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여행은 MBC의 "환상특급 Twilight Zone 스러운 프로그램입니다. 1996년 10월 27일 첫방송 되어, 1997년 내내 방영되었으며, 1998년 4월 15일 68회로 종영된 프로그램으로, 45분을 조금 넘는 분량으로 1회가 방영되었습니다. 내용은 방영시간 동안 환상적이고 SF스러우며 좀 섬뜩한 짤막한 단편 이야기를 두 편 정도 보여주는 것입니다.
MBC "환상여행"은 사실 "환상특급"보다는 일본의 TV쇼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와 더 닮았습니다. 여러모로 구성된 형식이 매우 흡사합니다. "환상특급"은 블랙 코메디스러운 해설을 나래이션으로 보통 깔아 줍니다. 그러나 "환상여행"은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처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람이 까만 배경에서 혼자 나타나서, 무슨 "알프레드 히치콕 극장" 처럼 해설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비슷한 구성 방식은 "몰래 카메라"가 일본 프로그램을 베꼈다는 지적등과 마찬가지로 일부에서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환상여행"은 이 해설자 역할을 권해효가 맡았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권해효가 해설을 할 때는 초자연적인 악마나 천사 분위기로 이야기를 하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에피소드 내용속에서 권해효 스스로 작은 단역을 맡아 출연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마치 세상에 벌어지는 사소한 일을 관찰하고 관여하는 천사나 악마가 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으로 이 세상 구석구석에 가득 숨어 있다는 느낌도 은근히 풍겨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 밖의 해설자와 극 속의 단역 등장인물이 연결된 모양은 "환상여행"이라는 제목만큼 신비스럽고 재미있는 특징이었습니다.
또한 "환상여행"은 권해효를 간판에 내세우고 있는 프로그램이었으며, 박광정, 이두일, 이재포 그리고 최정윤 같은 배우들이 거의 2회에 한 번꼴로 고정출연하다시피 자주 출연한 프로그램이었다는 점도 유명합니다. 최정윤에게 "환상여행"은 사실상의 데뷔작이었으며, 장진영, 김정은 같은 배우들의 초기작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MBC "환상여행"은 여러 SF, 환상문학 계열의 원작들에 바탕을 둔것이 많았고, 어떤 에피소드들은 "환상특급"이나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들도 종종 눈에 뜨였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신비로운 연출과 자유로운 시도도 엿보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권해효의 선명한 발음과 목소리로 들려주는 섬뜩한 농담과 해설은 훌륭했습니다. 항상 마지막을 장식한 끝나는 배경음악은 저 멋진 명곡 고블린의 "Phenomena" 였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그래도 게중에는 대표적이고 성공적인 한국판 "환상특급"이라 할만한, 이 "환상여행"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위험한 장난
권해효에게 하루의 시간이 다음날로 넘어가지 않고 "사랑의 블랙홀"처럼 계속 같은 날이 반복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즉 오늘이 지나가면 또 다시 오늘 아침이 내일 대신 찾아오는 것입니다. 권해효는 괴로워하다가 이를 기회로 온갖 범죄를 저질러도 죄의 대가를 받지 않고 다시 같은 날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권해효는 범죄를 저지릅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감옥 안에서 하루가 지나가고, 감옥안에서 흘러간 그 하루가 계속 반복되게 되어버립니다. 권해효는 제발 내보내 달라고 사정하지만, 지키는 경찰은 무심하게도, 가벼운 죄라서 하루만 지나면 나가게 될테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위험한 수집
가난한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추억을 산다는 광고를 봅니다. 기억 저장 장치 같은 곳에 머릿속의 기억을 옮기는 것인데, 주인공은 업체에 자신의 자잘한 추억들을 하나 둘 팔아넘기고 옛일들을 하나 둘 잊어 갑니다. 그러다, 주인공은 자신이 처음으로 배추장사에게 "엄마"라고 말했고 아들의 첫 말에 기뻐한 어머니가 배추를 모조리 다 사버린 추억을 팝니다. 그러고나서 추억값을 받고 집에 돌아오니, 주인공은 자신이 말을 할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대 눈을 통해
류시원과 조선시대의 궁녀가 서로 감각이 통하게 됩니다. 두 사람은 같은 것을 서로 보고, 느끼면서 정이듭니다. 그런데 류시원이 길을 가던 중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립니다. 궁녀가 장희빈-인현왕후 싸움에 휘말려 고문당하던 중 인두로 눈을 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유다의 마을
낯선 동네에 이사온 주인공은 그 동네 사람들이 모두 한 노인을 몹시 박대하는 것을 발견합니다. 사연인 즉슨 이 노인이 일부러 돈을 주고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을 박대하도록 한 것 입니다. 그것은 바로 그 노인이 6.25때 사람들을 밀고해 억울한 죽음을 당하게 만든 적이 있어서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그에 대한 죄값을 스스로 치르려고 일부러 박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노인의 행동이 돈으로 구원을 산다는 듯한 분위기로 묘사되는데, 그러나, 갑자기 사람들이 무슨 귀신에 씌인 듯 진짜 노인을 원수처럼 공격하기 시작해서 노인은 죽어버립니다.
황금연못
주인공 홍기훈은 노인들의 삶이 불편하다는 것을 연구하기 위해 노인으로 변장하고 잠시 살아보는 실험을 합니다. 그러다가 사고를 당합니다. 긴 시간이 지난 후 깨어나 보니, 정말로 자신이 노인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