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1)

무한한창의성 작성일 07.11.24 10: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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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한번 써볼려고 합니다. 이거 글재주가 없어서 우리 짱공님들이 보고 평가좀 해주셨으면 하네요...^^

버스 1편입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ㅡㅡ^

 

제목 : 버스(1)

 

작성자 : 慧流

 

1.

정류장이 한산하다. 아직 늦가을임에도 불구하고 스산한 초 겨울 바람에 바닥에 깔린 낙옆들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을시련스러운 정류장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주고 있다. 오른쪽에 매일 켜져있던 가로등은 수명이 다되었는지 깜빡깜빡 거리더니 이내 그 영롱한 빛을 감춰버린다. 바닥에서부터 밀려오는 겨울바람에 현준은 등골이 찌릿찌릿 해오는 한기를 느꼈다. 벌써 버스를 기다린지 족히 20분은 되는 것 같다. 아직 버스가 끊길 시간은 아닌데 유난히도 오늘은 평소와 다르게 버스가 오지 않는다. 속으로 짜증이 밀려왔다. 친구녀석들이랑 마신 술이 온몸에 서서히 퍼지면서 급격한 피로감이 몰려온다. 지금은 다만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버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주머니를 뒤져봤지만 그에게 남아 있는 돈은 단돈 2,000원 뿐.

 

오늘 술에 취해 좀 무리 해서 마음에도 없는 술값을 지불했더니 가벼워진 주머니가 여지없이 집에가는 발목을 잡는다. 10,000원이라도 남겨놨으면 택시라도 타고 갈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습관적으로 오른쪽 상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냈다. 마지막 담배였다.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물고 라이터의 부싯돌을 퉁긴다. 모든 것이 죽어 있는 이 정류장에서 유일한 생명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불꽃이 조그만 부싯돌 사이를 비집고 나온다. 담배의 끝에 생명의 불꽃을 갖다대고 담배를 문 입을 가볍게 호흡한다.

다시 담배를 한모금 진하게 빨아댄다. 페부 깊숙이 농밀한 담배연기가 스며든다. 그와 함께 타다닥 거리는 담뱃잎 타는 소리가 그의 귀를 스친다. 그랬다. 정류장은 담뱃잎 타는 소리가 들릴만큼 고요했던 것이다. 따뜻한 담배연기가 그의 호흡기를 통해 몸안을 한순배 돌자 몸이 따뜻해지고 마음이 고요해짐을 느꼈다. 이제야 약간의 여유를 느낀 현준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의 왼쪽편에 있는 초라한 주황색 플라스틱 의자에는 언제 왔는지 모르는 거지인지 노숙자인지 모를 40대 중반쯤 되 보이는 남자가 시커먼 잠바에 거북이처럼 목을 박고 앉아서 미동도 없이 현준과 늦가을 밤의 고요를 즐기고 있었다. 이 시간에 추운 이곳에 앉아 있는 노숙자가 약간은 이상해 보였지만 현준은 별 생각없이 금새 눈을 돌려버렸다. 현준에게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이 망할놈의 버스는 아직 올 생각을 안하고 있었으니까. 현준은 날씨가 추워 몸이 점점 웅크러 드는 것을 느꼈다. 속으로 욕지기가 나왔지만 아무말 없이 담배만 피웠다. 어짜피 욕을 해봤자 들을 사람 하나 없었기에. 다시 옆의 노숙자를 힐끗 쳐다봤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다만 초점없는 흐릿한 눈으로 대로 건너 반대편의 불꺼진 상점만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저 먼곳에서 집으로 가는 1000번 버스가 오고 있었다. 손에 들고 있던 담배의 남은 한모금을 깊이 태우고 남은 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겨버렸다. 입에서 입김인지 담배연기인지 모를 연기가 흘러나왔다. 버스가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정류장에 정차하고 있었다.

버스를 타려는 찰나 말 한마디 없던 노숙자의 입에서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버스 타지마”

 

현준은 버스를 타려다말고 힐끔 뒤의 노숙자를 돌아다 봤다. 그러나 노숙자는 예의 그 모습으로 미동조차 없이 앉아 있을 뿐이었다. 현준은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곤 다시 버스에 오른발을 내 딛고 힘을 실어 버스 앞문 계단을 올라섰다. 늦은 시간의 좌석버스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좌석에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다. 그 중 몇몇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으며 몇몇은 mp3에 귀를 맡기고 눈을 감고 있었다.그런데 현준은 버스의 내부를 바라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자고 있는 사람, mp3를 듣고 있는 대여섯명을 제외한 다른 모든 승객들은 표정없는 눈으로 앞쪽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흡사 아까의 그 노숙자의 눈처럼 말이다. 고개를 돌려 운전기사를 봤을 때 운전기사 역시 그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 현준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직감적으로 이 버스를 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준은 올라왔던 앞문 계단을 뒷걸음쳐 내려갔다. 그 순간 버스의 자동문은 매정하게 닫혀버렸고 버스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버스는 떠났다. 방금 전의 버스 속 풍경을 생각하면 왠지 소름이 끼쳤다. 버스 안은 왠지 죽음의 기운으로 차있는 듯 했다. 아마 자신이 그 버스를 탔으면 어디선가 들렸던 그 소리처럼 정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현준은 바로 옆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끼고 왼쪽을 돌아봤다. 옆에는 아까의 노숙자가 서 있었다. 현준은 소스라치게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뭐에요”

 

“넌 아까 그 버스 탔으면 오늘 생을 마감했어. 그 버스는 지옥으로 가는 버스야!”

 

현준은 어이가 없었다. 버스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약간의 소름이 돋기는 했지만 이건 도대체가 말이 안되는 말이다. 이렇게 복잡한 시대에 지옥행 버스라는게 말이라도 되는 소리인가!

현준은 다시 그를 봤다.  40대 중반의 주름 가득한 얼굴과는 다르게 시커먼 잠바속에서 빛나고 있는 눈빛만은 아까와는 달리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어찌보면 아까의 그 멍한 눈빛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생각이 될 정도였다.

 

“당신은 누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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