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프리즌킹왕짱 작성일 07.11.04 18: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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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열 여섯 살이에요. 중학교 3학년이죠.

집안? 평범해요. 외모? 평범해요. 친구?

글쎄. 그건 조금 평범하지 않네요.

그래요. 나는 당신들이 비웃고 멸시하는 '왕따'에요.


어김없이 아침 일곱시에 시계가 울려요.

어머니의 아침 먹으라는 소리가 내 방까지 들려오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화장실로 가죠.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요.


'다녀오겠습니다.'


"야, 어제 웃찾사 봤냐? 아놔 웃겨 죽는 줄 알았어."

"웃대 털람보가 더 웃기거든요."

"너는 * 좆찐따."

"나 삐져뜸."

"미안."

"내가 더 미안."...

지금은 여덟시 10분. 우리 반 아이들은 서너명씩 모여서 즐겁게 이야기하며 학교를 가요.

하지만 난 그렇지 못하죠. 침묵 속에서 걸어가야 해요.

아이들이 나에게 말이라도 붙여 볼까봐 이 시간을 골랐지만, 오늘도 아닌가 봐요.


여덟시 20분.

학교에 도착한 나는 아무 말 없이 책상에 앉아 책을 펼쳐요.

아이들끼리의 흔한 인사 한 마디도 없죠.

나는 왕따니까요.

아무도 몰라주는 그런 찌질한 놈이니까요.


아홉시 10분. 1교시가 시작될 시간.

선생님이 들어왔어요.

어제 밤새 내내 게임을 해서 그런지, 매우 피곤해요.

왜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게임을 하느냐고요?

게임을 하는 중에는, 남이지만 '누군가'와 어울릴 수 있거든요.

나도 모르게 엎드려서 잠이 들고 말았어요.


일어나 보니 벌써 3교시에요.

아무도 나를 깨우지 않았고, 선생님이 오셨다는 말을 하지도 않았어요.

이럴 때마다, 나는 죽고 싶을 만큼 외로움을 느껴요.


까다로운 수학 시간.

나는 또 잠이 들었고, 선생님께 걸려 교실 뒷쪽 사물함이 있는 데로 쫒겨 나가게 되었어요.

내 자리는 맨 앞자리.

사물함이 있는 데까지 지나가는 동안 수많은 아이들의 차가운 시선이 내게로 쏟아져요.

그러고 꼭 잘 나가는 누군가 한 마디를 던지죠.


'아 x발. 오늘 수학시간에 영화보긴 틀렸네. 저 왕따* 때문에...'


아이들은 모두 웃었어요. 몇몇은 나에게 욕지거리를 했죠. 수학 선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을 공평하게 사랑하고 감싸 주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그런 게 아닌가 봐요.

남들이 다 주는 봉투를 주지 않아서 그런 건가요?

아니에요. 학기 초에, 어머님이 직접 쓰신 편지가 담긴 하얗디 하얀 봉투를 저 선생님께 가져다 드렸어요.

저를 차갑게 비웃으시고, 가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된 줄 알았는데...


4교시가 되자마자 난 또 잠이 들었어요. 점심 시간에, 밥을 먹으려고 줄을 서는 누군가가 나를 밀치고

지나갔어요.

그 바람에 잠이 깨버렸죠. 나도 밥을 먹으려고 줄을 섰어요. 한 가운데에요. 그런데 아이들의 시선이

오늘은 뭔가 달라요.

차갑게 노려보는 시선. 결국 맨 뒤에 서서 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언제나 맨 뒤에 서다가 오늘 한번

일찍 나왔다고 이러는 걸까요?


밥을 받았지만, 내가 끼어들어서 먹을 만한 데는 하나도 없었어요. 결국 구석자리의 책상에 앉아 조용히

밥을 입 안에 밀어넣었죠. 먹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먹었어요.

밥을 다 먹고 나니, 점심 시간은 약 30분 정도가 남아 있었어요. 애들은 빵이나 음료수를 사먹으러 밖에

나가거나, 무리지어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야, 요즘 데페 하향되서 스핏이 킹왕짱이라는데..."

"런처가 짱이거든요. 쩔 지존! 혈킹 5분 클리어 몰라?"

"닥치고 스파가 짱이다. 11사이 이상이면 마운트 방당 몇천씩 뜨거든?"


요즘 유행하는 던전 앤 파이터 이야기인가봐요. 나도 그 게임을 하고 있어요.

60레벨 마이스터. 아이템은 전부 유물 도배에 최고급 유니크만을 끼고 있죠.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 게임을 미치도록 했어요.

아이템을 달라고 해도, 쩔을 해 달라고 해도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에도 끼어들 수 조차 없었어요. 나는 왕따니까요. 아무도 놀아주지 않으니까요.


5교시. 체육 시간이에요.

아이들은 편을 갈라 축구를 하고 있었죠.

나는 여기에서도 역시 끼지 못했어요. 못하는 애들은 수비라도 시키는 게 일반적인데,

나는 편을 가를 때조차 아무도 나를 선택하지 않았어요. 결국 나는 저 멀리 있는 스탠드에 앉아

아이들이 축구하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했죠.


체육 시간이 끝났어요. 아이들은 모두 땀에 젖은 체육복을 갈아입으러 저 4층 탈의실로 올라갔죠.

나도 따라 올라갔지만, 아이들의 살벌한 시선을 받고는 결국 화장실로 돌아가서 갈아입어야 했어요.

땀이 하나도 배어있지 않은 깨끗한 체육복을요.

무언가 하는 일도 없이 그저 스탠드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거든요.


6교시. 오늘의 마지막 시간.

나는 이번에도 엎드렸어요. 하지만 잠은 * 않았어요. 생각을 했지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어...'

'차라리 이럴 바에야, 그냥...!'

그래요. 자살을 생각하니, 웬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이 시점에서 남아 있는 행복이 발목을 잡지만, 내게는 발목을 잡을 행복조차 없었어요.

외로움과 절망만이 남아 있었죠. 그런데, 그들은 오히려 제 등을 떠밀었어요.

빨리 끝내라고. 어서 해 버리라고. 순간의 고통일 뿐이라고.


6교시가 끝나고, 종례를 하러 담임 선생님이 들어 왔어요.

자살을 할 생각을 하니, 종례하는 10분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어요.

그렇지만, 이제 10분 후면 나를 괴롭힐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웬지 모르게 용기가 났어요.


종례가 끝나고, 아이들은 모여서 집에 가거나 축구를 하러 남았어요.

나는 평소처럼 홀로 집에 가지 않고, 학교 옥상으로 올라갔어요.

그리고 난간을 넘었어요.

나를 지탱해 줄 것은 지붕 끄트머리의 발을 디딜 공간 뿐.


"저* 자살하려나 봐!"

"선생님 불러와!"

"으아아아아아악!....."


축구를 하던 아이들이 나의 모습을 보았나 봐요.

그래요, 그들은 내가 죽는 것을 바라고 있겠죠.

쓸모없는 왕따 자식이 한 명 죽어 없어지면, 급식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들은 관객이에요.

나는 배우고요.

나는 지금까지 받아본 적 없는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어요.

이게 내 마지막 연기가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웬지 웃음이 나와요.

아이들에게 받은 첫 관심이니까요.

그런 관심조차도 내게 소중하니까요.


나는 지붕 끄트머리에서 몸을 날렸어요.

세상이 뒤집히고,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어요.

이게 죽기 전의 마지막 광경이라 하는 것일까요?


4층.

아까 탈의실에서 수많은 눈총을 받았던 것이 떠올라요.

구석 자리에서나마 옷을 갈아입을 수 있었다면, 이런 마음만은 먹지 않았을 텐데.


3층.

나의 교실이 있는 곳이에요.

10분 전까지 웃음이 가득한 곳이었죠. 내 몫의 웃음은 없었지만요.


2층.

교무실이 있는 곳이에요.

내가 모욕을 당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었던 그 수학 교사와 눈이 마주쳤어요.

비명 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계속 떨어져 내렸지요.


1층.

이제 나의 끝을 장식할 마지막 피날레에요.


땅바닥에 몸이 닿기 바로 전.

인간은 죽기 전 찰나의 순간에, 지금까지 살아 왔던 모든 일들이 떠오른다고 해요.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처음으로 아이들 앞에서 발표를 했을 때, 처음으로 무시를 당했을 때...



"퍽."

둔탁한 소리가 들렸어요. 내 몸이 땅바닥과 부딪히며 나는 소리인가 봐요.

이제 나의 고통은 여기가 끝이겠죠.





나는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어요.

그들과 같이 등교하고, 이야기를 하고, 같이 밥도 먹고 싶었어요.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어요.

아이들은 이미 나를 버렸거든요.

평범하다는 이유로.

만만하다는 이유로.

이제, 내가 나를 버렸어요.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기에.

너무나 힘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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