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때
저희집 식구는 주말에 제부도 가는것을 좋아했습니다.
가서 굴도 따고 조개도 캐고 망둥어도 잡고
저희집에서 제부도를 갈때
항상 지나가는 삼거리는
좌회전 차선에 차가 항상 많았습니다. 아마도
유난히 긴 다른신호와 너무 짧아서 두서너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좌회전 신호 탓이였을 것입니다.
항상 차가 막힐까봐 새벽일찍 출발해도 그곳은 항상 막혔었습니다.
그리고 그 삼거리 주변엔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요
삼거리쪽 길가로 작은 놀이터가 있었습니다.
새벽 5시. 아무도 없는 놀이터.
길기만 한 신호때문에 졸고 있던 제게
푸르스름하면서 어두컴컴한 놀이터에서
무언가 움직이는게 보이더군요
눈을 비비고 똑바로 보니
그것은 그네였습니다.
갈래머리를 한 여자애가 타고 있더군요.
새벽 다섯시에 왠 꼬마아이??
그 아이는 특별한 행동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네는 계속 움직이더군요
자로 잿듯이 정확한 거리만 왔다가 갔다가...
그러다가 신호가 바뀌어서 그냥 지나갈수 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주말이 되면 제부도를 찾았지만
저는 워낙 아침잠이 많아서 차안에선 잠만 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여느때 처럼 새벽부터 제부도로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잠이 안와서
차안에서 어머니께 말도 걸고 형한테도 말도 걸면서 가다가
그 삼거리에 다다랐습니다.
또 긴 줄에 깝깝함을 느끼며 잠이나 청하려 하는데
밖에 그 그네가 보이더군요
저번보다 해가 일찍떠서 같은시간인데도 잘 보였습니다. 시간은 물론 새벽 5시-ㅂ-
잘 보니까 그네 옆으로 앙상한 나무 한그루가 있더군요
다른 나무들은 다 푸른데...
아무튼 그 그네는 사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번처럼 그 아이가 타다가 방금 내린줄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한참뒤에 다시 보았을때도 여전히 같은간격으로 움직이고 있더군요
이상해서 창문을 열었습니다.
바람한점 없는 날...
놀이터 주변 나무들도 나뭇잎하나 까딱하지 않더군요.
10분 쯤 뒤에 저희일행은 그곳을 떠낫고
그때까지 그네는 계속 움직였습니다.
마치 누가 타고 있는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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