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공포]외계인과 유성비

데이비듬백원 작성일 06.03.07 15: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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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과 유성비



외계인...
아마도 누구나 한번쯤은 외계생명체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자라왔을 것
이다. 그러나 나는 남들보다 그 '외계인'이라는 것에 무척이나 흥미를..
아니 관심을 가지고 있다. 거의 광적이라 할 만큼...

어릴때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골목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귀가
몹시도 큰 아저씨가 한명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애들은 무심코 지나쳤
지만 나는 문득 TV프로에서 본 귀 큰 아저씨가 나오던 외화 프로그램
이 생각났다. 순간...

'아.. 저 아저씨가 바로 그... 외계인이구나.'

라고 생각하고는 놀던 것도 다 팽개치고 그 아저씨 뒤를 졸졸 따라 갔
었다. 그런데 그 아저씨는 역으로 가더니 지방으로 가는 기차를 타는 것
이었다. 나는 그 아저씨가 비행접시가 있는 곳으로 가리라 굳게 믿고 떠
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한참을 그렇게 가다보니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밖은 어두워 지는데 엄마 얼굴도 보고 싶어졌고...

결국 큰 소리로 그 아저씨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울고 말았다.

"흑..흑... 저 아저씨 때문에 내가 여기 기차에 타게 됐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 우앙~~"

결국 그 아저씨는 유괴범으로 오해를 받아 간이역에 강제로 끌려 내려
그곳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고... 나의 부모님은 놀라서 달려오시고...
물론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너무
도 진지한 대탐험의 길이었다.

나이가 먹어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수학여행을 갔었을 때 일이다. 다음날
일찍 석굴암에 오르는 일정이 있었는데 반 친구들은 모두 잠에 취해 자
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잠이 오지를 않았다. 예전부터 석굴암이
라는 곳은 우리나라 삼대 불가사의한 건축물이고 어쩌면 외계인이 그것
을 지었을 지도 모른 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새벽
까지 참지 못하고 그 산길을 어기적 어기적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피곤해서 석굴암에 가는 도중에 웅크리고 잠을 잤었던 것 같다.
눈을 떠보니 날은 이미 밝아 해가 내 머리 위에 있었는데 주위는 온통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반 친구들
이 새벽에 모두들 일어나 내가 없어진 것을 알고는 다들 일정을 포기하
고 나를 찾아 헤맸다는 것이었는데... 실은 그렇게까지 난리가 났던
것도 전날 내가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석굴암에 외계인이 살지도 몰라. 나는 꼭 그 안에 들어가 그들을 만나
고 말거야. 내가 듣기로는 그 안에 비행접시와 또 외계와 통하는.......
만약 없다면 나는 석굴암에 있는 불상을 부셔서라도..."

반 친구 중 한명이 그 얘기를 선생님께 말했고 평소 나의 정신 상태를
의심한 선생님은 진짜로 내가 그짓을 하여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석
굴암 불상에 훼손을 입힐까봐 그길로 모든 학생들을 총 동원하여 나의
색출작업에 전력을 다했던 것이다. 끝내 그날 나의 오랜 소원이었던 석
굴암 구경은 이루지 못한 건 물론이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미팅을 할 때마다 나의 철저한 '외계인 신봉'이 말썽
을 부리고는 했다. 사실 나는 천문학과에 무척이나 가고 싶었지만... 집
안의 만류와 또 나의 출중한(?) 실력 때문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그나마
대학에 그 비슷한 동아리가 있어 입학 즉시 가입을 했었다.

그 곳의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무척 말도 잘
통하고 생활도 아주 즐거웠다. -그러나 나중에야 그 동아리가 S/F 소설
에 관한 동호회라는 것을 알았다. 어쩐지 내가 아무리 허무맹랑한 얘기
를 해도 맞장구를 잘 쳐준다 했더니만...- 그 동아리 선배들이 내가
재미있다고 미팅을 많이 주선해 줬는데 나는 그들에게 평소 하던 얘기를
미팅에 나가서도 해댔던 것이다.

"우리가 믿는 종교라는 것은 아마도 인류를 창조한 외계 생명체에 관한
것이 아닐까요?"

"마야 문명이라던가 이집트 문명 그리고 ... 그런 모든 것은 외계인이 몇
만년전에 지구를 다스릴때... 지금 우리는 그들을 기다려야 하는 사명
이..."

"별을 좋아 하시나요? 전... 그 중에 분명히 지적 생명체가 산다고 믿습
니다. 물론 미국 국방성 지하에는 외계인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구요..."

"가끔 하늘을 보면 구름이 길다랗게 보인 적이 있죠? 사람들은 그게 비
행운이라 하면서 비행기가 지나갈때 생기는... 그러나 알고 보면 그건 전
부 미확인 비행 물체... 아는 사람들은 그걸 숨기고 무지 몽매한 보통 사
람들을 우롱하고..."

내가 말하는 태도가 조금이라도 장난기가 있었다면 웃고 넘어갔을 테지
만 나의 너무도 진지한 표정이 그들에게 거부감과 동시에 따돌림의 원
인이 되었던 것이다. 얼마 안가 미팅은 커녕 동아리에서도 일명 '또라이'
라고 낙인이 찍혔고....

졸업을 하고 회사에 취직을 할때도 나의 굳건한 신념이 인생을 망쳐 놓
았다. 한번은 면접때 '미확인 비행 물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건 물론 나의 전공이기도 했고 누구에게라도
뒤지지 않을 방대한 양의 독서가 나의 지적 자부심을 뒷받침 해주고 있
었기에 청산유수로 대답을 했는데...

남들은 5분이면 끝날 면접을 나는 얼굴이 벌겋게 흥분되어 침까지 마구
튀기며 면접관과 그 점에 대해 멱살까지 잡고 실갱이를 벌이고 말았다.
그러니 볼장 다 본건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현재 나의 직장은... 애석하게도 집이다. 물론 월급은 부모님에게서 받
고, 하는 일을 말하면 낮에는 집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하고 -하긴 그
냥 방에 누워 전화나 받고 인기척만 내면 되니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
다.- 밤에는 망원경을 들고 하늘을 감시하는 것이다. 어떨때는 내가 한
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릴적부터 나의 확고한 신념이 나를
지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신념이란...

"수많은 별들 중에 언젠가 내게 다가올 우수한 지적 생명체의 출현을 누
구보다도 내가 먼저 맞이할 것이다."

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이 언제 올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아
직도 살아갈 날이 수십년인 나로서는 그것도 그리 염려할 만한 것은 아
닌 듯 싶었다.


그런데 어제 상규에게서 전화가 왔다. 상규는 대학교때 우연히 길거리에
서 만났는데 어딘지 모르게 신비로운 말을 많이 하였고 하고 다니는 것
도 나의 취향에 딱 맞아 급속도로 가깝게 되었다. -사실 친구는 상규를
제외하고는 한명도 없지만...- 상규는 내가 수화기를 들자 마자 기다렸
다는 듯이 말을 했다.

"친구여, 자네 들었는가? 내일 새벽에 '유성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상규는 평소처럼 반존대를 내게 하며 얘기했는데.... 물론 나도 몇달 전
부터 '유성비'가 내릴 날을 학수고대 하고 있던 바이기도 했다. TV고 라
디오고 며칠전부터 '유성비'에 대해 떠들어 댔는데... 밤하늘에 별똥별
이 한무리를 지어 지나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인다는 '유성비'는 이번이
아니면 100년 후에나 관찰이 가능하다고 했다.

지금의 나의 건강 상태나 현존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로는 나이를 130살
이상 먹기가 불가능하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번 기회에 봐야 하는 것
이 나의 지상 과제이며 신념 실천의 한 방법이기도 했다. 혹시 알겠는
가... 그 속에 묻혀 이동하는 비행접시를 보게 될는지...

"그건... 이미 들어 알고 있는데... "
"흠... 그렇군, 역시... 자네 나와 내일 같이 밤을 새며 '유성비'를
감상할 생각이 없는가?"
"나야 물론 좋지..."
"음. 그러줄 알았네... 그런데 마음 같아서야 멀리 동해라도 가서 넓다
란 하늘을 바라보며 감상하고 싶네만 자네나 나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우리 동네 야산에서 돗자리나 펴놓고 감상하세나."

나야 뭐 반대할 일이 아니었다. 혼자라도 밤새 '유성비'를 보며 그 신비
함과 외계인에 대해 신중하게 고찰을 해볼 생각이었으니...

"그럼 승낙하는 것으로 믿고... 흠. 그럼 오늘밤 자정에 나의 집으로
오게나. 만나서 같이 산에 올라가세"


나는 정각 밤 12시에 상규를 만나 그의 집 뒷동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
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 뒷동산은 을씨년스럽고 으시시했다. 더
구나 산속 여기 저기에 주인도 없어 보이는 듯한 무덤들이 꽤 있어 더
욱 그랬다.

"자... 여기가 아주 적당할 듯 싶네. 하늘도 잘보이고 바람도 적게 부
니..."

상규는 가져온 돗자리를 판판한 잔디밭에 '쫙' 펴더니 큰 대자로 벌렁
드러 누웠다. 나도 그의 옆에 따라 누웠다.

"잠들지 말게나. 친구... '유성비'는 평생을 통 털어 오늘, 단 한번
밖에 못 볼테니... 그리고... 떨어지는 유성에 빌 소원이나 미리 생각해
두게... 혹시 아나? 소원이 이루어 질지..."

그리고 보니 나는 '유성비'가 '외계인이 관련된 천체에서 일어나는 희귀
한 현상'이라는 것에만 신경을 썼지, 상규가 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한 바가 없었다. 나의 소원이라... 소원이라면...

"친구여.. 나의 소원은 단 한가지라네. 나는 돈도 명예도 다 중요하게 생
각하지 않는 다는 건 자네도 이미 주지의 사실일걸세... 나의 소원은...
단 하나... 놈팽이와 눈 맞아 달아난 내 집사람이 돌아오길 바랄 뿐일
세..."
"넌... 참 마음도 넓다. 다른 남자가 좋아서 도망갔다면서 아직도 미련을
못버리냐?"
"훗... 그건 잠시 그녀가 잘못 생각해서 저지른 일일거라네. 그녀는 지금
쯤 후회를 하고 있을거라 믿고... 참, 자네 소원은 뭔가?"

나는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나야... 뭐... 너도 알다시피 외계인을 한번 만나 보는 거지. 내가 조사
한 바에 따르면 이 지구상에도 외계인이 꽤 되는 것 같아. 우리가 잘 모를
뿐이지만... 어쩌면 오늘 일어?'유성비'라는 것도 비행접시들의 대 이동
일지도 모르고... 더우기..."

상규는 얼굴을 돌려 '피식'하고 한번 웃더니 얘기했다.

"아직도 자네는 외계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구만. 흠... 어쨌든
소원이 이루어 지기를 바라네..."

우리는 한동안 싸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구름이 오락가락 하는 밤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생각처럼 유성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 두시간 쯤 지났을 때 갑자기 상규가 소리쳤다.

"친구여! 방금 봤나? 유성이 떨어지는 것을?"
"아... 아니. 잠시 졸았나 본데... 넌 봤어?"
"하. 하. 하. 당연하지 거기다가 그 짧은 순간에도 소원까지 빌었다네.
아까 그 소원을..."

왠지 모르게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야... 좋겠다... 뭐.. 나도 조금 있으면..."

그때 상규가 깜짝 놀라며 바지 춤에서 휴崙昰?꺼내 들었다.

"밧데리가 새거라 그런지 진동이 무척이나 심하네 그래."

상규는 천천히 휴대폰을 받아 몇마디를 나누더니 이내 끊어 버렸다.

"허... 거 신기한 걸? 방금 친구놈 전화인데... 내 마누라를 찾았다고
하네. 지금 자기 집에 있으니 와서 화해하라는 구만."

나는 조금 믿기?않았으나 평소 허튼 소리를 하지 않는 상규의 성격을
잘 아는터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이야? 야, 진짜 희한하네? 소원이 그렇게 금방 이루어지다니..."

상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친구여 난 이제 '유성비'를 볼 목적이 없다네. 믿지는 않았네만
현실로 소원이 이루어 지니 나도 어리둥절할 뿐일세. 자, 그럼 난 집사
람을 만나러 갈테니 자넨 여기서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이루게나...
그럼... 이만..."

나는 심드렁한 눈길로 그런 상규를 바라 보는데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겉옷을 벗어 내게 건네줬다.

"친구여. 이걸 입게나. 밤이 깊어 질수록 쌀쌀해 지는데 자네가 지금 입
고 있는 옷은 동사하기 딱 알맞을 것 같네. 어차피 이 옷도 전에 내가
자네 집에서 빌려 온거니..."
"넌? 안 춥겠어?"
"하. 하. 집이 바로 이 아래인데 뭐 걱정있겠나? 자, 어서 입기나 하게."

나는 상규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움을 느끼며 빌려줬던 겉옷을 받아 입
었다. 상규는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어둠속으로 천천히 사라져갔다.

상규가 산을 내려간 후 나는 두시간 동안 네개의 유성 밖에 보지를 못
했다. 생각처럼 많이 보지 못한게 아쉬웠지만 별똥별이 떨어질 때마다
중얼거린 나의 소원 -외계인을 보고 싶다는- 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돗자리를 걷고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반쯤 내려왔을 때 숲속에서 한 남자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처음
에는 깜짝 놀랐지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소리나는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살펴보았다.

"어... 저게... 뭐야?"

빨간색 옷을 입은 남자 한명이 등을 돌린 채 잔뜩 웅크리고는 반쯤 무
너진 무덤 앞에서 울고 있는 것이었다. 무서운 생각이 들어 그냥 지나
칠려고 하는데 그의 중얼거림이 내귀에 조그맣게 들려왔다.

"아... 아버님. 오늘이 돌아가신지 꼭 십년째네요. 흑. 흑. 흑...
아버님이 연구하시던... 어쨌든 그놈의 외계인 때문에... 아직도 그놈
은... 예... 그래요. 아랫동네 빨간 벽돌 이층집... 대머리가 벗겨진.
.. 그 외계인은... 아직도..."

바람에 흩날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내 귀에 똑똑히 들린 단어는
'외계인'이라는 것이었다.

'외계인? 혹시... 별똥별에 소원을 빌어서 이루어 지려나? 맞아 상규
도 금새 소원이 이루어 졌으니...'

나는 앞뒤 생각할 틈도 없이 빨간 벽돌 집을 찾아 산을 뛰어내려갔다.


나는 지금 유치장에 있다. 나의 죄목은 '절도 및 살인'이라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를 않는다. 무덤 앞에 있던 빨간 색 옷을 입은 남자의 말대
로 빨간 벽돌집을 찾았는데 아무리 초인종을 눌러도 문을 열어주지 않길
래 오직 '외계인'을 확인할 목적으로 담을 넘어 들어갔는데...

이미 방안에는 대머리 남자가 칼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고 나
는 그가 죽어버리면 나의 신념과 진실을 확인하지 못할까봐 어쩔 줄 모
르고 서있는데 느닷없이 경찰이 들어와 나를 체포한 것이다.

경찰의 말로는 내가 입고 있던 겉옷에서 피묻은 칼과 돈뭉치가 나왔다
는데... 그것 역시 이해 못할 일이었고.... 더욱이 내가 '외계인' 운운
할 때는 완전히 나를 미친 놈 취급을 하는 것이었다. 나의 신념이 무너
지는 소리에 경찰과 한바탕 몸싸움을 벌인 것 까지는 내가 잘못했다 하
더라도...

상규의 부인이었던 그녀는 왜 내게 와서 자기가 사랑하던 새 남편인 대
머리를 죽였느냐고 울부짖는지도 모르겠고 상규는 집사람과 화해를 하
러 갔으면서 왜 아직도 '죽은 대머리의 보험료... 위자료' 운운 하면서
서로 왠수 대하듯 하냔 말이다. 그리고 마치 대머리가 잘 죽었다는 듯
한 상규의 말투도 이상하지만...

더욱 이해가 안가는 건... 상규와 내가 그날 밤 같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내 담당 형사가 사실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경찰서로 상규를 호출
했는데... 상규는 그날 일을 극구 부인을 하며 나를 미친 놈 취급하는
것이었고...
그날 자정부터 밤새도록 상규와 같이 술을 마셨다고 말도 안돼는 증언
을 한 상규의 친구가 하필이면 내가 무덤 앞에서 본 그 빨간색 옷과 같
은 옷을 입고 있느냐는 것이다.

어쨌든... 경찰은 나를 완전히 돌은 놈으로 취급을 하며 내 말은 들을
생각도 안하니... 나는 그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내년이면 지구의 종말이 올테니 말이다. 인류의
종말은 외계인의 지구로의 귀향을 의미하고...

나는 앞으로 조용히 이 차디찬 감방 -새로 옮긴 감방은 무척이나 위생
적이다. 하얀 철재 침대에 하얀 벽... 그리고 혼자 쓰는 독방에다가
간수들도 모두들 하얀 가운을 입고 있다.- 에서 그들을 기다릴 작정이
다. 인간들의 이상한 행동들에는 이미 진력이 나 버렸으니... 새로운
외계의 지적 생명체를 기다리며... 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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