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공포]새벽, 산골 성당에서

데이비듬백원 작성일 06.03.07 15: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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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산골 성당에서



아무도 없는 새벽의 성당 안은 참으로 고즈넉하기 그지 없다. 특히 오늘
처럼 눈이 휘몰아치는 한적한 산골 성당 안은 더욱....

자정이 넘었지만 나는 텅빈 성당 안에서 십자가를 향해 무릎을 꿇고 기
도를 드리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성호를 긋고 천천히 일어나 성당 문을 열었다.

"누... 구시죠?"

성당 밖은 저녁나절보다 더욱 눈보라가 휘몰아쳐 앞도 잘 분간이 되질
않았는데 온 몸에 눈을 흠뻑 뒤집어 쓴 한 남자가 추위에 덜덜 떨며 서
있었다.

"저... 신부님이신가요?"

그 남자는 조심스럽게 나를 보고 물었다. 나는 그의 다소 어이없는 물음
에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이 밤중에 성당에서 이런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신부가 아니면 누구겠
어요?"

농담이 섞인 물음이었지만 그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쓱 훑어 보
았다.

"그렇겠군요. 죄송합니다. 사실 저는 성당에 와 본 것이 몇번 안돼서
요..."
"아, 예... 그러시군요."

갑자기 밖에서 겨울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쳤다.

"들어가도 될까요? 몹시 춥군요..."
"아, 이런. 예, 들어오세요. 제가 손님을 문밖에 세워 놓고..."

그 남자는 문을 닫고 들어와 몸에 묻은 눈을 털어냈다.

"저... 그런데 이 밤중에 어쩐 일로 성당에..."
"차차 말씀드리기로 하고요... 어디 몸 좀 녹일 때가 없나요?"

나는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그를 난로가 켜져 있는 제단 앞으로 안내
했다.

"여기 앉으시죠. 이 곳은 워낙 산골이라 성당이라해도 미사를 지내는 본
당하고 제가 머무는 조그마한 방이 전부거든요. 그런데 마침 제방이 오
늘 난방이 고장나서..."

그 남자는 내 말에는 아무 대꾸도 안 하고 본당 안을 '휘' 둘러보았다.

"그나저나 이런 산골 성당에 무슨 일로..."
"예...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전 신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앞으로 종교를
믿을 생각은 추호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 런데요?"

나의 경계하는 듯한 물음과 몸짓이 조금 어색해 보였는지 그 남자는 너
털 웃음을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신부님 같은 분도 사람을 꺼려하나요?"
"예? 아뇨. 꺼려하긴요. 우리들은 모두 하느님의 다 같은 한 형제인데..."
"훗... 정말 신부님다운 말씀을 하시네요."

그 남자는 한동안 내 눈을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제가 왜 여기 온 줄 아세요?"
"아뇨. 말씀을 안 하셨으니... 제 생각에는 오늘 눈도 많이 오고 또 타지
라서 딱히 머물 곳이 없어서 오신건가 하고...."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남자가 말을 가로챘다.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그건 아니예요. 물론 지금으로
서는 딱히 갈 곳이 없는게 사실이지만..."
"그러면은요?"
"저...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갑자기 진지해진 그의 태도가 조금 이상해서 되물었다.

"예? 어떤걸..."
"정말로 신부님이 사람들이 지은 죄를 용서해주면 죽어서도 죄가 풀어져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나요?"

약간은 무식한 표현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의미는 알아 들을만해서 고
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이제부터 제가 온 이유를 얘기하죠. 첫번째는, 제가 예
전에 저지른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예요."

그의 날카로운 눈이 번득였다.

"예? 아... 계속 말씀하세요.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
는 사람은 언제나 용서하신답니다."
"훗, 그런 닭살 돋는 말은 필요없구요... 하. 하. 하. 좋아요. 얘기하죠."

나는 문득 쌀쌀함을 느껴 자리에서 일어나 난로의 심지를 돋우고 돌아왔다.

"이년전 일이었지요. 그때 저는 제 직장 동료들과 일을 하나 벌였어요."
"일이라면...?"

그 남자는 난로를 향해 두 손을 마주 비비며 말을 이었다.

"예...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도둑질이죠."
"예?"

그의 느닷없는 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그는 '피식'하고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이고, 이거... 저같은 죄인이 거룩하신 신부님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죄를 얘기하려니 당최 쑥스러워서..."

한껏 비아냥거리는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거슬렸지만 나는 그윽한 미
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아... 편하게 생각하시고... 계속 말씀하세요. 전 조용히 듣기만 할테
니..."
"훗... 그러죠."

다시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조금전과 같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
았다.

"그날도 오늘처럼 눈이 많이 내렸어요. 저는 직장 동료... 아, 그러니까
같이 도둑질을 하기로 한 친구 놈 둘하고 서울에 있는 보석상을 털기로
했거든요? 물론 계획도 엄청나게 오래, 그리고 철저하게 짰고..."

점점 흥미로워지는 그의 얘기에 의자를 바싹 당겼다.

"아뭏든 저랑 동업을 하던 친구들은 꽤 오랜동안 일을 같이 해 왔기 때
문에 믿을 만했고요... 만약 우리가 목표로한 그 보석만 수중에 넣는다면
평생 놀고 먹을 수가 있었죠."
"그... 래서요?"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피워 물었다.

"펴도... 되나요? 저 위에서 예수님이 보시고 있는데... 후후후"

넉살 좋은 그의 태도가 나의 찜찜한 기분을 다소 누그려 뜨렸다.

"예... 좋으실대로..."
"하여간 제 계획대로 그 보석을 훔치는 건 성공적이었는데... 글쎄 친구
한 놈이 도망치던 도중에 갑자기 발작을 하는거예요. 꼭 간질병 환자같
이... 그러니 어떡해요? 원래는 미리 마련한 배를 타고 동남아시아로 튈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친구라는 놈이 그 지경이고 보니 일단 산으로 숨
자는 결론을 내렸죠."
"아니... 아픈 사람을 데리고요?"

그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훔친 승용차도 있었고... 또 도중에 진통제하고 수면제를 사서 먹이니
잠시 조용해 지더라고요... 그래서 이 근처까지 억지로 왔는데... 그
발작을 하던 놈이 갑자기 숨을 안 쉬는 거예요. 훗... 생각해 보면 웃긴
일이지요. 자꾸 발작을 하니 되는 대로 약을 먹인다는게 아마 치사량을
넘은 모양이더군요..."
"세상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람 죽은 얘기를 하는 그의 얼굴이 경멸스럽
기까지 했다. 그의 얘기는 계속 되었다.

"죽은 놈이 하나 있으니 아무데나 들어갈 수도 없고... 할수 없이 조용
한 곳을 찾던 중 바로 이 성당을 발견하고는 숨어 들었죠."
"이... 성당에요?"
"예, 아마 신부님은 그 당시 사건을 못들으신 듯 하네요? 하긴 요새 사
람들은 이년전 얘기를 마치 이십년전 일만큼이나 오래전이라고 생각 들
을 하니... 후후후"

어쨌든 그 후의 일이 듣고 싶어져 그를 다그쳤다.

"계속하세요."
"제 얘기가 재미있나 보죠? 후. 후. 후. 어쨌든 그래서 이 성당에 몰래
숨어 들어와 기도를 하고 있던 늙은 신부를 묶어두고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을 했죠. 왜냐하면 이미 그때는 눈이 너무 많이 와 이 산
을 내려 갈 수가 없었거든요? 천상 하루는 묵어야 할텐데... 새벽이 되
면 성당에 미사를 보러 사람들이 몰려올테니... 참, 뭐라도 마실 것 없
나요? 목이 마른데..."
"예, 잠시만..."

나는 제단 위에 있던 물컵을 꺼내 난로 위의 주전자에서 끓고 있던 물
을 그득히 따라 그에게 건냈다. 그는 양손으로 물컵을 움켜쥐고는 '후후'
불며 홀짝였다.

"따뜻하니 좋군요. 흠... 어디까지 얘기했죠? 음, 맞다... 그래서...
제 친구와 저는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했죠. 도망을 치자니 날씨가 방해
를 하고, 가만 있자니 붙잡히겠고... 결국 생각해낸게 보석을 우리만 아
는 곳에 숨겨두고 자수를 해서 몇년 감방에서 썩고 나와 찾자는 결론을
내렸지요."

나는 의문이 들어 머리를 갸웃거렸다.

"아니, 경찰이 보석을 숨긴 곳을 못 알아내겠어요? 뻔히 당신들이 훔친
걸 아는데요?"

그는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순진하시긴. 다 생각이 있었죠. 죽어버린 그 친구를 근처 눈속
에 안 들키게 암매장하고는 '그 놈이 우리를 배신해서 보석을 가지고 튀
었다. 그래서 생각끝에 자수를 하게됐다. 어서 그 놈을 잡아달라...'
이럴 작정이었죠."

나는 어이가 없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말을 경찰에서 믿을 것 같았어요? 설사 처음에는 당신들 말을 믿는
다 해도 언젠가 시신이 발견되면..."
"훗, 어차피 그 길밖에는 없었어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으
니까... 그래서 친구와 제가 적당한 곳에 보석을 숨겼는데... 재수가
없으려니... 참나... 그때까지 저희들의 죄는 기껏해야 절도 정도였는
데..."
"예? 그럼... 또 무슨 일이?"

그는 홀짝이던 물을 다 마셨는지 옆에 내려 놓으며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살인이라는 죄가 추가됐죠. 얼떨결에..."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말대로라면 지금 나는 살
인범과 마주 앉아 있는 셈이니... 그는 내 안색을 살피더니 사뭇 무게있
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부님. 어차피 오늘도 그날처럼 눈이 많이 와서 도망가시지도 못해요.
저와 함께 있는 수밖에는... 그러니 괜히 그날 그 늙은 신부처럼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마시고..."
"아니, 그러면...?"
"후. 후. 그래요. 갑자기 그 뚱보 늙은이 신부가 우리가 묶은 밧줄을 풀
고 달아나려는 거예요. 엉겹결에 품에 품고 다니던 칼로 쑤셔댔는데...
으... 전 사실 그때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거거든요? 그런데 참으로
느낌이 묘하데요? 신부님은 그런 느낌 아세요? 살가죽이 '푹' 찢어지며
'쑤욱' 들어가는 소름끼치는 느낌..."

나는 갈수록 광기에 들떠가는 그의 얼굴을 잔뜩 긴장한 채로 쳐다보며
몸을 사렸다.

"그러자 같이 있던 친구가 깜짝 놀라 제게 따지더군요. 사실 그놈은 독
실한 신자 였거든요? 웃긴 놈이지. 그렇게 독실한 놈이 왜 도둑질을 하
고 다녀? 하하하... "
"......"

그는 자기 말에 심취한 듯 나를 아랑곳도 하지 않고 주절댔다.

"그런데 칼에 찔려 피를 철철 흘리며 널부러져 있는 신부를 쳐다보니 이
건 제 눈이 도리어 뒤집혀지는 거예요. 그런 내 옆에서 마구 따지고 드
는 친구 놈의 말투도 귀에 무척 거슬렸고... 어쨋든 이젠 될대로 되라
싶어 한번 더 그 묘한 느낌을 느끼고 말았죠. 히히히... 친구 놈은 내
칼에 가슴이 찔린 후 바닥에서 피를 토하며 버둥거리는데... 아마 저기
십자가의 예수님이 손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었다면 귀부터 막았을
거예요. 칼에 찔린 친구 놈이 얼마나 비명을 질러대던지... 나는 그 끔찍
한 소리에 정신이 하나도 없어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죠. 그러다가 간신
히 정신을 추스리고 친구 놈을 한번 더 찔러 조용하게 하려고 했는데..."

그의 입에서는 쉴새없이 지난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때 느닷없이 성당 문이 열리더니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드는거
예요. 훗, 나중에 알고보니 신부의 야참을 가지고 오던 어떤 사람이 창
밖에서 그 끔찍한 광경을 보고 사람들을 데리고 온 거였는데... 아, 맞다.
어쩐지 늙은 신부가 무지하게 뚱뚱하더라... 꼬박꼬박 야참을 챙겨먹어서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더 이상 그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의 말 맞다나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게 현실이었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붙잡혀 감옥으로 끌려가고 내 친구 놈은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결국 친구 놈은 다음날 병원에서 죽었다더군요. 후후후."
"......"
"어쨌든 저는 절도에 살인범으로 몰려 희대의 나쁜 놈이 되고는 사형을
언도 받았죠. "
"그... 그런데 어떻게 여길... 그리고 왜... 여기에 오신..."

내 목소리가 갑자기 떨리는 것을 느꼈는지 그는 히죽 웃고는 내눈을 똑
바로 쳐다보며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제... 탈옥했거든요? 내가 그냥 감옥에서 죽을 수가 있나요? 흐.
흐. 흐. 자, 이제 제가 여기 온 첫번째 이유를 말씀드렸으니... 신부님께
서 그 목적을 이루어 주시죠. 어서, 저의 죄를 용서해 주세요. 그러면 그
후에 여기에 온 두번째 이유를 얘기할테니.... 어서... 요!"

나는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기가 질려 되는 대로 기도를 중얼거리며 죄
를 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만족한 듯 빙긋이 웃었다.

"신부님은 그때 그 뚱보 신부와는 달리 제 마음에 쏙 드는군요. 흠. 좋아
요. 그럼 여기에 온 두번째 이유는...... 저기 제단 옆에 서 있는 석고로
된 천사상의 몸속에 들어 있는 제 보석을 찾으려고 왔죠. 하. 하. 하. 그
날... 저희는 저 곳에 보석을 숨겼었거든요?"

그는 커다랗게 웃어 제끼며 손가락으로 천사상을 가리켰다. 나는 순간
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느꼈다.

"흠, 그런데... 이제는 필요 없는 걸림돌이 제 앞에 앉아 계시네? 바로
당신 말이야... 이제 죽어줘야겠어."
"아... 아니... 이런..."

그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재빨리 내 멱살을 움켜 쥐더니 품속에서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재빨리 꺼냈다.

"아... 안돼... 아~~악!!"

그의 칼날이 '쒸이익'하고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

"휴우... 이 놈의 신부도 무지하게 무겁군. 그나저나 아까 조금만 늦었
어도 꼼짝없이 죽을 뻔 했어..."

나는 이미 저녁에 죽여 버린 이 성당의 진짜 신부를 방에서 끌어내어
조금 전까지도 칼을 들고 설쳐대던 그 남자의 곁으로 옮겼다. 그 남자는
내게 칼을 빼앗긴 후 자신의 칼에 되려 난도질 당해 피를 흘리며 쓰러
져 난로 옆에서 신음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아직도
숨이 붙어 헐떡대는 그 남자의 귀에 대고 다정히 말했다.

"이 새꺄... 내가 진짜로 이 성당 신부인줄 알았냐? 후후후... 잘 들어.
나는 네가 이년전 이 성당에서 칼로 찔러 죽인 네 친구의 동생이야.
병원에 실려간 나의 형은 죽어가면서 너와 보석을 훔친 일들과 또 이
성당 어딘가에 그 보석을 숨겼다는 얘기들을 했는데... 미처 구체적인
장소까지는 말을 하지 못하고 죽어 버리두만..."

그 남자는 가늘게 실눈을 뜨고 여전히 입에서는 피를 토하며 나를 바라
보았다.

"후후후, 그런데 어제, 네 놈이 감옥에서 탈옥을 했다는 뉴스를 봤거든?
그래서 미리 이곳으로 와 신부처럼 변장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거야.
분명히 네놈은 이 성당 어딘가에 숨겨놨을 보석을 가지러 올 테니까..."
"제... 발.... 사... 살려줘... "

나는 그의 얼굴을 발로 짖이기며 말했다.

"시끄러워! 나는 네가 성당에 몰래 숨어 들어와 조용히 보석만 훔쳐가길
바랬지. 만약 그렇게만 한다면 네 뒤를 따라가 덮쳐서 다시 뺏을려고 했
으니까. 그런데... 배짱도 좋게 당당히 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다니...
하긴 한번 피맛을 본 놈이니 뭔 짓을 못하겠냐? 사실 아까 너와 얘기를
할 때는 나도 무척 떨렸었다. 언제 네가 덤벼들어 나를 죽일지 몰라서.."

내가 발에 힘을 더하자 그의 광대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쨌든... 보석은 내가 가지고 간다. 참, 그리고 죽어 가는 마당인데 인
심 한번 쓰는 셈치고 내 대신 누명 좀 써라. 자 여기 내가 아까 진짜 신
부를 죽인 도끼가 있으니 손에 들고..."

이미 숨이 끊겨가는 그 남자의 오른손에 억지로 도끼를 들려주었다. 그
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흠... 그런데 뭔가 어색한데? 아! 그래, 이게 더 낫겠군."

나는 그 남자가 나를 찌르려고 하던 칼을 죽어버린 진짜 신부의 손에
들려주고는 난로 곁에 있는 석유통을 들어 그 둘에게 내리 부었다.

"이제야 구색이 맞는군. '도망가던 탈옥수가 몸을 피하기 위해 어느 산골
성당에 숨어들었는데 이를 이곳 신부가 발견하고는 서로 싸우다가 실수
로 난로가 엎어져 성당에 불이 나고...'"

있는 힘껏 발로 난로를 걷어차 쓰러뜨렸다. 순식간에 바닥과 그 둘의 몸
뚱아리에 불이 붙으며 살이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그들을 뒤로
한 채 문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흠... '그리고 그 둘은 다툴 때 입은 상처가 너무 깊어 불이 난 성당에서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해서 끝내는 죽고 말았다' 이 말씀이야... 캬~ 즉흥적
으로 생각해 낸 것 치고는 꽤 괜찮은데?. 하. 하. 하."

다시한번 보석이 든 안주머니를 확인하고는 성당 문을 활짝 열었다. 아
직도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야, 참, 눈도 잘 온다. 멀리서 여기를 보면 장관이겠는걸? 빨갛게 불이
난 성당 지붕위에 펑펑 쏟아져 내리는 하얀 눈을 보면 말이야... 하. 하.
하. 우. 하. 하.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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