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공포]그 오래전 약속

데이비듬백원 작성일 06.03.07 15: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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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오래전 약속



"후~~우, 드디어 오늘인가?"

형민은 어제부터 뜬눈으로 밤을 새다시피 뒤척이다가 결국은 새벽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만 뻐금뻐금 피워대고 있었다. 문득 벽에 걸려있
는 달력을 쳐다보니 그가 표시해 놓은 빨간색 X표가 어제 날짜까지
빼곡이 쳐저 있었다. 형민은 담배를 비벼 끄고는 일어나 오늘 날짜에
다가 X표를 했다.

"모처럼... 서울 구경하는 셈치고 일찍 가 있어야겠다..."

방 천정에 빼곡이 메달려 있는 종이학들이 열려진 창문사이로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한들 한들 흔들렸다.



"여기 아직 안 열어요?"
"아니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여는 공원이 어디있어요? 10시는 되
야 열어요."

공원 관리인이 부시시 잠이 덜깬 얼굴로 형민에게 말했다. 형민이 시계
를 바라보니 8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예... 그런데... 제가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요..."

공원 관리인은 피식 웃더니 잠시 후 공원 정문을 열어 주었다.

"무슨 약속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하군요. 내가 아까부터 봤는데...
새벽부터 공원 입구에서 쪼그리고 앉아 계셨죠?"

형민은 초라하게 앉아있는 자신을 그가 봤다는 생각에 잠시 얼굴이 화
끈거렸다.

"아... 예..."
"자, 일단 관리실로 들어와요. 모닝 커피나 한잔 합시다. 설마 약속
시간이 이렇게 아침 일찍은 아니겠죠?"
"예... 그렇긴 합니다만... 어쨌든 감사합니다..."

형민은 그를 따라 관리실로 들어갔다.

"거기로 앉아요. 내 금새 커피를 끓일테니."

그가 커피포트에 물을 담아 전원을 꽂자 잠시 후 뽀얀 수증기가 뭉게
뭉게 피어 올랐다. 관리인은 미소를 지으며 형민의 앞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무슨 약속인데 이른 아침부터...?"

형민은 느닷없는 질문에 잠시 다른 생각을 했던 듯 다소 놀라며
말했다.

"아... 예... 그게..."
"훗... 얘기하기 싫으시면 안하셔도 되구요. 아... 물이 벌써 다 끓었
나 보네요."

관리인은 미리 커피 분말을 타 놓은 잔에 뜨거운 물을 그득이 따랐다.

"자, 들어요. 아침에 먹는 커피는 맛이 유달르죠?"
"예..."

형민은 뜨거운 커피를 홀짝였다. 관리인은 그런 형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재미난 듯 물었다.

"저...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 여자죠? 애인..."

형민은 미소를 지었다.

"예... 듣고 싶으세요?"

관리인은 호기심이 간다는 듯 의자를 형민의 앞으로 끌어 당겼다.

"당연히 관심이 가죠.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형민은 잠시 지난일을 회상하다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4년 전이었어요. 제가 그녀를 처음 만난건... 그날 친구가 수련의로
있는 병원에 놀러 갔었는데 풋... 진한이라고... 의대 다닐때부터
산부인과를 전공한다고 하더니.. 결국 그걸 하더라구요."
"하. 하... 그래서요?"
"분만실 밖에서 앉아 진한이를 기다리는데... 좀 그렇더라구요.
기분이... 남들이 보기에는 제 집사람이 애 낳기를 기다리는 ...
뭐 그렇게 보였을테니까요."

관리인은 웃음을 띄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한참을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복도 끝에서... 정말 한 눈에 반할
정도로 아름다운 아가씨가 걸어오는 거예요."
"그야말로 첫눈에 반하셨구만요... 하. 하. 하."

형민도 그때 일이 생각나는 듯 '피식'하고 웃었다.

"예... 그런셈이죠. 원래는 친구를 만나러 갔는데 그녀를 보니...
놓치면 안 돼겠다 싶어 무작정 따라 나섰죠. 그녀가 가는 데로 뒤를
따라가며 어떻게 하면 말을 건네 볼 까 궁리 하는데..."
"그런데요?"
"예... 마침 병원 앞에서 택시를 잡더라고요. 전 무작정 '같은 방향'
하고 앞자리에 올라탔죠."

관리인은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는 얘기를 계속 하라는 듯 눈짓을 하였
다.

"결국 그게 인연이 되서... 뭐 흔한 얘기지만 택시에서 내려 커피
한잔하고..."
"하. 하. 하. 그러네요... 흔한.... 허긴 '사랑의 시작은 단순했지만
그 끝은 오묘하노라.' 란 명언이 있죠. 하. 하. 하."
"어쨌든... 그일을 계기로 우리는 연인 사이가 됐죠. 아, 그런데
그녀... 이름이 윤미라고 하거든요? 그녀는 우리가 만날때마다 그걸
기념하기 위해 종이학을 하나씩 접어 왔어요. 헤어질때 제게 건네주곤
했는데... 전 그 종이학을 집에 돌아오면 제 방 천장에 메달아 두곤
했었죠. 지금까지 받은 걸 세어 보니 딱 100마리 더군요..."

관리인은 흥미롭다는 듯이 두 손을 비비며 얘기했다.

"거참... 좋은 추억거리네요. 나중에 결혼을 해도... 종이학을 한마
리 한마리 볼때마다 그때의 추억이 생각날테고..."

형민은 윤미의 얼굴이 떠오르는 듯 잠시 말을 끊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형민은 다소 침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원래 고아로 자랐어요. 어렸을 때는 무척이나 고생도 많이
했고... 그래도 배워야 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계속했는데... "

관리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셨군요..."
"훗... 그런데 대학교를 다닐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등록금도
마련하기도 그렇고... 결국 몇년동안 휴학에 복학에 하다가...
윤미를 처음 만났던 것도 그때 였죠... 그녀는 제 상황을 이해하고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끝까지 공부를 하라고 만날때 마다 얘기하
고... 만약 그때 윤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흠..."

형민은 식어가는 커피를 한모금 들이키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만나던 어느날 윤미가 제게 유학을 가도록 주선해 줬죠.
물론 저는 부담이 됐지만... 워낙 완강해서... 또...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고 해도 3, 4년이라는 시간은 무척 긴 시간이고...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건 공부가 끝날때 까지 서로 연락을 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평소에 제게 하던 행동으로 봐서는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었죠. 처음에 유학가서는 전화도 걸고 편지도 보내봤지만...
떠날때 내게 얘기한 것처럼 연락이 안 돼더라고요. 한동안 윤미의
마음이 변한 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후~~... 오히려 지금 생각
하면 윤미 생각이 옳았던거 같기도 하구요..."

관리인은 담배를 한대 꺼내 형민에게 권했다.

"그렇군요... 그럼 혹시 오늘이 공부 끝나고 오셔서 처음으로 다시
재회하시는....?"
"예... 맞아요. 떠날때 윤미가 그랬죠. 4년후 오늘 우리들의 추억이
가장 많이 담긴 이 곳에서 다시 만나자고요. 전 하루도 그 약속을
잊어 본 적이 없었어요... 기쁠때도... 힘들때도... 언제나..."

관리인은 크게 숨을 들이키더니 천천히 말을 했다.

"흠... 그 윤미라는 분 참 대단하시네요... 오늘 정말 즐거운 하루
가 되셨으면 하네요..."

형민은 관리인의 말을 듣고 잠시 머뭇거렸다.

'만약에... 만약에... 그녀가... 내가 없는 사이에... 혹시라도... '

"자, 어쨌든... 얘기 즐거웠구요... 저도 이제 일하러 갈 시간이니..."
"예? 아... 예.. 커피 잘 마셨구요... 저도 만나서 즐거웠습니다."

형민은 관리인과 수인사를 하고 관리실을 나왔다. 어느덧 시계는
10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사람들이 한 두명씩 공원 안으로 들어 오는
것이 보였다. 형민은 공원 안에 울창히 자라있는 나무들 사이를 지나
천천히 박물관 뒤쪽의 벤취로 걸음을 옮겼다.
주위를 둘러보니 4년전과 크게 달라진건 없는것 같았다. 4년...
어떻게 보면 꽤 오랜 시간이었지만 형민은 소중한 추억들이 있는
이 곳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에 왠지 마음이 포근해졌다.
저멀리로 약속 장소인 벤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형민은 윤미가
아직은 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풋... 어린애 같이... 떨기는...'

형민은 담배를 한대 물고 정겨운 벤취 위에 걸터 앉았다. 맑은 가을
하늘 높이 비행기가 한대 날아가고 있었다.

'그래... 난 너와의 약속을 지키고 드디어 돌아 왔어... 그러니 너도
오늘... 꼭...'


형민의 발밑에는 담배 한갑은 됨직한 꽁초가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아직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형민은 차츰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혹시... 혹시...
처음에는 윤미의 마음이 변했나 의심을 했지만 해가 뉘엇뉘엿 지기 시
작하자 그간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형민은 간혹 윤미와 비슷한 사람이 보일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 일어나
살펴 보았다. 하지만... 윤미는 아니었다. 형민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착잡해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어? 아직도 계시네요? 이런... 그 윤미라는 분 아직도 안 오셨나요?"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아침의 그 관리인이었다. 형민은 힘없이
고개만 끄떡였다. 관리인은 형민의 얼굴을 살펴 보더니 고개를 한번
흔들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무슨 사정이 있겠죠... 그럼... 전..."

관리인의 말이 형민의 머리 속에서 윙윙 거렸다.

'후~~... 그때 유학을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쨌든... 난 기다
려야만 한다. 아직 오늘이라는 약속 시간은 남아 있는 셈이니까...'


어느덧 공원안의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지고 가을의 찬 바람이 형민의
어깨에 스며왔다.

"그래... 오지 않는 거야. 분명히... 윤미는 약속도 또 나란 존재도
이미 기억 속에서 없어져 버린 거야. 나를 떠나 보낼 때부터...
다른 사람이 생겼던 걸지도 몰라..."

하루종일 기다리며 가졌던 여러 감정들이 북받쳐 오기 시작했다.
설레임과 걱정, 야속함과 실망.... 그리고 결국엔 분노가...

그때였다. 어스픔레한 달빛에 누군가가 천천히 형민에게로 걸어왔다.
형민은 첫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가 그토록 기다리던... 바로..
그녀였다.
윤미?4년전 헤어질 때와 같이 그 아름다운 모습으로 형민에게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형민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벌떡 일어나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런데 윤미는 천천히 손을 들더니 형민에게
나지막히 얘기했다.

"오빠... 내게로 오지마... 거기서서... 내 얘기를 들어..."
"윤... 윤미야..."
"많이 기다렸지?"

형민은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왜... 왜그래? 윤미는 반갑지 않아? 나야... 나란 말이야...
형민이..."

윤미는 입가에 쓸쓸한 웃음을 짓더니 천천히 말했다.

"오빠... 약속을 지켰구나. 고마워... 하지만 이젠 나를 잊어줘.
난 오빠와... 헤어져야만 해..."

형민은 정신이 아득해 짐을 느꼈다.

"무... 무슨 소리야?"
"오빠, 미안해... 정말로 사랑했는데... 오빠..."

윤미의 눈가에 가로등 불빛에 비친 물기가 반짝였다. 형민의
눈에도 눈물이 흘러나왔다.

"윤... 윤미야..."
"오빠.... 꼭 행복해야되... 알았지?"

형민은 달려가 와락 안고 묻고 싶었다. 왜...? 도대체 왜 그러
냐고...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윤미는 손으로 눈가를
한번 훔치더니 아무말 없이 돌아서 버렸다.

"윤... 어...? 윤미야... 거기서 봐... 제발..."

윤미는 천천히 걸어가다가 붉어진 눈으로 형민을 돌아보더니 발걸
음이 떨어지지 않는듯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는 오른 손을 들어
힘없이 흔들며 어두운 거리를 쓸쓸히 걸어갔다. 형민은 너무 순식간
에 일어난 일이라 현실이 아닐거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지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

'이, 이럴 수가.... 이럴수가...'



"야, 이짜식아. 꼭 귀국한 걸 이렇게 알려야 해? 언제 왔어?
"진... 한이냐? 어..제, 아니 며칠전에... 음... 미안하다. 나 많이
취했어..."

형민은 술에 취해 졸고 있다가 진한이가 흔들어 깨우는 통에 눈을
뜨며 말했다.

"너... 어쩐 일이냐? 어? 어떻게 내가 온 줄 알고...?"
"짜식, 많이 먹긴 먹었나 보구나. 네가 아까 내게 전화 했잖아. 술에
잔뜩 취해 횡성수설하며... 그래, 그간 별일은 없었어?"
"그랬구나... 음... 별일이야 있지...아니 많지."
"왜...그래?"
"오늘 만... 만났어."
"누... 누굴?"

형민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 미."

진한이는 형민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되물었다.

"뭐? 윤미씨를?"

다소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진한의 얼굴을 쳐다 보았다. 진한은 놀라움
을 애써 진정하는 듯이 보였다. 형민이는 얘기를 계속했다.

"근데 싸구려 드라마에서 나오는 얘기처럼 배신당했어. 쓰~~~. 에이"

형민은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왠지 모를
울분에 앞에 놓여있던 재떨이를 벽에 집어 던졌다. 재떨이는 '와그작'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 진한은 다급히 형민의 팔을 부여
잡았다.

"제발 좀 진정해."
"끝났다고, 다 끝났어. 믿음도... 사랑도...."

진한이는 아무말도 안 하고 형민의 앞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진한이의 표정에 다소 진정되가던 형민의 심정이
다시 한번 뒤틀렸다. 무심코 천장을 바라보니 윤미가 형민에게 준
종이학들이 머리위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이런 제길, 저 놈의 학들이..."

형민은 벌떡 일어나 그 종이학들을 뜯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진한이가 천천히 일어나더니 나지막한 소리로 형민에게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지마. 왜 그래?"

오히려 차분한 진한의 목소리에 형민은 한층 더 높여 소리쳤다.

"왜 그래? 넌 왜 그래! 난 다 끝났다고. 사랑도, 또.... 그렇게
믿어 왔는데... 윤민지 뭔지 다 필요없다구...."
"진정 좀 해."
"넌 왜 그렇게 차분해. 넌 뭐 그리 잘났어? 후... 난 지금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단 말이다..."

형민의 마음은 이미 울고 있었다. 그때 진한이가 형민에게 가까이
다가 오더니 조용히 애기했다.

"형민아... 다 잊어버려."
"무얼? 자식아."
"윤미씨와 그 모든걸. 그게 너한테도 이로운..."
"임마, 넌 몰라.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 질. 지난 사년 동안
오직하나, 그녀만을 생각하며 살아 왔다는 걸... 내 인생 전부를
걸고 그녀만을 위해서 오직 그녀만을... 그런데 오늘 헤어지자니..."
"윤미를 만났다란 말은... 나는 이해가 안가지만... 어쨌든, 잊어버
리는 것이..."

형민은 벌떡 일어나 미친듯이 진한에게 달려들어 따귀를 한 대
때렸다.

"이 자식이! 네가 친구야? 야, 이새끼야."

그런데 진한이는 알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형민에게 말했다.

"윤미씨는... 윤미씨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구!"

형민은 머리속이 휑하고 비는 느낌이 들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진한이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형민도 눈앞이 흐려지고 있었다.

"그래 다 얘기해주지... 윤미씨를 처음 만나던 날을 기억해? 어디서
만났던가를? 그래, 윤미씨는 몹쓸 병에 걸려있었던 거야. 나도 네가
떠나기 얼마전에야 알았어. 너에게 그걸 얘기해주려고 했었지만, 차마
얘기할수가 없었지. 그런데 몇 달전에..."
"잠깐. 잠, 잠깐만."

형민이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 했다. 진한이는 형민이 주저앉은 뒤로
돌아가 한손으로는 눈물을 훔치며 다른 한손으로는 형민의 어깨위에
손을 얹고는 말했다.

"진정하고 내말 잘들어. 몇달 전에 윤미씨가 나를 불렀지. 네가 처음
만났던 우리 병원 내과 병동 입원실이었어. 가보니 윤미씨는 파리해진
얼굴에... 그렇게 생기있던 사람이 말이야. 나를 보고 얘기를 했어.
네가 떠나던 날 네게 준 종이학이 있다고. 그 속에 편지를 썼는데
지금은 그 얘기가 모두 거짓이 되었다고... 그러니... 네가 보기 전에
나보고, 나보고 없애 달라고.... 말이야..."
"뭐, 뭐? 종이학?"
"그리곤, 그리고는 말야, 그날밤에..."

형민은 손을 내젓고는 비틀거리며 일어 났다.

"가, 가만. 가만 있어봐."

형민은 천정위에 매달린 종이학들을 헤치다가 유난히 크고 빛나는
금색의 종이학 한마리를 떼내어 펴보았다..

"난, 난 무심코... 몰, 몰랐는데. 어, 어떻게..."
"그리고는 그날밤에 그녀는 이세상을 영영 떠났어. 아주 고요하게,
밤하늘 위에 높이 뜬 너무나도 고요한 자그마한 별처럼... 그렇게
말야."
"그... 그럼.. 내가 아까 만난 사람은.... 도대체...
누구란 말이야....?"

진한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치며 흐느끼듯 말했다.

"죽는 순간 까지 너와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으니... 아마도...
윤미의 혼령이라도... 마지막으로 약속... 을.. 지키려고...
흑. 흑. 흑."
"그... 그럴 수가..."

형민은 눈물을 흘리며 금색 종이학을 펼쳐 보았다.


[나만의 형민씨에게.

창 밖을 보니 오늘따라 왠지 별들이 무척이나 밝게 빛나고 있네요.

형민씨 기억하세요? 저를 처음 만나던 날을요. 제가 그날 왜 병원에

있었는지 모르시죠? 우습게도 전 그날 병원에 진찰 받으러 갔었던

거예요. 진작 말하려고 했었는데...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그날도

이병원 저병원... 모두 힘들다고 해서 단념하다시피 갔던 그 병원

에서 형민씨를 만났던 거예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형민씨를 만나고,

사귀기 시작하면서 의사선생님들도 놀랄만큼 병세가 좋아졌어요.

앞으로 몇달만 잘 견디면 다 나을 수도 있데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전 형민씨가 무사히 공부를 끝마치고 오는 날까지 건강하게 있을테

니까요. 참.. 그리고 지금 결심을 하나 했어요. 여러가지를 생각해

봤는데 형민씨가 가있는 동안은 서로 연락을 하지 말자고요. 내일

형민씨를만나면 그렇게 얘기할 거예요. 앞으로 수술을 받게 되면

자연히 제가 연락을 자주 못하게 될텐데 혹시 형민씨가 이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해요? 전 병이 다 낫고 그후에 말할건데요....

형민씨가 돌아오는 날 우리가 자주 가던 그 공원에서 오늘 제가

쓴 이 편지를 읽으며 신나게 한번 웃어보자구요. 그리고, 언제까지나

이 행복함이 계속 되기를 기도 할께요. 형민씨 정말로 사랑해요,

언제까지나...


형민씨의 영원한 사랑이 되고픈 윤미가.... ]



형민은 무릎을 꿇고는 머리를 숙인 채 편지를 꼭 쥐고 언제까지나
그렇게 앉아 있었다.

"난 그것도, 모, 모르고... 바, 바보같으니라구. 바... 보...
윤.... 미야.... 흑. 흑. 흑."



이번 글은 별로 무섭지도, 재미있지도 않았을 지 모르겠네
요.... ^^* (더구나 흔한 소재에... 흔한 결말... 허걱!!!)

다만... 제가 이 글을 쓴 이유는....

연인들이 사랑하기 좋은.... 가을이란 계절이 왔기에...

사랑이 계신 분들은 그 분들의 소중함을 깨달으시고...
사랑이 없으신 분들은 가장 소중한 사랑을 한번 만들어 보시라는
뜻에서... ^^* (감히... 주제 넘게시리... 후. 후. 후...)

비오는 가을날.... 저녁에... ^^*가 씀....

(다음글 부터는 다시... 'XX거리'가 계속 됩니다... ^ㅡㅡㅡ^

모두들...행복하시기를.......................)



* 여러모로 부족한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민 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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