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신검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

비애리 작성일 07.10.05 12: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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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 혹은 간단히 사인검(四寅劍)이라고 불리우는 검이 왕실에서 제작되었습니다.
이 검은 마(魔)를 물리치기 위해 만들어진 주술형 검인 참사검(斬邪劍)중 하나로,
12간지중 호랑이를상징하는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제작된 것으로서
순양(純陽)의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음(陰)한 사귀(邪鬼)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어졌습니다.

 

사가(私家)에서도 일부 제작된 흔적이 있으나 사인검의 대부분은 왕실에서 제작하여 궁중에 보관하거나
혹은 종친(宗親)과 총신(寵臣)들에게 하사되었습니다.
미신을 배격하는 조선의 유학자들은 사인검 제작 풍습을 좌도(左道)라고 비난하고 중단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말기까지 사인검의 제작은 계속 이어지게 됩니다.


사인검은 대부분이 주조(鑄造)에 의하여 제작되었고 단조(鍛造)로 만들어진 경우에도 재질이 연철(軟鐵)이었기 때문에
실전적인 의미에서는 칼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벽사용(僻邪用)의 부적(符籍)에 가까운 물건입니다.
검날 길이도 거의 2미터에 가까을 정도로 길었기 때문에 사용하기는 힘든 검이 였을 겁니다..


사인검은 그 형태가 일본, 중국의 도검과 확연히 구별되며 검면과 손잡이등에 온갖 기이한 주문과 기호,
다양한 별자리가 칼 전체에 걸쳐서 금과 은으로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에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동양적 신비감이 느껴집니다.


현대에 와서 사인검 제작의 전통은 단절되었으나 사인검의 전통 공예적인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전통 신앙의 의미는 여전하며 이를 복원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현재 진
행되고 있죠.


마를 물리치는 목적으로 특정한 날에 제작되는 참사검(斬邪劍)에는
사인검(四寅劍)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삼인검(三寅劍), 사진검(四辰劍), 삼진검(三辰劍) 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 모두는 참사검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겠으나 현재 전해지는 유물 중에는 삼진검이나 사진검이 존재하지 않으며
그나마 사인검이라는 이름만 전해지고 있습니다 ..


사인검에는 다양한 상징과 주술적인 수단이 담겨있습니다.
우선 사인검 자체가 칼의 형태를 지닌 부적이고 또한 인(寅)이 들어간 시간에 제작하여 하늘의 양기를 칼에 담고자 했습니다.


검신과 검파에는 입사(入絲)와 상감(象嵌)으로 칠성문(七星紋),
28 성수문(星宿紋), 한문주문(漢文呪文), 부적(符籍), 범어진언(梵語眞言), 길상문(吉祥紋)등을
금은으로 새겨 검의 신비한 힘을 더하였습니다..


사인검 제작에 담긴 가장 또 하나의 중요한 상징은 바로 인(寅)이 들어간 날에 극양의 기운을 받아 만든다는 점입니다. .
조선의 사인검은 반드시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를 기다려 12년마다 한 번씩 만들어졌으며
이 때문에 사인검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물론 인년 인월에는 인일(寅日)이 몇차례 있지만 양기가 가장 왕성하다는
첫 번째 인일(寅日), 상인일(上寅日) 에만 사인검이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인(寅)과 진(辰)은 모두 음양 오행상 양(陽)에 해당되며
특히 인(寅)은 양(陽)중에서도 씨앗 속의 양기가 밖으로 막 빠져나오는
순간의 양(陽)이며 진(辰)은 밖으로 빠져나온 양기가 활발히 일어서기 시작하는 시기의 양(陽)입니다.


주역에 따르면 모든 기운은 가득차면 이내 기울기 때문에 인(寅)이나
진(辰)처럼 처음 생성되는 시기의 양(陽)이야 말로 가장 순수한 진양(眞陽)이며
양(陽)으로서의 기운도 강한 것입니다..


참사검이 음기(陰氣)로 이루어진 요귀를 물리치려면 순양(純陽)의 기운을 가져야 하며 따라서
양이 가장 강한 이 날에 참사검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일(寅日)에 양의 기운이 강해진다는 믿음은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서 《포박자(抱朴子)》
등섭편(登涉篇)에는 부적을 만들 때 양의 기운이 강한 인일(寅日)을 택하여
양(陽)의 기운을 상징하는 붉은 색 글씨로 쓴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중국와 우리나라에서는 인불제사(寅不祭祀)라 하여 인일(寅日)에 제사를 지내거나
귀신에게 빌지도 않았는데 이는 인일(寅日)에 양의 기운이 강하여 귀신이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인검에는 대부분 북두칠성이나 동양의 고대 별자리중에서 가장 중시되었던
28 성수(星宿)가 새겨져 있으며 이는 사인검의 핵심 상징중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북두칠성은 북극성의 바로 옆에 국자 모양으로 늘어서있는 일곱개의 별이고 28성수(星宿)는 적도대(赤道帶)를 28구역으로 나누어
각각을 하나의 별자리로 구성한 것입니다.


사인참사검은 만들어지는 때나 방법등이 비밀리에 진행됬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신비한 일화가 전해지긴 합니다..


조선조 선조(宣祖, 1552~1608) 때의 문신 신흠(申欽, 1566~1628)의 일입니다..
신흠은 선조의 신임을 받았고 그의 아들인 신익성(申翊聖)이 선조의 부마 였기 때문에 그는 당파싸움의 중심이 되고 있었지만
본인은 그것이 싫어서 지방에 집을 구해 몇년간 궁궐을 떠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부터 신흠의 집에 변괴가 생깁니다..
갑자기 집안의 물건이 정리가 되지 않고 흩어졌으며 가축들이 병이 나 죽기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집안 식구들중 밤세 악몽에 시달리고 무언가 귀신을 본 사람도 나타나기 시작했죠..


신흠 역시 밤세 악몽에 시달렸고 몸이 갈수록 안좋아 졌습니다..
특히 신흠의 둘째 손녀가 알수 없는 병에 걸려 밤새 헛것에 시달리는등
집안을 근심에 떨게 했습니다.

.

신흠의 집안 변괴가 알려지자 신흠의 아들이자 부마인 익성이 선조에게 부탁해서
사인참사검을 하나 받아 아버지에게 보냈습니다..


신흠은 기뻐하며 사인참사검을 잘 보관 했는데 그때부터 점차
변괴가 사라지고 손녀 역시 몸이 점차 나아갔습니다..


그로부터 몇달후 신흠은 마루에 앉아 사인참사검를 닦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아들이 찾아오자 그는 사인참사검을 마루에 세워두고 아들을 맞이하러 갔습니다..
(신익성이 선조의 부마인 관계로 신흠은 아들을 높여서 대했습니다..)

간만에 찾아온 아들을 맞이해 담소를 나눌 무렵 갑자기 뭔가  둔탁한 소리와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심흠과 신익성이 가보니 신흠의 하인이 얼이 빠진듯 주저 않자 있었고
천장을 떠 받치고 있는 기둥중 하나에 사인참사검이 박혀 있었습니다..


놀란 신흠이 어찌된 일이지 묻자 하인이 대답 하기를
집안을 치우고 있던중 마루에 사인참사검이 있자 신기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손을 댄 순간 세워져 있던 사인참사검이 그대로 쓰려졌는데
그 충격 때문인지 검집에서 검이 튀어나가 기둥에 박혔다는 겁니다..


신흠은 처음엔 그말을 안믿었으나 기둥에서 검을 뺀 순간
놀랄수 밖에 없었습니다..

검을 빼자 검이 박힌 곳에서 사람의 피같은 검붉은 수액이 솟아 나왔기 때문 이였습니다..


게다가 수액이 다빠진후 살펴보니 기둥안에서 사람의 머리카락이 나왔습니다..

신흠은 몰랐지만 그 집은 예전부터 흉가로 유명한 곳이 였습니다..

이 기둥이 베어진후 신흠은 이사를 가지 않고 살았지만 더 이상의 변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신흠은 사인참사검의 신성함을 기념하여 사인도가(四寅刀歌)라는
유명한 시를 지었습니다..


사인도가(四寅刀歌)

 

林有魈兮山有夔- 숲에는 이매(魑魅)가 있고 산에는 도깨비가 있고

 

 

陸有虎兮水有螭- 땅에는 호랑이가 있고 물에는 이무기가 있어

 

夜而行兮晝而伏-- 밤이면 돌아다니고 낮이면 숨어버리며

 

攬余裾兮嚙余足- 나의 옷깃을 끌어당기고 내 발을 깨무네.

 

橫中途兮不可制- 길에서 횡행하니 제어할 길이 없고

 

爲民害兮勢漸猘- 백성에게 해가되니 그 기세가 점점 더 거칠어진다.

 

我有刀兮名四寅- 나에게 칼이 있으니 그 이름을 사인(四寅)이라 하네.

 

讋地祇兮通天神- 지신(地神)을 두렵게 만들고 천신(天神)과 통한다.

 

白銀粧兮沈香飾 -백은(白銀)으로 단장하고 침향(沈香)으로 꾸몄으며

 

光潑潑兮霜花色- 빛이 번쩍이며 뿜어지니 마치 서릿꽃과 같다.

 

防余身兮奚所懼- 내 몸을 보호하니 어찌 두려워할 바가 있으리

 

邪自辟兮罔余迕- 삿된 것은 저절로 피하니 나를 얽어매지 못하리.

 

精爲龍兮氣爲虹- 정(精)은 용(龍)이 되고 기(氣)는 무지개가 되어

 

橫北斗兮亘紫宮- 북두성(北斗星)을 가로질러 자미원(紫微垣) 까지 퍼지네.

 

行與藏兮惟余同- 길을 다닐 때 몸에 감추어 함께하니 내 몸과 한가지로 생각하네.

 

歲將暮兮倚空同 -장차 늙어지면 함게 공동(空同)으로 돌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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