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를 서는 지명은 [충북 영동군 양강면 묘동리]로 마을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묘지가 많아서 그게 동의 이름이 된 것입니다
그날은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따뜻해서 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당시는 저느 순찰이 있었고, 그 일을 겪은 사람은 당직근무를 서는 동기, 상황병, 불침번 이상 4명이었습니다
[참고로 초소에서의 일거수일투족을 연락받는게 상황병입니다. 연락을 받은 장비중에 야전인터컴이란 것이 있는데, 집 대문에 달린 인터폰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우리중대의 인터컴은 110초와 1대공 두개가 연결되어 있는데 1대공은 근무를 섭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겨울날. 110초는 전시에만 투입하는 초소라 평상시에는 근무를 서지 않았습니다. 저는 당시 순찰을 110초를 마지막으로 마치고 중대행정반으로 들어왔는데, 그때 당직 근무를 서던 동기가 제게 말했습니다.
"야, 110초에서 인터컴을 왜 치냐? 놀랐잖아?"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소릴 하는 동기가 우스워서 [무슨 소리야 임마? 소설쓰냐? 내가 그걸 왜 건드려?] 라고 했더니, 그녀석은 갑자기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표정은 그녀석만이 아니었습니다. 동기, 상황병, 불침번 3명이 비슷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이 녀석들이 날 놀리는거려니 생각했지만, 잠시 후 그걸 듣는 순간 나도 그들과 표정을 같이 해야했습니다. 갑자기 인터컴의 5번 채널에 불이 들어오더니
스으~ 스~ 스~ 컹컹! 컹컹컹!!
굳게 다문 이빨사이로 새어나오는 듯한 알수 없는 신음소리와 개가 짖는 소리가 들여왔습니다. 그 곳은 분명 110초에서 들려오는 인터컴이었습니다.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비 때문에 전선에 이상이 있어서 그럴거라고 다시 판단했기에 같이 순찰을 돌은 간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그래? 그럼 선을 고쳐야지] 라며 수신기를 빼내 뒤쪽 연결부를 보더니 그가 하는말...
"어? 5번 채널에는 아무런 선도 연결이 되지 않았는데? 110초는 1번이야 1번."
섬뜩해진 우리들은 겁에 떨었고 그때 우리를 놀라게 한것은...
스으~스~스~ 컹컹! 컹컹컹!!! 후후후...
갑자기 또 연결되어진 인터컴 5번 채널의 신음소리와 개짖는 소리뒤에 조용히 흘리는 듯한 웃음 소리였습니다. 그 인터컴의 채널은 지금도 밤만 되면 갑자기 난데없이 연결되서 상황병들과 당직병, 불침번들을 긴장시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