 따라오라고 하셔서... 마루에 앉아 있으라고 하시고는 할머니는 잠시후 고구마와 복숭아를 가져오셨습니다. 먹으라면서... 우리가 손자 갔다면서...죽은손자가 안죽었으면 우리들 나이정도였을거라고.. 할머니께 묘지에서 봤던것들을 말씀드렸더니, 묘지에서 가져온 몇가지 의문중 하나를 풀수 있었습니다. 장미꽃다발.... 그건 할머니가 가져다 놓으신거라고 하셨습니다. 자기 딸의 묘지라시면서.....그 사연이 궁금해 조심스레 여쭤봤습니다...
꽤오래전 이야기입니다... 그할머니역시 이곳에서 평생을 살고계셨지요... 애지중지 하던 딸이 있었는데, 고등학교를 청도에서 졸업하고는 학업을 위해 서울로 갔습니다. 몇년의 시간이 흐른뒤 딸이 왠 남자를 데려와 결혼할거라고 했답니다. 행복해보이는 한쌍....할머니는 눈물을 홀로 훔치시며, 승낙하셨지요... 얼마동안은 행복했답니다..가끔 찾아와 문안인사도 하는 든든한 사위... 임신해서 행복해하는 딸.... 그렇게 얼마가지않아 아들을 낳은 딸... 할머니는 손자가 생겨 기뻤고, 행복해하는 딸의 모습에 더 행복해 하셨습니다. 그 행복은 평생을 갈줄 알았는데.... 사위가 직장에서 해고된후로, 술과 도박에 빠져 가정은 소홀해지고, 폭력과 돈타령을 하기 시작했답니다... 딸은 할머니가 걱정하실까봐 꽤 오래 말못한채 홀로 고통을 견뎌냈죠... 사위는... 결국 도박과 술..여자에 미쳐버려 가족을 버리고, 집을 팔아버린뒤 그돈을가지고 도망가버렸습니다. 딸은...어쩔수없이 어린 아기를 데리고 할머니댁으로 왔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던 할머니는 모든 이야기를 들으시고는...눈물을 흘리시며, 딸을 안아주셨습니다. 그동안 고생많았다고....(ㅠ_ㅠ들으면서많으울고,화도났었습니다...) 그렇게 돌아와 한동안 밥도 제대로 못먹고, 힘들어 하던 딸은 할머니가 지극정성으로 돌보신것이 도움이 되었는지..많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농사일도 도우면서...다시 행복해 지는듯 했습니다. 몇년뒤.... 손자가 이제 걸음마를 때고 엄마엄마 할때쯤...불행은 안타깝게도 다시 찾아옵니다. 손자의 교통사고...손자의 죽음... 딸의 자책감....딸의 자살..... 이부분에서는 할머니께서도 눈물을 흘리시며...말을 아끼셔서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짐작컨데, 딸이 손자를 잠시 못본사이 교통사고를 당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딸은 그 죄책감을 참지못해 얼마안되 스스로 목숨을 끊은듯.... 긴인생을 사신 할머니...저로써는 도저히 감당할수없을...그런 고통을 안고 사신 할머니... 그 묘지는 딸의 묘였고, 딸이 살아생전에 장미를 좋아해 놓아두신거라고...
이야기를 다들은 저는 무슨 말도 할수없었습니다. 그저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치는 것밖에.. 할머니는 저희앞에서 눈물을 흘리는것이 그러셨는지, 잠시 후 감정을 정리하신뒤 다시 오셨습니다. 그냥 노인네가 한말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시면서...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외가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그 사위... 정말 하늘이 있고, 신이 있다면, 그사람...지금쯤 저세상에서 자기아내와 자식앞에서 빌고 있어야할텐데... 그렇게 돌아온 우리는 공동묘지탐험은 접고, 몇일동안 외가집과 그할머니댁 농사일과 과수원일 아무튼 일을 도와드리고는 그렇게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할머니께서 버스타는 곳까지 마중나오셔서는 또오라고...고마웠다고... 하실때 웃으면서 버스를 탔지만, 왠지 모르지만 눈물이 났습니다. 건강하시라고, 꼭 다시 올테니까 건강하시라고... 크게 외쳤습니다. 아쉽게도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후로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다시 그할머니를 뵙지는 못했습니다. 건강하시면 좋으련만....혹...천국에 가셨다면, 딸과 손자와 함께 행복하셨으면....
부산으로 돌아와 사진을 현상한 우리는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장미꽃이 놓여있던 할머니 따님의 묘....그때봤을때만해도 분명히 검게변해버린 꽤오래된 장미같았는데, 사진속의 장미꽃은...붉게..선명한 붉은색을 띄고있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금도 친구와 이얘기를 하면, 우리가 잘못봤을꺼야..라고 애써 태연한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