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저와 제 친구의 이야기 입니다.
"야. 나 어제 옥상에 누워있는데.. 바로 위에 유에프오 떠있었어.."
"....-_-"
"이색.. 안믿네.. 진짜야.. 졸 육각형인데.. 빛나는 공같은게 6개가 붙어있고
내 머리 위에서 한참 뱅글뱅글 돌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_-"
"...-_-"
"널 몇년이나 봐왔지만.. 넌 정말 이상한 걸 자주 보는것 같다."
"야 너도 보면 믿게 되있어. 그땐 내심정 이해할꺼다"
생각해보니 평소에도 그런 이야기를 자주꺼내는 친구놈이었습니다.
근데 제 성미가 원채 호기심이 많은 타입이라 다른 이야기들이 듣고 싶었습니다.
특히나.. 여름이기도 하고 좀 무서운얘기로
"야 그런 또 신기한 얘기 없냐?"
"음.... 가위랄까? 귀신본거.."
"오.. 얘기해봐!"
"뭐..근데 난 하도 많이 봐서.. 지겹기도 하고.. 재미 없는데?"
"그래도 해바바"
그렇게 친구놈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녀석은 집안형편상 단칸방에 혼자 지내는 날이 많은 녀석이었죠.
놀러가면 있는거라곤 너댓평되는 공간에 침대랑 고장난 냉장고..
벽에 영화 포스터와 옷걸이와 한쪽에 걸려있는 십자가. 이정도 외에는 눈에 들어올것도 없는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그런 분위기입니다.
왠지 모르게 십자가에 걸린 예수님상은 더 그 분위기를 냉각시키는듯한..
"그날도 학교 끝나고 졸 피곤해서 집에 들가자 마자 누웠는데.."
그렇게 친구넘이 얘기를 꺼내더군요. 지금까지 ufo때문에 우스꽝스러웠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뭔가 지친듯한 표정이랄까. 포기해버린듯한 그런 얼굴로 입술만 움직입니다.
"무진장 피곤한게 또 볼거 같더라.."
"뭘?"
"그넘들이지 뭐.."
친구놈은 한숨을 푹 쉬더니 얘기를 계속 해나갑니다.
"그놈들은 일단 내가 잠을 못자게 해...막~ 잠이들라치면
귓가에서 뭐가 스믈스믈 거리고 알수없는 이야기소리가 웅성웅성 거려.
굉장히 날카로운 여자목소리같기도 하고
중저음의 중년남자 목소리같기도 하고 막 뭐라뭐라 한다. 죽여버려 니 뭐
암튼 간혹 들리는 말도 있는대. 사람말은 아냐. 따라할수가 없다.
그소리가 점점 커지면.
창문이 쾅 열리면서 수억마리의 바퀴벌래가 들어와서는 내몸을 덮지..
근데 자세히 보면 바퀴벌래도 아냐. 입모양이 특이해 뭔가 조잘조잘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졸 많이 달려있는데 다 갉아먹을듯하게 생겼어..
그러고 나면 너 우리집에 그 영화포스터 알지?
그게 쫌 천장쪽에 붙어있자나? 근데 거기서 졸라 긴 팔이 쑤욱 나온다..
그 긴 팔이 집안 사방팔방을 더듬다가 내 몸을 찾으면 온몸을 만지다가 서서히 내 목을 졸르지...
그렇게 한참을 괴롭힘 당하면 처음에는 정말 싫은데 나중엔 그냥 포기하게 되고
그래도 끝나지 않으면 내가 졸라 성질낸다.
그럼 지들끼리 막 뭐라뭐라 하다가 다 가버려.. 그리고 눈뜨면 아침이지 뭐"
"헐...가위냐?"
"아니 분명 가위는 아닌데.. 가위라고 밖에 볼수 없겠지?.. 근데 내가 느끼는건 가위같진 않아"
순간 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친구놈이 좀 측은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항상 웃어주던 친구놈인데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젠 면역이 되버릴정도로
그런경험을 해봤다니..
"야 암튼 너도 혹시나 그런거 보면 나처럼 쫓아내. 난 요새 운동하면서 좀 괜찮아진거 같기도 하니까.
넌 평소에 운동 많이 했자나?"
"색히.. 나야 뭐.. 그런거 본적도 없다.. 오히려 한번 보고싶은데 뭐 ㅋㅋ"
"처음엔 쉽지 않을껄?ㅋㅋ"
그렇게 얼마 뒤였습니다.
이상하게 피곤한 날이었죠.
침대에 누웠는데
세상에나.. 가위에 눌린건지 저도 몸이 안움직이더군요..
신기하기도 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
그러나 공수도를 좀 배웠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을까요
손가락은 약간 움직이기도 하는게 힘 팍 주면 가위고 뭐고 깨지면서 일어나질것 같았습니다.
까짓것~ 하고 비웃으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죠.
윗몸일으키기할때처럼 반쯤까지 일어났을까..
복근과 팔에 쥐가 날정도로 힘을 줬는데 결국엔 침대로 푹 내려갔습니다.
그때부턴 아예 꼼짝 달싹도 못하겠더군요.
힘으로 지니까 공포가 엄습하더군요.
근데 마침 거실에서 동생이 제방으로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행이다싶어서 좀 깨워달라고 말하려고 하지만 말도 안나옵니다.
목에선 쉰소리만 나오고.. 미칠듯이 답답하더군요.
곧 더 미치겠는 상황이 다가옵니다.
침대 밑에 빈공간이 있죠? 동생이 바로 제옆에까지 오더니 몸을 숙여 그 침대밑에 대고
"얘 꼬마야. 거기서 뭐하니?"
하는겁니다.
전 패닉상태에 빠져버립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세상은 빙글빙글 돌더군요.
그리곤 마지막 희망이었던 동생이 다시 나가버립니다..
잡아보려고 해도 방도가 없습니다.
근데 드디어 침대밑에서 그녀석이 꿈뜰대면서 기어나오더군요.
머리카락은 듬성듬성 빠져있고 얼굴은 다 파먹혀 있는 상태로 절 바라보더니 씨익 웃는것 같습니다.
얼굴이 제대로 없으니 알순 없지만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러더니 제 방 한구석에 가서 쪼글치고 앉아선 킥킥대고 웃더군요.
듣도못한 소름끼치는 웃음 소립니다.
키키킥.. 하는거 같기도 하고 애기 울음소리같기도 하고..뭔가 강철부딪히는 소리같기도 하고
아..제발.. 친구녀석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한참을 킥킥대고 웃던 꼬마녀석이 스윽 일어서더니 저에게 다가옵니다.
가까이서보니 정말 역겹게 생겼더군요
그리곤 머라뭐라 중얼거렸는데..
갑자기 그꼬마 입 눈 코 귀 구멍이란 구멍에서 알수없는 벌래들이 엄청 기어나오더군요.
아..젠장.. 눈을 질끈 감아도 언뜻언뜻 보이고 그 소리는 어쩔 방법이 없었습니다.
제발..제발.. 속으로 누가 나좀 살려줘.. 외치고있는데..
드디어 누가 절 흔들기 시작합니다.
"...야~"
뭐라 부르는 소리도 들립니다.
"땡아~ (제 별명)"
"야이색히야 뭐하냐~ 친구 댈따놓고 굶기기나 하고"
"헉.."
한참을 숨을 몰아쉬었습니다. 식은땀도 나는게 정상같지는 않았죠
제 상태를 보던 친구놈이 뭔가 낌새를 챈거 같습니다.
"너 혹시 그거본거냐?"
"..어..그런거 같아"
"헐.. 느낌이 어때 ㅋ"
"야야..말걸지마.."
정말 알수 없게 온몸이 피곤하더군요.
그러보니 이녀석은 또 왜 여기있는지..
"근데 너 여기 왜있냐?"
"이색히 뭔소리야 오늘 하루쟁일 같이 놀아놓고 미쳤냐?"
"뭔 개소리야.. 학교갔다오고 나혼자였는데"
"-_-.. 오늘 니네집에서 자기로 하고 계속 같이있었는데 미친.. 가위만 눌리지 기억상실까지 햇냐?"
도무지 무슨 일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제 기억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가 가위고 꿈이고 어디가 현실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근데 역시나 또 궁금하더군요. 그래서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야 나 머하고 있디?"
"몰라 컴터하고 있는데 니 혼자 침대가서 누워가지곤 기지개 키더니 벌떡 또 일어나서
멍하니 있던데? 뭔생각하나 했다"
"얼마나?"
"뭘 얼마나야 잠깐 그러고 있었어"
후아... 전 긴 한숨만 내쉬고 가위눌린것(?)을 친구넘한테 얘기해줬더니
실실 비웃기만 하더군요.
전 무엇을 본것이었을까요.
조심하세요.. 곧 이글 보신 당신에게 찾아갈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