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잊지못하는 초소 귀신

때때궁 작성일 08.06.18 19: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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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생각해보면 꽤나 오래된 일이군요..

 

정말 평소 헛것한번 안보던 저도 군대 보초 5연짱 크리에는 못버티나 봅니다..

 

혹한기 훈련때문에 보초 근무자가 모자라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섰던기억이 납니다.

 

최전방은 어떨지 모르지만 후방지역은 겨울은 1시간 30분이 근무 최대시간인데요.

 

 

 

[참고로 3군 사령부인지라.. 후방이다~ 땍깔이네~ 뭐 이런 코멘트는 사절이구요..

 

준장이 밥먹듯 저희 지키는 초소(등산로입구)드나들고 소령은 경례도 제대로 못받는 무시무시한 곳이거든요.

 

심심하면 부사령관(소장)이 막사 순찰오는 .. 문희준이 한때 운전병으로 왔던 그곳입니다.

 

문희준 군생활 얘긴... 안할랩니다 왠지 안티처럼 보일까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런지..

 

암튼 그렇게 피곤하게 보초를 서고 있던 차입니다.

 

초소를 중심으로 좌측 180%는 제가 우측 180%는 사수가 경계를 스는 모양이었고

 

등산로 입구라 대략 200~300고지여서 아래쪽으로 내려다보고 경계를 스는 모양세였죠.

 

정말 말도 못하게 춥고 졸립고 피곤했었습니다. (용인도 산속은 영하 26~30도까지 떨어지더군요)

 

얼굴살갗을 애리는듯한 바람을 맞고 서있는데 저 밑에서

 

순찰자가 손전등도 키지 않고 미.친듯이 뛰어올라오는겁니다.

 

순간 당황한 저는 암구호나 경계수칙이고 뭐고 '헉!'이라는 소리부터 냈습니다.

 

보통 순찰자는 손전등을 미리 끄고 몰래 오는 경우는 있지만 저렇게 대놓고

 

미.친듯이 뛰어오는경우는 없거든요.

 

무슨 일인가 대충 사태파악이 된 저는 사수에게 눈치를 주고 암구호를 대려고

 

다시 고개를 돌리자 온대간데 없이 휑한 바람만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제가 낸 소리를 못들은건지 사수도 아무말 없이 자기 경계쪽을 보고 있었고요..

 

 

피곤하니까 헛것을 다 보는구만.. 이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경계총을 하려고 하는데

 

제 바로 옆에 중대에서 자고있어야할 고참 2~3명이 와서 자기들끼리 뭐라뭐라 떠들고 있는겁니다.

 

시간이 새벽 3시를 훌쩍 넘긴 시간인데 말이죠..

 

버릇처럼 경례부터 하려고 하는 찰라 뭔가 이건 아니다 싶은거 있죠..

 

제 뺨을 두어대 치고 다시 보니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자꾸 헛것을 보고 무서운 느낌이 들어서

 

전 고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개념이 없는것일수도 있지만..

 

같이 섰던 사수는 제 아버지군번에 같이 군종을 하고있는 고참이라 평소에도 아는 형처럼

 

푸근한 고참이었습니다.)

 

그 고참은 자기 경계지역을 벗어나 제 옆으로 와서 얘길 나눴습니다.

 

"제가 지금 이러이러한데 자꾸 헛것이 보입니다.

 

너무 피곤해서 그런거 같은데 다음주면 저 휴가 나가니까 그거보고라도 참아야겠습니다"

 

대충 이런 얘기를 전했던것 같네요

 

그리고 다시 제 경계쪽을 바라보고 한마디 더 붙일까 해서 고참을 바라봤는데

 

왠걸 바로 옆에서 저랑 얘기하고있던 고참은 온대간데 없고

 

처음 자기 위치에서 꼼짝않고 경계를 서고있는 고참이 눈에 들어오는겁니다.

 

대략 5미터 거리기에 아무 소리도 없이 고개 한번 돌릴 사이에 거기까지 가는건 분명 무리였죠..

 

 

 

드디어 전 미칠것 같은 기분에 보초고 뭐고 그 고참에게 막 달려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고참은 우스갯소리로 빠졌다며 저에게 핀잔아닌 핀잔을 주면서

 

교대시간 얼마 안남았으니  좀만 버티라며 다독여줬습니다.

 

참 멋진 고참이었죠. 당시만 해도 보초지역은 갈굼과 폭력의 본산이었는데..

 

 

암튼 다시 기운을 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와 근무를 다시 스기 시작하는데

 

제얘기가 좀 깨름직했는지 뒤에서 고참이 찬송가(?)를 부르더군요..

 

속으로 풋~ 하고 웃었습니다. 고참도 무섭긴 무서운가보구나 하고 뒤를 돌아보는데

 

 

 

... 고참 등에 .. 머리 위쪽으로 하얀 소복입은 처녀귀신이 둥둥 떠있는겁니다..

 

참 지금까지 이렇게 소름돋았던 적이 없던것 같네요.

 

 

전 비명을 질렀습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하고 깼습니다..

 

꿈이었던거죠 제가 갓 일병 달았을때의 근무하던 꿈을 꾼겁니다.

 

제가 사수인 입장이 사실인거죠.

 

무서워서 시계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고 교대올넘들을 기다리는데

 

같이 근무서고있던 부사수녀석이 안절부절 하다가

 

울상이 되서 저에게 와서는 무슨 얘기를 하는겁니다.

 

 

그 이야기가 가관인게..

 

자기가 너무 피곤해서 보초서다 깜빡 서서 졸았는데 꿈에서 보초서는 도중

 

그녀석이 절 바라봤는데 제 뒤 머리 위쪽에 하얀 소복입은 여자귀신이 둥둥 떠있더랍니다.

 

자기가 졸고 개념없는거 갈굼당할거 다 각오하고 하는 얘긴데 너무 생생하고

 

무서워서 저에게 얘기하는거랍니다..

 

 

 

저도 그녀석에게 졸다 꾼 얘기를 해주고

 

뒷번초가 올라올 시간 5분남겨두고 미.친듯이 산을 뛰어내려왔습니다 -_-;;

 

내려오던 길에 뒷번초를 만났고 뭐라 상황 설명할것도 없이

 

귀신 조심하라 한마디하고 미.친듯이 막사로 돌아왔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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