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 때 이야기입니다. 1년 선배가 저랑 같이 자취를 했습니다. 그 선배, 얼굴없는 여자귀신 자주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새벽에 공부하다 돌아보면 벽에 걸린 옷가지처럼 붙어서 자기 쳐다보고 있거나, 자다 깨보면 창밖에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거나 해서 소리 지르고, 불키고 해도 계속 보인답니다. 자취방을 옮겨도 쫓아 다니고,...그래서 제 생각엔 무서워서 저랑 합치자고 한 것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쨌든,...둘이 같이 살고 나서부터는 계속 그 귀신이 안보였답니다. 석달쯤 됐을까,. 한 날은 제가 술먹고 친구집에가서 자고 왔습니다. 집에 와 보니 선배가 강의도 안 들어가고 퀭해가지고 멍하니 방에 앉아 있더군요. 라디오 졸 크게 틀어놓고.
"야,..그 여자는 불켜도 안 사라지고, 라디오 켜놔도 나타나..." "아, 뭔 소리에요, 그 여자라니" 그제서야 이야기를 하는데, 마침 저 나가고 혼자 자게된 그 날 그 귀신이 또 나타났답니다. 느낌이 이상해서 창가를 봤는데(창밖에 가로등이 있어서 제법 환합니다) 역시나 얼굴없는 그 귀신이 안쪽을 쳐다보고 있더랍니다. 머리 쭈뼛 서고, 바로 일어나서 불키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돌아봤는데 그 여자는 여전히,...
"웬만하면 외박하지 마라"
그 형이 덩치도 좋고 유머러스해서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았습니다. 자존심도 센 편이라 싫은 소리, 약한 소리 안 하는데 그러더군요, 혼자 자기 싫다고.
그 일 있고나서 며칠 후, 제가 평생 두번째로 가위 눌렸습니다. 귀신 나오는 가위는 그 때가 처음이구요. 형이 집에가고 제가 혼자 잤습니다. 비는 부슬부슬 오고, 피곤했는지 잠도 제대로 못들고 어슴푸레 선잠이 들었는데,.. 몸이 꼼짝을 안 하더군요, "아,..가위왔다" 한참 발가락 움직이려고 하는데 진짜,..시꺼먼 안개같은게 가슴팍위에 올라타더니 목을 막 조르는겁니다.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는데 무슨 소린진 모르겠고, 아무튼 적개심같은게 느껴지더군요. 아,..지금은 걍 이렇게 담담하게 쓰지만, 그땐 진짜 기분 더럽더군요. 천부경, 반야심경, 주기도문 되는데로 막 외우니까 헷갈려서 엄하게 외울때는 숨 막힐 정도록 강하게 조르고, 제대로 아는 부분 외울때는 조르는 힘이 약해지더군요, 어쨌든 제 생각엔 한 2-30분쯤 끙끙거리다 보니 성질 나더군요. "에이 c8년아, 죽여바, 죽여바" 말을 하진 못했고, 속으로 외쳤죠, 악바치더라구요. 어쨌든 그러다 풀렸는데, 결국 저도 불 켜놓고 다시 잤습니다. 희안한게, 그렇게 무서웠는데 다시 잠이 온다는거,.신기하더군요. 물론, 그 시커먼 안개가 선배 따라다니는 그 귀신인지 아닌진 모르지만 어쨌든 제가 귀신나오는 가위 눌려보긴 그날이 처음이었거든요,.
이게 다가 아니라는 거,.. 당시에 그 집 근처에 제 친구가 한명 살았습니다. 그 친구한테 제가 가위눌린거 얘기 안 했거든요. 근데 저 가위눌리고 며칠 후에 저한테 얘기하더군요, 자기가 꾼 꿈이야기. 그 친구집이, 제가 살던 자취방을 지나가야 하는데, 꿈속에 강의 마치고 거길 지나가고 있었답니다. 밤이었고, 아까 말했듯이 창가에 가로등 켜져 있었구요. 제 방이 옛날 일본식 집이었는데 2층도 아닌 것이 얄궂은 계단을 2층 높이로 올라가야 하는, 소위 달동네 스타일이었습니다. 거길 지나가는데 계단 다 올라가서 창가에, 여자가 하나 서 있더랍니다. 창문앞에서 방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데, 몸매가 갸름하니 길고 검은 생머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예뻐 보이더랍니다. 그래서 "야, 저 아가씨 이쁘네" 혼자 중얼거렸는데 그 긴머리 아가씨가 자길 획 쳐다보더랍니다. 근데,...돌아본 아가씨,..면상이 어디갔는지 없고,.. 조낸 무서워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달려지지도 않고,..얼굴없는 귀신은 자길 계속 쳐다보고,..그러다 깼다나요. 그래서 제가 가위눌린 이야기, 선배따라다니는 귀신이야기를 해줬더니 "내가 본게 그 여자 귀신인갑다",.. 등줄기로 소름이 쫙 돋더군요.
결국은,... 그 형이 행시공부한다고 절에 1년 살았었는데, 그 절 스님한테서 번개맞은 박달나무 조각이랑 염주를 받아와서 벽에 걸어놓았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그 이후로 누구든 혼자 자도 귀신이 안나타났습니다. 그 형, 요즘은 귀신 안 보는지 궁금하네요. 근처 사는데 요샌 통 연락도 못해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