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용돈이 부족하던 차에 운동삼아 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내가 맡은 구역은 미에마에구의 신흥공업단지내의 고층 아파트인 토요 아파트. 토요 아파트는 주위 아파트들에 비해 고층이여서 해마다 자살자가 많다는 흉흉한 소문이 들어 처음 배달을 맡게 됐을때는 상당히 꺼려졌었지만 9월이 끝나갈 무렵에는 일에도 스피드가 붙어 점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초가을의 약간의 쌀쌀한 한기가 느껴지는 어느 날 새벽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토요 아파트에서 신문 배달을 하고 있었다. 24층 맨 꼭대기에서부터 한층 한층 밑으로 내려오면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건물 중간쯤 내려갔을때 19층의 신문에 전단지 끼워넣는것을 깜빡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9층까지 올라갔다. 전단지를 끼워넣고 16층까지 내려왔을때(평소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였지만 그 날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기 싫어 걸어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더니 17층에서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타는 사람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순간 등쪽을 흘르는 땀줄기와 함께 뇌리를 스쳐가는 불안함을 느끼며 16층에 서 있는데..덜커덩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16층에서 멈췄다..
엘리베이터 안쪽을 보기는 정말 싫었지만 어쩔수 없이 안을 보게 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검은머리의 여성과 그 손을 잡고 있는 뒷모습의 꼬마아이가 약간의 미동도 하지 않은채 뒤로 서있었다. 그들은 뒤를 절대 돌아보려 하지 않았다. 한 10초였을까.. 그 10초동안 내게 시간은 영원히 정지된 것 처럼 보였다. 얼마나 땀을 흘렸을까....
나는 혼비백산을 한채 계단을 뛰어내려갔고 그 날부로 신문 배달일을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