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공포]희한한 영혼 결혼식

데이비듬백원 작성일 06.03.07 15: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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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영혼 결혼식



'당신은 사랑을 믿으십니까?'
아니 좀더 자세히, '진정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으십니까?' 훗, 그보다는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 더 편하겠군요... '사랑의 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
시는지요?' 글쎄요... 각자 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실겁니다만...

처음에 남자 혹은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기 시작하는 것은 단순한 호기
심에서 부터 일겁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의 소유욕과 보고픔에 목메다
는 아쉬움이 생기고... 그리고 나면 그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요? 그것
은... 자신이 늘 함께 하고자 원하던 그 혹은 그녀가 바로 자신의 곁에
같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들은 그걸 결혼이라고 하더군요. 결혼... 참 묘하고도 가슴이 뛰는
단어입니다. 이, 삼십년간을 서로 모르고 살다가 이, 삼십년간을 함께하
기 위해 치루는 의식이라니...

아, 제가 여지껏 말씀드린 것에 반박을 하시거나 틀린 생각이라고 말을
하셔도 전 상관없습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건 그 수많은 연인
들 중에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덧붙여 요즘 제 주변에서 일어난 희한하고도 이상했
던 사랑의 끝 그러니까 저의 결혼을 얘기하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얘기는 두달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 당시 저는 한창 무
력감에 휩싸여 지내고 있었죠. 왜냐고요? 훗, 요즘에 살기 편한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저도 그 중에 하나였죠. 예, 간단히 말해 짤렸습니
다. 다니던 회사는 건재하게 잘 돌아가는데 저만 짤렸습니다. 무능력하
다는 이유에서요...

사실 저는 부모도 친척도 더구나 여우같은 마누라는 고사하고 호랑이
같은 집사람도 없는 무능력한 30대 초반의 남자였지요. 결국 가을바람이
솔솔 불어오는데 그동안 모아둔 돈도 떨어지는 낙엽처럼 하나, 둘 사라
져 버리더니 급기야는 친구들에게 손까지 벌리게 되더군요.

하지만 돈을 꾼다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불쌍한 생각
에 얼마라도 보태주던 친구녀석들도 나중에 가서는 등을 돌리더군요. 하
긴... 그게 뭔 상관이 있겠습니까? 인간이라는 것은 어차피 혼자서 살아
가는 거라던데요.

어쨌든... 그렇게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 친구 놈
한 명에게서 느닷없이 전화가 왔죠. 그 친구 놈은 이일 저일 안 해본 것
이 없을 정도로 막나가던 놈이었는데, 그래도 순진한 구석이 있어 만나
면 친한척 하며 잘 지내고 있었거든요. 친구놈이 전화를 걸어 이러는
겁니다. 좋은 돈벌이가 있다고요. 당연히 저는 솔깃했죠.

그런데 그 돈벌이라는 것이 무엇이었는 줄 아십니까? 세상에... 저보고
장의사 뒷치닥거리를 하라는 거예요. 그 왜, 많이 들어 보셨죠? 시체닦
기라는...

그런데 그 시체닦기라는 일은 사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랍니다. 물론 보
수도 쎄고 간이 크다면 한번쯤 해볼만 한데 그 일을 아무한테나 맏기지
는 않는다 이 말씀입니다.

헌데 제 친구놈은 그 일을 수완 좋게 구한 모양이더군요. 더구나 흔히들
하는... 그러니까 병원에서 수술이 잘못돼 죽은 시체들을 닦는 그런 끔
찍한 일이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아, 그리고 보니 수술을 하다가 죽은
시체가 왜 끔찍한지를 얘기 안 했군요.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죽는 환자들은 오랜동안 몸
속의 병을 앓다가 죽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외상으로 죽는 경우가 대
부분이지요. 즉, 외상으로 죽은 시체가 끔찍하기 마련인데...

그러니까 간단히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들을 보면 거의가 다
온 몸이 온전하지 못합니다. 찢어지거나 부러져 어디가 입이고 눈인지
분간이 가지를 않는 시체가 태반이란 말입니다.

제가 겪은 일 하나를 얘기해 드릴까요? 한번은 조그마한 도로를 지나는
데 길거리 위에 고기덩어리 같이 붉은 게 있더라구요. 뭔가 궁금해 가
까이 다가가 발로 툭툭 건드려도 도저히 뭔지를 모르겠고.... 마치 정육
점에서 갓 베어낸 고기를 누가 흘린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냥
무심코 스쳐가는데...

열발자욱도 가지 않아 한 남자가 땅바닥에 피를 흘리며 엎어져 있는 거
였어요. 곁에는 스쿠터 한대가 찌그러져 있고... 순간 '교통사고가 났구
나' 하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남자를 일으켜 세웠는데 글쎄... 얼굴 앞
부분이 없는 거에요. 어디에 심하게 갈린 듯 코도 입도 눈도 아무것도
없이 붉은 근육만이 꿈틀거리고 있었고... 조금 전 본 길거리의 고기덩
어리가 생각나더군요.

그래요. 나중에 소문을 들어보니 한 남자가 헬멧도 쓰지 않고 스쿠터를
몰고 가다가 후진해서 빠져나오는 트럭 밑으로 그냥 돌진해 들어갔더랍
니다. 그러니 트럭 뒷부분의 철판보다 훨씬 약한 얼굴 가죽이 벗겨진 것
은 당연하구요. 결국 그 고깃덩어리는 그 남자의 얼굴 앞면이 오미터쯤
날아가 떨어진 거였는데...

훗... 너무 메스꺼웠나요? 하긴... 저도 그걸 목격한 후 한동안은 고기
를 넣은 김치찌개를 먹지 못했으니까요. 뻘건 찌개 속에 둥둥 뜬 고기를
보고 있노라니 자꾸 그 남자가 생각나더라구요. (물론 그 남자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끝내 알지는 못했지만요...)

흠... 얘기가 이상한 데로 흘렀군요. 하여간 그렇게 끔찍한 몰골을 하고
죽는 사람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비가 오는 날 용감하게 몇만볼트가 넘
는 고압선을 만졌다가 새까맣게 타서 죽는 사람, 자살한답시고 높은 곳
에서 떨어졌다가 온 몸의 뼈가 뭉그러져 흐느적거리다 죽는 사람...
하여간 그런 사람들을 얘기하면 셀 수 없이 많다 이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병원에 실려오고 엔간한 수술을 하다 죽어버리고 말면
시체닦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성들여 닦아 주거든요. 어떻게 보면 참
훌륭한 일을 하는 셈이기는 한데 정작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속이 이상하겠습니까?

어쨌든, 내 친구놈이 소개한 장의사 뒷치닥거리는 병원에서 그런 시체를
닦는 일보다는 깨끗한 편이라고 할 수 있었죠. 왜냐하면 집에서 죽은 사
람들은 대개가 늙어서 돌아가신 거든가 평소에 지병이 있어 죽은 경우
가 거의 대부분이니... 그러니까 최소한 외상을 입어 죽은 경우는 드물
다는 말이죠.

저는 한동안 생각을 하다가 승낙을 했습니다. 만일 제가 그때 조금이라
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면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하여간 장의사 뒷치닥거리하는 일을 하기 시작
했습니다.

처음, 친구 놈이 일하는 장의사 집으로 갔을 때는 그 음산한 기분에 무
척 떨기도 했죠. 왜냐구요? 기분 나쁜 노란등에 향냄새가 가득하고 온통
하얀 옷들만 빼곡히 쌓여있는 데다 갈색 관들이 줄지어 있었으니까요.

더구나 주인이라는 사람이 코가 씨뻘건게 술을 무척이나 좋아해 보이는
데다가 눈빛도 보통 사람하고 달랐거든요. 장의사일을 한지 이십년만에
그렇게 됐다고는 하는데... 하긴 매일 몇번씩 시체들만 보고 사니 제
정신이겠어요?

처음 일하러 간 날 밤 -가을 밤이라 무척이나 쌀쌀했죠- 장의사 아저씨
와 제 친구 놈은 어디서 전화 연락을 받더니 일거리가 -사람이 죽었다
고- 생겼다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더니 나가려고 하는 거예요. 갖다나 적
응이 안돼 기분이 묘하던 차에 저만 나두고 나간다고 하니 얼마나 등골
이 오싹하겠어요? 장의사 아저씨야 말해봤자 안 통할 것 같고, 친구 놈
을 붙들고 말했죠. 나와 같이 가던가 너도 남으라고...

하지만 친구놈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젓더군요. 가게를 지켜야될 사람이
있어야 한다구요. 어쩔 수 없이 저만 장의사 집에 남게 되었는데...
그들이 나가고 난 후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으려니 정말 무섭더군요.
괜히 장의사 가게라고 하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드는 점도 있었겠지만요...

불이라도 좀 밝은 것으로 달았으면 그런 기분도 좀 덜 들텐데 노란색이
나는 백열등이 전부인 가게였으니... 저는 속으로 그 둘을 무척이나 욕
하며 눈을 부릅뜨고 곳꼿이 앉아 있었죠. 그러나 십분도 못가 제 자세는
흐트러지고 천천히 졸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누군가가 '똑똑'하고 문을 두드리는 거예요. 깜짝 놀라 깨진 창문
틈으로 바라보니 한 여자의 충혈된 눈동자가 물끄러미 저를 보고 있는
거였어요.

소름이 확 끼치더군요. 옆에 놓인 관뚜껑이 벌컥 열릴 것만 같았고요.
잠시 어쩔 줄 몰라하는데 '여보세요'하고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오더라구
요. 순간 귀신은 아니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 떨리는 가슴을 애써 달래며
빼꼼히 문을 열었죠. 그런데 그 여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뛰어 들어오는
거였어요. 저는 '여자가 한밤중에 무엇 때문에 여기 왔냐?'고 더듬거리
며 물었죠.

그러나 그 여자는 대답할 생각은 하지 않고 '깔깔'대고 웃는 거였어요.
그 기괴한 웃음소리란... 저는 경계를 하며 뒤로 두어걸음 물러나는데
그 여자가 느닷없이 내 손을 잡으며 이러는 거예요. 자신이 사람을 죽였
는데 아무도 모르게 처리 좀 해달라고요. 참 어이없는 얘기지요? 그 말
을 듣고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니...

약간 제정신이 아닌 듯 싶더라구요. 옷입은 것 하며 또 말투도 그렇고...
그래서 전 잘 타일러 돌려보낼 생각을 했죠. 나는 장의사가 아니고 또
만약에 사람을 죽였다면 여기를 먼저 오지 말고 경찰서에 일단 가보라
고요. 그 여자는 제 말을 듣고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는 것 같더니 시무
룩한 표정으로 나가버리더라구요. 전 안도의 한숨을 쉬었죠.

미친 사람들을 다루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속으로 일처리를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문이 벌컥 열리고는 그 여자가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거였어요. 전 너무 놀라 그녀를 쳐다봤죠. 그녀?한동
안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서있기만 하더니 '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이
빨을 갈고는 사라져버리는 거였어요.

저는 정말 무서워 어쩔 줄을 몰라했죠. 도대체 그녀는 뭐하는 사람이며
왜 자꾸 제게 오는 지를요... 한동안 가게 안을 왔다갔다 하는데 전화가
요란하게 울리더군요. 그나마 사람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겠구나 싶어
수화기를 들었는데... 무슨 소리가 들려왔는지 아십니까?

소름이 끼치도록 괴상한... 조금전 그 여자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
는 거였어요. 그때부터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죠. 한번도 아니고 삼십분
동안에 세번이나 그런 일을 당했으니 말이죠... 소름이 돋는다는 건
아마 그럴때 쓰는 말인가 봐요. 정말 온 몸이 쭈뼛하더군요...

집으로 도망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 장의사 가게에 더 있다가는
어떤 희한한 일을 당할지 모른다는 느낌에, 돈이고 뭐고 다 필요가 없더
라구요. 그런데 그때 다시 전화벨이 울리는 거예요. 전 가슴이 덜덜 떨
려 받지 않으려고 했는데 5분동안 쉴새 없이 울리더라구요. 할 수 없이
용기를 내어 수화기를 들었죠.

다행히... 이번 전화는 장례식에 염을 하러간 친구 놈 전화였어요. 자신
이 빼놓고 간 것이 있으니 저보고 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는데... 마침 잘
됐다는 기분에 잽싸게 가지고 오라는 물건을 들고 친구 놈이 가르쳐준
집으로 향했죠.

흠... 오랫동안 기다리셨어요. 처음에 사랑, 결혼 운운한 얘기는 이제
부터가 진짜 시작이랍니다. 지금까지 인내를 가지고 들어주셔서 감사하
구요...

제가 장례식장에 도착을 해보니 사람들이 몇명 안되었는데도 온통 울음
바다 더군요. 더군다나 조문객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젊은 사람
이 죽은 것 같았고... 제가 쭈볏거리며 시체가 있는 방안으로 들어갔더
니... 아! 세상에... 누가 죽어 있었는지 아세요?

예, 짐작하셨다시피 바로 그녀... 조금전 가게로 찾아왔던 바로 그녀였
어요. 저는 너무 놀라 다리를 부들거리며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고 있는
데 친구놈이 제가 온 것을 알고는 조용히 밖으로 부르더군요. 제가 아까
본 것하고 또 있었던 일을 쉬지 않고 얘기를 하니 친구놈은 고개를 끄덕
거리며 말을 하더군요. 뭐라했는지 아세요? 며칠전에 두 연인이 죽은 채
로 발견이 됐는데 아까 내가 본 그녀의 옛애인과 그녀의 옛애인의 현재
애인(무척 복잡하죠?)이라는 거예요.

간단히 말해 며칠 전 그녀가 자신의 첫사랑을 못잊어 옛애인의 집으로
찾아 갔었나봐요. 그러나 옛애인은 새로운 애인과 함께 있었는데 그녀와
이말 저말 오가던 중에 화가 난 새로운 애인이 그녀의 옛애인을 칼로
찔러 죽였고... 그것을 말리던 그녀는 다시 새로운 애인을 실수로 찔러
죽이고... 결국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어제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달아 자살을 했다는 거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난게 아니었어요. 친구놈이 아까 제가 한 얘기
에 덧붙여 말을 하는데... 흔히 사랑 때문에 자살을 한 총각이나 처녀는
저승에 들어가지 못하고 구천을 해멘다는 말이 있는데 이 집도 그런 얘
기를 믿는 집안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딸이 결혼도 못하고 그렇
게 자살을 했으니 영혼 결혼식인가 하는걸 지내고 싶다고 얘기하더래요.

영혼 결혼식... 들어본 적 있으시죠? 예전에 중국에서 많이 유행했던 풍
습인데... 처녀, 총각이 횡사를 하면 그 동네 사람들이 그들의 귀신이
나올까봐 일부러 건장하거나 예쁜 선남선녀를 골라 형식적으로 영혼과
결혼을 시키는 거지요... 그런데... 저는 그때가지도 단순히 친구놈이
가지고 오라던 물건이 필요해서 저를 부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 집에서 돈을 많이 준다고 바로 그 영혼 결혼식을
자신의 딸과 지낼 총각을 구해 달라는 거였어요. 그런데 친구놈은 이미
결혼을 해서 돼지처럼 애가 넷이나 있는 처지였으니... 생각난 것이 바로
저였던 거죠...

처음에 저는 완강히 거절을 했죠. 그런데 친구놈이 말하기를 만일 제가
본게 진짜로 그녀의 영혼이었다면 그녀는 이미 제 곁에 머물러 있을거
라면서 영혼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더 큰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고 협박
비슷하게 말하더군요. 사실 저도 가게에서 본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
려 있던 참이었는데다가... 영혼 결혼을 올릴시 제가 그녀 부모“獨?
받게 될 금액을 듣고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하겠다고 승낙을
했죠.

저는 그 영혼 결혼식이라는 걸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물어보았죠. 친구
놈은 내가 승낙을 하자 입을 헤벌쭉 벌리며 별거 아니라는 듯 설명을
해주더군요. 그의 얘기를 듣고 나니 진짜 별 일은 아니더라구요. 그?
죽은 그녀의 시체 곁에 누워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 된다는 거였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그 만큼의 돈을 버는데 그 정도의 일은 아무것도 아니
겠더라구요... 더구나 혹시 진짜일지 모를 친구놈의 얘기 -그녀의 영혼
이 제 곁에 평생 머문다는- 도 찜찜했는데 영혼 결혼을 한다면 그 일도
걱정이 없을테고...

결국 저는 죽은 그녀의 부모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혼 결혼식이라는 걸
올리게 되었죠. 간단하고 기괴한 예식이 끝나자 저는 그녀의 시체 옆에
눕게 되었는데... 친구놈이 방을 나가려다 말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술이
그득 담긴 잔을 내밀며 저더러 마시라고 하더군요. 이제 불을 끌텐데 엔
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견디기 힘들거라는 고마운 말과 함께요.

저는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 그녀 곁에 반 듯이 누웠는데... 술탓인지 점
점 온몸에 힘이 빠지며 정신이 몽롱해 지더군요. 친구놈은 야릇한 미소
를 지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때 갑자기 죽은 줄만 알았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더군요. 전 너무 깜짝
놀라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이건 정신만 간신히 있을뿐 몸은
이미 제것이 아니더군요... 그런데 잠시후 주정뱅이 장의사와 친구놈이
정말로 푹 썩은 여자 시체 하나를 들고 방으로 들어오더니 제 곁에 누이
는 거에요. 문득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는 코를 찌르고...

친구놈과 주정뱅이 장의사가 이죽거리며 서로 얘기를 하더군요. 정말 어
이가 없는 내용이었는데... 제가 들은 대로 그대로 말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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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수면제는 탔겠지? 아, 그리고 네 친구라는 저 놈이 없어졌다고 찾
으러 올 사람이 없는 것도 확실하고?"

"걱정마세요, 아저씨. 저 놈은 홀홀 단신이라구요. 참, 돈은 받았어요?
그리고 아까 귀신 연기한 아가씨한테도 나눠 줘야지요?"

"응, 그래야지. 돈은 일이 다 끝나고 계산하기로 했으니... 그나저나 진
짜로 저기 죽어 있는 사장님 딸이 자기가 짝사랑하던 남자랑 그 애인을
죽인거야?""

"그렇대나봐요. 끔찍하죠? 그런데 이집 사장이 돈으로 입막음을 단단히
한 모양이더군요. 그 사건이 벌써 일주일 전 일인데 아직 아무 일도 없
는걸 보면... 더구나 소문은 죽은 남자의 애인이 그런 걸로 되있잖아요?"

"흠, 어쨌든 사장님이 자기 딸은 정말로 사랑했나봐. 추한 몰골에 머리까
지 이상한 딸이 짝사랑하다가 살인까지 저지르고 자살했는데 영혼 결혼
식까지 지내려 하다니... "

"아이구 그게 아니래요. 이집 사장이 미신을 무척 믿잖아요? 단골 무당
이 그렇게 죽은 딸을 그냥 묻으면 악귀가 되서 나타나 집안이 폭삭 망
한다고 하니까 허겁지겁 이런 일을 벌인거라구요."

"그래? 뭐, 어쨌든... 그런데 꼭 네 친구까지 생매장해야하니? 좀 불쌍한
데?"

"아저씨, 그런말 마세요. 벌써 일주일 동안 마땅한 사람을 찾다가 겨우
찾은게 저 놈인데... 죽은 시체도 더 나뒀다가는 완전히 썩을 판이구요...
더구나 무당이 생매장을 해야 효력이 있다고 했으니 사장님도 그렇게
해야 돈을 제대로 줄꺼 아니예요? 저희야 뭐 상관있어요? 돈만 받아 챙
기면 되지."
--------------------

훗... 그 뒤에 저는 어떻게 된 줄 아세요? 그들의 가물거리는 얘기를 끝
으로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눈을 떠보니 사방이 온통 깜깜하고 싸늘한
냉기만이 느껴지더라구요. 몸을 조금 움직여 보니 옆에서 뭔가가 물컹하
고 싸한 냄새가 비위를 건드리며 풍겨오는데...

그래요... 그들의 말대로 그 추한 몰골의 여자하고 나란히 땅속에 생매장
당한 거예요. 제 기억으로는 한 이틀 동안 제가 그속에서 살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죽기까지의 공포가 얼마나 심했는 줄 아세요?

옆에는 시체가 썩어가서 질척한 액체가 흘러나오고 아무리 살려달라고
소리를 쳐봐도 관속에서만 울려퍼져 도리어 제 귀가 멍멍할 뿐이었으
니... 몇시간이 지나고 나니 제발 빨리 죽었으면 좋겠더군요. 그거 아세
요? 사람이 막상 죽으려고 하면 목숨이 얼마나 질기게 연명되는지... 어
쨌든... 죽고나니 마음은 오히려 편한 것 같네요. 영혼이나마 답답한 관
속에서 나와 돌아다닐 수 있으니까...

그런데, 좀 놀라셨죠? 제가 허락도 없이 주무시는 당신의 꿈속에 나타나
주절대고 있으니... 휴... 저도 이러긴 싫었어요. 하지만 너무 억울하고
이상한 일을 당해 어디 하소연 할 때라도 없나하고 이렇게 밤마다 떠돌
아 다니며 잠든 사람의 꿈속에 나타나 말을 하곤 한답니다.

어쨌든...
결혼은 사랑의 끝이 아니예요. 사랑의 시작인 거죠. 살아 숨쉬는 당신이
정말로 부럽군요. 저도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진하고 멋진 사랑을 하고
싶네요. 지금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하고 희한한 결혼을 하고 영겁
의 세월을 나란히 누워 있기보다는 말이죠.

아! 이제 돌아갈 시간이군요. 오늘밤에 다시 당신의 꿈속에 나타날지 ...
아니면 다른 사람의 꿈속에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일단은 가야겠군요.

참, 잊어버릴뻔 했네요. 혹시 저기 뒤에 있는 동산을 지나다가 잔디가
반만 나있는 무덤이 있거든 제가 누워 있는 곳인줄 아시고 담배라도 한
대 피워 놓고 가세요.

그리고... 살아있을 때 꼭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세요. 저처럼
이상하고 희한한 결혼식은 올리지 마시고요. 후. 후. 후.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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