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군생활의 에피소드~

후들후들 작성일 07.04.27 04: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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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이곳에 와서 글을 읽지만 직접 이렇게 글을 쓰게 될지는 몰랐네요 ㅎ_ㅎ


뭐... 지금부터 제가 하려는 이야기들은 어떻게보면 여기에 있는 다른분들이 쓰신 많은 글들에 비해


그다지 공포스럽다거나~ 혹은 정말 실감난다거나~ (워낙 글 재주가 없어서요 ㅋ) 하지는 않을꺼에요.


그래도!! 대한민국 남자라면 대부분 가는 군대!! 에서 누구나 한두번쯤은 이상한 경험을 할 경우가 많고!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하는 이야기 처럼 이러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는게 왠지모를 즐거움 또한 있기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ㅎ

 

 

 

저는 군생활을 경기도 북부 gop를 담당하는 xx사단의 수색대대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덕분에 타 육군과는 약간은(?) 다른 형태의 훈련 및 작전, 근무등을 서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면

특별한 몇몇 경험들을 할 수 있었네요 ㅎ_ㅎ

 

 

 

제가 처음으로 겪었던 이상한 일은 일병 때였습니다.

 

그당시 저희 소대는 GP에 투입된 상태였었죠.

(GP란 DMZ안에 마련된 독립된 소초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통 북한관측이 주임무로써 관측용 고가초소 및
휴게실등 몇가지 건물만 지상에 있고 내무실,화장실,식당,지하상황실,벙커 등등 대부분이 땅속에 마치
개미집의 형태로 존재하는곳이지요.)


보통 GP의 형태는 그림과 비슷합니다.

 

117761627992471.jpg

 

 

각 건물들의 이격거리는 그림과 크게 다르지않고 상당히 가까이 모여있습니다.

 

보통 GP의 총반경이 100미터도 안될뿐더러 30명 정도만이 생활하기 때문에 규모가 그리 클 필요도 없고,

 

앞에서 언급했다싶이 대부분의 시설이 땅속에 존재하므로 지상에 노출된 모습은 굉장히 작습니다.


그러하기에 주간근무시에는 고가초소에만 인원이 투입되고 야간 근무시에만 지상초소에도 인원이 투입되게 되지요.

 

그때는 제가 야간근무였습니다. GP의 야간근무는 일반 부대처럼 1시간30분 정도 서고 교대하여 다시 취침에 들어가는것이

 

아닌 전반야,후반야로 나뉘게 됩니다. 야간근무 총6팀중에 3팀이 전반야 근무, 나머지3팀이 후반야 근무 라고 하는데 이것은

 

자정을 기점으로 자정 이전에는 전반야 자정 이후에는 후반야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즉, 3팀이 해가지고나서 자정까지 또는 자정부터 해가뜰때까지 고가초소 지상초소 휴게소 3군데에서 밀어주기 식으로

 

빙빙~ 도는 형태로 근무를 서게됩니다.

 

a팀이 휴게실에서 쉬다가 지상초소로 가고 지상초소에 있던 b팀은 고가초소로 가며 고가초소에 있던 c팀이 휴게실로 가서

 

쉬고~ 이것의 반복인것입니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와서~!!

 

문제가 일어났던 시점은 저와 제 사수가 고가초소에 있었을때입니다. 말이 고가초소이지 사실 야간에는 고가초소에 있더라도


관측되는것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측에는 거의 "빛"이 존재하지 않기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야시경 역시 관측거리가

 

짧기 때문에 근무자체가 거의 GP방어에만 치중하게 됩니다. GP에 침입하는 사람이 있나없나만 감시하는 수준의 근무이지요.


하지만 이 역시도 GP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방벽이 있고 그 밖에는 2중 3중으로 철조망과 조명지뢰 크레모어가 깔려있는

 

상태로 침입이라는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 수준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근무할시에 사수와 부사수의 정다운 대화~ (?)가

 

주가 되고는 합니다 ㅎ

 

 

그때도 저는 사수와 그다지 별 의미없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지요.

 

그렇게 몇분간 이야기를 하는데 순간 주변에 짙은 안개가 형성이 되었었습니다. 정말로 바로 앞 10여 미터만 간신히

 

보일정도의 짙은안개... 뭐... 이러한것은 DMZ안에서는 자주 있는 일입니다. 하루밤 사이에도 몇번씩 안개가 자욱하게

 

꼈다가 몇시간만에 다시 깨끗이 사라지고 등등~

 

아주 사소한 일이지만 그래도 역시나 규정상 이럴때는 상황실에 알려야 하기에 인터폰의 스위치를 눌렀었죠.

 

 

 

- 글 재주가 없어서 그때의 시점으로 쓰겠습니다 ^^; -


 

"삐익~ 고가초소 근무자 일병 ㅇㅇㅇ입니다."

 

....

 

....

 

"삐익~ 고가초소 근무자 일병 ㅇㅇㅇ입니다."

 

...

..

.

 

아무런 응답이 없는 인터폰...

 

상황실은 바로 아래이지만 규정상 초소를 벗어나면 안되기에 (사실 상관없지만 저는 짬빱이 안되었기에 규정을 따라야하죠 ㅜㅜ)

 

인터폰을 가지고 끙끙 거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사수가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아나... 안그래도 꼭 귀신 나올꺼 같은 분위기에 찝찝하게 왜 이런데 ㅡ.ㅡ"

 

"ㅎ_ㅎ 그러고보니 꼭 귀신 나올꺼 같은데 말입니다~ " (... 이놈의 말투는 ㅡ.ㅡ;)

 

"너 이야기 못들었냐? 원래 GP가 이렇게 제대로 방벽도 생기고 한건 90년대 되서지 그 이전에는 그냥 철조망이랑

 

 천막뿐이었데 그래서 일년에도 몇번씩 서로 GP침투해서 목따가고 해서 그 원혼이 GP에 남아 귀신으로 나온다고 하던데~ "

 

"왠지 그럴듯한데 말입니다~ ㅎㅎ"

 

"이왕 나올꺼면 처녀귀신이나 나오지~ 귀신을 만나도 군바리 귀신은 너무하자나 ㅡ.ㅡ 쳇~ 야~ 그거 인터폰 그만 만지고

 

 그냥 상황실가서 보고해~ "

 

 

초소를 벗어나도 된다는 사수의 허락을 받고 저는 상황실로 내려가려고 문을 열었죠.


그런데 그때 지상초소 쪽에서 걸어오는 두명의 사람을 보게 되었고, 당연히 근무교대자라 생각하여 저는 사수를 불렀습니다.

 

 

"xxx병장님 근무자 옵니다."

 

"엥? 근무자? 휴게실 애들 탄받는 소리 들었냐?"

 

"못들었는데 말입니다. 인터폰 만질때 받아간거 아닙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걸 못들었을까? 야 암구어 물어봐."

 


휴게실에서 쉬고있는 근무자에게는 탄약이 없고 초소로 가기위해서는 상황실에 들려서 실탄과 수류탄을 받고 지상초소로

 

가야했죠. 물론 고가초소에서 철수하여 휴게실로 가기전에 상황실에 들려서 실탄등을 반납해야하는건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고가초소에 있으면 자연스레 바로 밑에 상황실에서 탄을 받는 소리 삽탄하는소리 등이 들리게 되는데 이러한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고 게다가 반 장난이었다지만 귀신이야기를 하고 있던차에 소리없이 근무자가 다가오고 있으니 왠지모를

 

껄끄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사실 GP안에서는 암구어도 서로 잘 확인하지도 않습니다. 어짜피 매일매일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 꼭 목소리를 듣지

 

않더라도 멀리서 걸어오는 폼만으로도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있었기에 그런 형식적인건 대부분 생략하죠.

 

그런데... 지금 고가초소로 걸어오는 두 사람은 생소한 사람? 아니... 무언가 이상한 분위기의 존재들로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반은 형식상 들고다니던 총을 끌어당겨 탄을 확인하고 다가오는 두 존재에게 겨누며 조용하지만 강하게

 

외쳤습니다.

 

 

"정지. 움직이면 쏜다. 멸공!(암구어)"

 

...

 

 

아무런 대답없이 조용히 다가오는 그들...

 

 

"정지! 움직이면 쏜다! 멸공!!"


제발 멈추어주기를.... 멈추어서서 평소처럼 씨익 웃으며 "나야~ " 라고 대답하며 손을 흔들어주길 바랬건만...

 

그들은 결국 철로만든 사다리 앞까지 오게 되었고... 저는 아예 정조준을 한채로 속으로 몇번이고 빌었습니다.

 

'제발... 사람이여라... 대답을 해줘...'

 

 

 

하지만...

 

 

그들은 올라왔습니다.

 

철로 만든 사다리를....

 

아무런 소리도 없이...

 

아무런 높낮이도 없이...


 

 

미끄러지듯 스르륵...


 

 

이미 총은 장전되어있었지만... 조종간만 풀고 방아쇠만 당기면 되었지만 손하나 까딱할수없는 두려움...

 

저와 제 사수는 그냥 넘어지듯 주저 앉아 버렸고 그들이 문앞에서서 문을 반쯤 여는것을 지켜볼수밖에 없던때에...


"퉁~! 퉁~! 퉁퉁~!! "


철로 만든 사다리를 거칠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며 그 소리에 뭍혀버리듯 그들은 어느순간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멍하게 있는 우리들 앞에 무슨일이냐고 다그치는 GP장과 상황병의 모습...

 

몇번을 다그쳐 물을때까지 멍하게 있던 저와 제 사수는 그날 거기서 근무를 철수해버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서야

 

상황병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안개가 짙게 깔리기 시작할때쯤 제가 눌렀던 인터폰을 상황실에서는 받았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상황병이 대답을 해도 저는 계속 관등성명만 반복할뿐 용건을 말하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무시해버렸다고

 

합니다. 그러고나서 대충 2~3분이나 지났으려나 갑자기 인터폰의 스피커에서 사람 비명소리가 울리며 마치 난투극을

 

벌이는듯한 소음과 북한쪽 사투리 남한쪽 각 지방 사투리등 한 두 사람이 아닌 여러사람의 욕설이 들리더랍니다.

 

이에 놀라서 상황실에 있던 GP장과 상황병이 뛰어올라온거고 거기서 멍하게 주저앉아있던 저와 제 사수를 발견한것이지요.


그 이후에 저와 제 사수는 다시는 야간근무에 투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다른 야간근무자에게는 전원 이상한 낌새가

 

느껴질시에는 그냥 고가초소에서 밑으로 뛰어내리라는 지시까지 내리더군요.

 

(고가초소라고 해봤자 왠만한 집 2층 정도라 특별히 크게 다치거나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인건 그 이후로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은 제 군생활동안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또다른 일은 나왔지만 ㅡ.ㅡ;


 

아무튼 그때 만약 상황실에서 뛰어올라오지 않았다면 진짜로 목이라도 잘려나갔었을까요? ㅎ_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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