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백.

후들후들 작성일 08.09.24 2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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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미스테리방에 써야할지, 무서운글터에 써야할지 망설이다가

 

저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공포스러운 일이기에 이 곳 무서운글터에 쓰게되네요.

 

글을 시작함에 있어서, 먼저. 상당히 복잡한 심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술에 의지했기에

 

이야기의 진행에 있어서 깔끔하지 못하다든가, 오타~ 등이 있더라도 '취중' 이므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에게는 공백이 있습니다.

 

空白...

 

 

사실 이 공백. 이라는것 자체는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모든 사람이 겪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서 옛날에 내가 그날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거나~

 

술이 과해서 다음날 아침 정신을 차렸을때 지난날의 행동이 기억나지를 않는다거나~

 

 

 

참으로 사소한 일상이죠.

 

 

그렇지만 저에게는 이 '공백' 이 상당한 공포로 다가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한 '기억'의 공백이 아닌, '시간'의 공백이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공백' 이 일어났었던때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였습니다.

 

지금은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제가 다닐때에만 하더라도 국민학교 였었지요.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를 않습니다.

 

 

1993년 어느 여름날.

 

 

저는 6학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과학실험 특별수업' 이라는 곳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국민학교(그떄의 설정에 맞춰서 국민학교로 칭하겠습니다.) 다닐때에는 중학교는 無시험 진학으로써

 

컴퓨터 추첨에 의한 배정이었죠. 일명. 뺑뺑이...

 

그리하여 특정 목적을 가진 중학교는 존재하지가 않았고, 그러한 상황에서 나름 영재 교육을 시킨다는 명분 아래에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때에 과학실험등을 주로하는 특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요즘은 외고다, 국제중학교다~ 문과쪽을 중점으로 두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우수학생은 이과. 과학.수학 이었지요...)

 

 

아무튼 그당시... 문제가 일어났던 그날은 비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아침에 저는 우산을 쓴채로 오래된 빈집을 뒤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빈집이라 해봤자. 몇일전까지 저희 가족이 살아가던 집이었지요.

 

오래전 할아버지께서 6.25 동란을 피해 북쪽에서 내려오셔서 터를 잡으신곳에 직접 집을 짓고 살아가던 우리집...

 

앞이 훤하게 뚫린 커다란 마루를 가운데 두고 방들이 마루를 끼고 위치해있으며 마당이 앞에 넓게 펼쳐진 전형적인

 

한국의 집. 수많은 추억이 담겨있던 집.

 

하지만 도시 확장 계획이 진행되면서, 저희집 터 주변은 '소방도로' 를 개설한다는 목적하에 보상을 받고 인근 아파트로

 

이사를 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집에 살때에도 몇몇 특이한 일이 있었던것 같네요. 그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날 학교 과학선생님은 특별히 준비물을 챙겨오라며 당부를 하셨습니다.

 

어떠한 실험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를 않지만, 준비물로는 '긴 막대,양초,라이타 or 성냥' 이었습니다.

 

양초와 성냥은 집에서 쉽게 구할수 있었지만, 긴 막대를 구하지 못하여 학교가는길에 오래된 옛집을 뒤지고 있었던 것이었죠.

 

그렇게 손목시계를 봐가며, 지각하지 않게 주의하며 한 10분 정도 빈집을 헤집고 다니며 막대를 구한후 학교를 갔지만...

 

 

 

그날의 실험은 전혀 다른것이었습니다.

 

 

저혼자만 전혀 엉뚱한 준비물을 챙겨왔더군요.

 

이상한 마음에 옆에 친구에게 "오늘 xx 실험아니야?" 라고 물어봤을때 되돌아온 대답은

 

"그거 어제 했자나"

 

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린마음에 그냥 '이상한 일' 이다~ 라는 생각뿐이었죠.

 

 

 

하지만, 두번째 공백...

 

 

1996년...

 

전에 살던 집이 도로 계획에 포함되면서 반은 억지로 이사를 갔엇던 아파트, 보상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그당시 '세'로 들어갔었던 아파트에서 저희 가족은 얼마 못지내고 그 집을 나와야했습니다.

(전세 였는지... 월세였는지 어렸을때라 기억은 나지를 않는군요.)

 

계획에 의한 이사가 아닌, 집주인이 집을 비워달라는 요청에 의한 이사였기에 급하게 이사를 했었죠.

 

그리하여 이사를 했던 집은... 지금 생각해봐도 꽤나 음침한 집이었습니다.

 

좁은 골목길 끝에 위치했었던... 그것도 주변은 그 집보다 높은 건물들로 인해 한낮에도 햇빛이 제대로 들지를 않아

 

언제나 불을 밝혀야했었던집...

(생각해보니 이집에서도 희안한 일이 있었군요 -ㅅ-;)

 

 

그 집에서 저는 중학교를 다녔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정규 수업은 오후 3시가 되면 끝났었지만,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할 학생들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이

 

오후 5시 까지 진행되던 시절이었죠.

 

그렇게 전 5시 수업을 끝내고, 집에 왔습니다.

 

부모님은 일을 나가셔서 텅빈 집에서 혼자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하며 tv를 틀었죠.

 

그당시 sbs채널에서 방영하던 tv 만화영화. '세일러문' 의 주제가가 나오더군요.

 

언제나 다를것 없던 일상.

 

항상 집에와서 옷을 갈아입으며 저녁을 먹으며 tv를 보다 학원을 가던 일상.

 

tv에서는 항상 그시간대... 6시즘에 하던 '세일러문'

 

그날도 전 그 주제가를 흥얼흥얼~ 따라부르며 tv를 켜놓은채로 화장실을 갔습니다.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물을 내리고 있을때,

 

거실의 전화기가 무섭게 울리더군요.

 

급하게 뛰어나가서 받은 전화는....

 

"오늘 왜 학원에 안오니?"

 

어처구니 없어서 고개를 돌려 본 시계는 이미 8시를 넘어서고 있었죠.

 

세일러문 주제가가 울려퍼지던 tv는 "sbs~ 8시 뉴스~" 라며, 아나운서가 멘트를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세번째 공백...

 

 

전 어느때와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날씨도 우중충하니... 기분도 약간 가라앉고... 오늘따라 일도 일찍끝났고...

 

집에가서 맥주나 한잔 해야겠다 싶어, 오는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맥주 6캔 묶음을 사들고 집에 들어왔죠.

 

저녁 6시...

 

그때까지만해도 시원했었던 맥주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컴퓨터를 켜서 음악을 틀어놓은채로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가서, 먼지&왁스 로 떡이진 머리를 감으며 세수를 하고 나와서 맥주를 손에 쥐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떠한 차가움도 느껴지지 않는 맥주와 8시를 넘어서 버린 시계...

 

 

 

전...

 

 

과연....

 

 

하루 24시간 동안 빈집을 헤매며 막대를 찾고 있었던 것일까요?

 

2시간동안 소변을 보고 있었던것일가요?

 

2시간넘게 머리를 감았던것일까요?

 

 

 

더욱 우스운건... 이러한 일들을 겪는건 저뿐만이 아니더군요.

 

당장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시간의 공백. 멀쩡히 눈뜨고 행동을 하던 그 상태 그대로 시간의 이동을

 

겪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는걸.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당장 네이x 지식검색에도 당황해하며 질문이 올라올 정도니까요.

 

 

과연 이러한 현상은....

 

 

귀신의 장난일까요? 아니면... 정말... 단순하게 제가 서있는체로 잠이들었고, 소변을 보면서 잠이들었고.... 머리를 감으며 잠이 들었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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