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직까지 귀신의 존재를 믿지않습니다. 봤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제가 보지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말하려하는 이때의 일은 도저히 무엇이라고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귀신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군요...
고2, 고3때 친구의 소개로 그룹과외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그룹과외라면 보통 돌아가면서 개인의 집에서 모여 공부하는게 일반적인데, 그때는 약간 특이하게 학원 형식으로 그룹과외를 했습니다.
학원가의 건물 6층에 자리를 잡고, 수업이 있을때만 학생이 오고, 선생님이 와서 수업을 듣고 가려면 가고 남아서 더하려면 하는... 그런 시스템이었지요.
수학, 영어, 과학을 할 수 있었는데, 주말에는 세과목 선생님이 모두 다 있을때도 있어 교실이 떠들썩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주중에는 학교 보충수업 때문에 10시 이전에는 사람 한명 없을때가 흔했죠.
그리고 학원문은 잠궈놨지만, 주위에 열쇠를 숨겨두었기 때문에 학원애들은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학원에 와서 많이 놀곤 했습니다.
당시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모두 10명 정도...
경신고 4명, 청구고 1명, 사대부고 3명, 영신고 1명(저입니다.) 이렇게 7명이 주로 학원에서 생활하다시피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학교가 다양하고, 그나마 같은 애들도 인문계, 자연계로 갈라졌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거의 다 따로 움직였죠. 그래서 수업도 각자 사정에 따라 달라졌고, 덕분에 학원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텅텅 비게 마련이었습니다.
이곳도 한층 전체를 사용하는게 아니라, 수학학원으로 쓰이는 건물 A동 중 한쪽 끄트머리 부분을 얻어 쓰는 형식이었기 때문에 방이 세개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방 하나하나가 상당히 크고, 특히 교실 B의 경우에는 교실 A와 교무실을 합친 것 만큼 컸기때문에 좁다는 느낌은 커녕 과도하게 넓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경험담을 얘기하려고 했는데 설명이 너무 길어졌군요... 이제부터 진짜 경험담을 말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공간에 들어섰을때 분위기를 느껴보셨나요? 예를 들어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가면 포근한 느낌이. 절에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그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근데 이 학원은 들어서는 순간. 기분이 묘해집니다. 혼자 들어설때는 물론이고, 친구들과 함께 떠들면서 들어올때도 기분이 묘해지는... 말로 설명하긴 참 어렵습니다만, 마치 내눈에는 보이지않는 다른 존재가 나를 쳐다보고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는 순간 듭니다.
뭔가 이질적인... 밖에서는 괜찮지만, 들어오면서부터 싸하다고나 할까요... 그런 기운을 느끼게 되는 곳이었습니다.
그게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기분이 들었고, 특히 혼자였을때는 들어가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겁이 난다느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이거 들어가면 안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무심결에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고2때 가을이었습니다. 고3 3월 모의고사 대비를 위해서 휴일인데도 보강이 잡혀 학원에 갔습니다. 밤 10시쯤에 보강이 다 끝나서 선생님은 다음 과외를 위해서 가고, 전 같이 수업을 듣던 애 한명과 학원에 남아있었습니다. 전 태우러 오실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그애는 집이 근처여서 제가 갈때까지 기다려주기로 했죠.
그런데 같이 있던 그애가 심심하다면서 집에 가버렸습니다. 나가면서 '영어쌤이랑 XX이 여기서 귀신 봤다더라.' 라고 말하면서 나갔지만,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 그놈이 간게 10시 10분 정도... 전 할게 없어서 교무실 컴퓨터로 '공튀기기'를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죠.
근데, 어느 순간 스산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지금 이렇게 글쓰고 있는 와중에도 참 소름이 끼치는군요. 그 느낌을... 뭐라 설명하지 못하겠습니다. 소름이 돋는 정도라고 말하면 쉽겠습니다만... 그게 확 끼쳐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생각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교무실 바깥 창문.(복도로 큰 창문이 있습니다. 가로로 3미터, 세로로 1미터 되는 정도 크기로)에 흰물체가 보였습니다.
한데 그 창문에는 우툴두툴한 스티커 같은 것을 쫙 붙여놔서 사람의 실루엣 정도만 파악이 되는데 이상하게 당시에는 저건 여자다. 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습니다. 긴머리를 한 여자가 흰옷을 입고 서있었습니다.
근데 그때까지만 해도 두려움이니 무서움이니 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싶었는데... 문제는 그 여자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걸어가는게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발소리도 없고, 아예 스르르 떠간다고하는게 맞겠군요. 그렇게 스르르 떠가다가 어느순간 제눈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창문 오른쪽 맨끝부분에 흰옷자락이 살짝 보이면서 없어지더군요.
이때는 소름이 정말 발끝에서부터 돋아 아예 몸이 찌릿찌릿할 정도였습니다. 멍하니 창문만 보고 있다가 의자에 풀썩 몸을 기댔습니다. 시계를 보니 10시 31분 5초. 아직까지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머리가 정말 아무것도 없이 새하애졌는데 그 시계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때 순간적으로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이시간에 교실 B쪽에서 사람이 나올리가 없다. 휴일이면 반대쪽 수학학원은 아예 문도 안열고, 보강 끝난 후 교실 B의 문은 내가 닫았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두려움 대신 도대체 저게 뭔가를 알아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겁, 무서움, 공포, 두려움. 이런 감정은 하나도 들지않고, 오직 저게 대체 뭔가라는 호기심만이 머리속을 메우고 있어서 아무 망설임 없이 교무실을 뛰쳐나와 바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계단으로 왔습니다. 여자를 보고나서 30초도 안되어서 뛰어나왔기 때문에 눈에 띄여야 했습니다.
맨먼저 엘리베이터를 봤는데, 6층이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엘리베이터를 열어봤는데 비어있었습니다. 다음에는 계단인가 싶어 난간을 통해서 봤지만, 사람의 움직임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당시 건물은 만든지 얼마안되어서 조금만 걸어도 발소리가 크게 났지만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위쪽 계단도 살펴봤지만, 옥상으로 향하는 문은 굳게 잠겨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까지 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다시 교무실로 돌아와 앉아있으려는데 아까전 그 느낌이 또 느껴졌습니다. 순간 정말 너무도 두려워서 가방도 놔두고 열쇠를 들고 문만 잠구고 바로 건물에서 나갔습니다.
저 이외에도 그곳에서 이상한 무언가를 봤다는 사람은 많이 있었습니다.
영어 선생님은 수업준비를 위해 학원에 좀 일찍 도착했는데, 문을 열고 교무실에 들어가니 누가 다다다 거리면서 교실 A로 숨더랍니다. 그래서 가르치는 중학생이 놀래키려는 줄 알고 교실 A로 따라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문뒤에 숨었을줄 알고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서 사람의 형상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걸 본 애도 있고...
당시 그 빌딩 7층(6층이 최고, 지하 1층) 2개동 총 14개가 입주가 가능했는데, 정작 입주한 곳은 6층 수학학원(저희 학원은 소속은 수학학원이었습니다.)과 1층 서브웨이, 지하 1층 노래방 밖에 없었습니다.
위치도 사거리에 있고, 근처에 학원가가 있어 학원이 많았는데 죽어도 나가지 않더군요... 무언가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적으려고 한 바람에 말이 두서없고 정신이 없습니다. 그대로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을 쓰는 와중에 생각난건데... 제가 그때 6층 B동을 왜 안봤을까요... 6층 B동은 유리문으로 잠겨져 있어 봤으면 보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