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엄마 없는 아이가 제일 불쌍하다. 나는 그래서 영수를 볼적마다 측은하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한동네에서 살면서 "형님 형님" 하면서 잘 따라주어서 기특하기도했다. 정말 무어든 아낌없이 주고만픈 애였다.
그날도 또 고주망태가 되어 돌아온 영수의 아버지는 영수를 한바탕 두들겨패고 화를 내던만 어디론가 나가버렸다. 영수는 설음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떨리는 손으로 닦아내면서 나한테 왔다. 빈번히 보아오는 일이라 나는 소용없는 위로의 말따윈 이제 더이상 하지않았다. 끌어당겨서 저녁밥을 먹여주고 내일 학교를 보내기 위해서 양말도 깨끗하게 빨아주었다.
영수를 데려다주려고 그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그가 살며시 이렇게 물어왔다.
"형님 나 설 쇠면 이제 몇살이되는거애요?"
"왜~ 너 절로 계산해보면 알거아니야?"
"나 지금 6살....... 잘 모르겠어요"
"야 너 그래가지고 공부를 한다고하니? 여섯 더하기 일이면 얼마야 함 말해봐? 유치원애들보다도 못
해 ㅎ ㅎ ㅎ 나이값 좀해 영수야 ~"
"형님 나 바보 아니애요, 답도 잘 알고있어요, .... 그런데 말하기 싫어요"
우물쭈물하면서 말하는 영수를 난 살펴보면서 얘가 오늘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답을 안다면서 모르니깐 뻥치는거지? ㅋㄷㅋㄷ 왜 대답해바 맞으면 형 맛있는걸 사줄게"
"호~~~~~~~"
대답대신 긴 탄식을 뿜었다. 그리고는 내 손을 꼭 부여잡았다. 답을 생각하느라 긴장한 탓인지 손에 땀이 즐건히 배겨있었다.
"왜 그래? 한숨은 왜 쉬어? 아빠한테 또 맞을가봐 두려운거지? 그럼 형 집에 가서 잘래?"
나는 어린아이의 입에서 이렇게 땅이 꺼질듯한 탄식이 나올줄은 몰랐다. 어린게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하늘도 무심하지 다 큰다음에 엄마를 데려가면 안되는지. 나도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가 아무리 관심하고 사랑을 퍼부어준대도 어찌 친엄마의 반사랑에 비길수있을거인가. 나는 그에게
"영수야 넌 남자야 잊지말어!!" 이렇게 말하면서 손을 꼭 잡아주었다. 마치 나의 힘을 그의 몸에 전달이라도 할듯, 영수는 알았다는듯이 걸음을 힘차게 내딛었다. 이렇게 엄마의 손을 붙잡고 다녀야할 나이건만 죽은 엄마의 모습도 기억하지못하는 영수- 그리고 대신 받아야할 아빠의 사랑은 하늘에 걸린 별처럼 멀기만 하고 느낄수조차 없으니, 참 가엾은 아이였다.
잠자리를 펴놓고 영수를 눕혔다. 맑지고 정기도는 두 눈이건만 이렇게 빨리 눈물을 알다니, 나는 가슴이 뭉클해났다. 차라리 태여날 때 이 아름다운 두 눈이 꼭 감겨져서 세상을 몰랐더라면 더 좋을번했지않았을가. 사랑을 못 받고 자란 영수가 앞으로 이 세상을 이 눈으로 얼마나 아름답게 볼까? 정말 영수의 미래가 걱정이 되였다. 나는 이런 생각으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갔지만 영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잠잠코 있었다. 두눈은 뜬채로 천정만 올려다보면서 그러나 눈동자만은 움직이질 않았다. 서글픈 생각을 하면 저 두눈에서 또 눈물이 흐를가봐 난 걱정스러워서 영수를 데리고 장난할가하고 생각하는데....
문이 펑~ 열려졌다. 한가닥의 날카롭고 맵짠 바람이 쏴~ 이 집안의 공기를 흩으려놓으면서 불어닥쳐왔다. 난 또 영수의 아버지가 발로 문을 걷어차면서 들어오는가싶어서 흘끔 문쪽을 내다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오직 찬바람만이 내 얼굴을 슬쩍 간지럽히면서 지나갔다.
"우씨~ 난데없는 무슨 바람이야? 문까지 다 열리네"
나는 영수의 이마를 한번 탁 튕겨주면서 히쭉 웃어보이고는 문 닫으려고 일어날려하는데.... 영수가 내손을 탁 잡았다. 그리고는 주춤일어나면서 문쪽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애걸해오는것이였다.
"형님, 가지 마요 나 무서워요"
" 나 안가~ 그냥 가서 문닫는거지, 문 열고 잘래 그럼? 애두 ~~ "
"문도 닫지 말아요, 그냥 여기 내 옆에 있어주세요...."
긴장으로 발발 떨고있었다. 아빠한테 두들겨맞을때도 이 정도로 무서하지않던 얘였는데, 까짓 문이 열렸는데 두렵고 불안한 모습을 짓는지 좀 우스웠다.
"머가 무섭니, 형이 여기 있잔아"
나는 애는 어쨌던 애라고 우습게 생각하면서 다시 몸을 일으키는데
"형님은 저 사람이 안 무서버요?
영수는 나를 다시 끄당기면서 자꾸 문가로 가려는 내가 이상하다는듯 물어보는것이였다.
"무슨 사람이? 어디 사람이 있어?"
나는 영수가 이렇게 무서운 장난도 해오는게 처음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진지했기에 연극재질이 있을것같아보였다.
"저 금방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 그래요... 난 너무 무서운데 형님은 안 보이세요?"
영수의 작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러갔다. 전등의 조명하에 더 공포스럽게 일그러져보였다.
"야, 영수야 너 밤에 이런 장난하면 못써? 이 집안에 우리 내놓고 또 누가 있어, 쬐고만게 어디가서 그런 까부는것 배웠어 ?"
이렇게 침을 한대 박아주었지만 곧 후회스러웠다. 아빠한테 아까 또 설쳤는데 당연히 무섭겠지, 아빠가 금방 문이라도 차고 들어오는것처럼 환각이 들테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허리를 다독여주었다.
"영수야~ 괜찮아 무서워하지마, 아버지가 이렇게 일찍이 안 돌아오셔 늦게까지 안오면 내가 친구해서 자줄게 웅 !"
"형님 저 사람이 어디 우리 아빠애요? 여잔데요... 근데 왜 나만 바라보는거지, 저 사람이 입술이 터졌나봐요. 피가 자꾸 바닥에 떨어져요."
영수의 말이 장난처럼 이젠 들리지않았다. 연극이아니였다. 몸이 꽛꽛하게 굳어져가면서 열린 문 방향만 퀭하니하고 얼빠지게 바라보는데 눈확에서 당금 눈알이라도 튕겨나올듯해요.
"아지미 누구세요?"
영수가 갑자기 문을 향해 이렇게 질문했다. 나는 얼결에 영수의 말소리와 함께 머리를 홱 돌려서 문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내 눈에는 아무도 안 보인다.
"야!! 너 자꾸 이런 식으로 장난하면 형이 집 가겠다."
나는 이게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영수를 윽박질렀다.
"형님 가지마, 날 혼자서 두고 가지마 , ,,저 아지미 넘 무섭단 말이야.. 눈에 눈알도 없어. 엉 엉"
금방이라도 울음보를 터뜨릴것같았다. 영수는 기겁한 모습 그대로 나한테 몸을 밀착해왔다. 그러는바람에, 내 눈이 영수의 눈동자와 아주 가까운 거리가 되어버렸다. 그 순간. 헉 !!!!!!! 그의 공포에 질린 큰 눈동자에서 난 우리 둘만이 아닌 다른 존재를 보았다. 산발이 된 한 여자, 입가에는 온통 피범벅, 정말 영수의 말대로 눈알이 없이 뚤린 눈이서연지 특별히 커보이고 피떵어리같은 푹빠진 두눈. 이런 괴물이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있었다는 사실 난 왜 미처 몰랐는지
으악 ! 넌 영수를 콱 밀치다싶이하면서 뒤로 벌렁 물러앉았다. 영수의 아름답던 두 눈에 비낀 그 물체가 먼지 알길없었다. 귀신인가? 나는 급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집안을 쓸어보았다.
" 형님 지금 문앞에 있어요? 왜 안 보이세요"
형수가 이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그 곳을 가르켰다.
"안돼!!!" 내가 소리지르면서 그의 손을 탁 쳐버렸다.
"영수야 가리키지마," 나는 단도입적으로 명령을 내릴듯 한마디 뱉었다.
"저 아지미가 나보고 말해" 영수는 그 쪽에 대고 귀를 기울이였다.
" 머라고??? " 나는 지금 영수를 확 글어안고 밖으로 내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9 감하기 2가 몇이냐고 물어보는데.... 이거 어제밤도 물어본거였어요"
헉!!!! 그럼 어제도 영수가 이 <사람> 을 봤단 소리가 아닌가?
" 그럼 너 어젠 머라고 대답했어"
나와 영수의 눈길은 문쪽에서 떨어지지않은채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고있었다.
"안 대답했어요 무서워서요... 답을 말하면 이상하게 죽을것만 같았어요"
"그게 왜 그렇다고 생각드니?....." 나는 의아했다. 혹시 이 애가 정답을 맞추면 저 아지미란 사람이
떠날지도 모르니깐. 나는 그래서 아까 영수가 왜 자기 나이조차 말하기를 거부했음을 알아차렸다.
"너 얼른 답을 아지미한테 말해줘... 꼭 맞는 답을 말해야한다..그럼 우리를 떠나서 갈지도 몰라"
나는 영수를 바라보면서 한편으로 신심을 주면서 이렇게 재촉했다.
"형 그러다가 내가 죽으면 어떻게 해요... 저 아지미 눈이 날 노려보고있어요... 내 눈알을 가져다가 자기걸로 만들고 싶다고 말하는듯싶어요."
" 영수야, 아지미보고 이 문제를 대답하면 떠나겠는가고 물어봐~~"
내가 직접 문쪽을 향해 소리치려했지만 내 눈에는 텅빈 공간이라 어떻게 말할힘도 없었다.
"아지미 저 이 문제 대답하면 떠날시거죠?"
영수가 시키는대로 고스란히 물어갔다. 그리더니 날 다시 바라보면서 하는 말이
"형, 간다고 그래요. 정확하게만 알아맞추면 간다고 그래요"
" 그 바라 형이 말이 맞잔아, 얼른 대답해줘 너 답 잘 알쥐"
영수가 나에게서 용기를 얻었는지 다시 그 음산한 그쪽을 향해서 똑바로 말을했다.
"9 감하기 2는 같기 칠 "
후~~ 하고 난 안시름이 놓였다. 자식 그게 그렇게 말하기 어려워서 어제부터 무서움 탔단말이지.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칠 ...."
영수의 입에서 쉴새없이 이 말만 새어나왔다. 멈출줄 몰랐다. 그리고 입에 하얀 거품을 물어제끼고 흰자위만 남은 두 아름다운 눈에서 피가 뿜겨져나왔다.
"눈알이 고마워...나한테는 좋은 선물이지. 크 캬 캬 캬 캬..."
어디선가 이런 소름끼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영수의 눈알이 눈에서 안 나오려고 애를 버덕버덕 썼다. 그러나 입으로는 여전히 중이 경을 외우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