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차베쮸님 글을 읽고 군시절 후임놈이 했던 이야기랑
많이 흡사해서 깜짝놀랬네요 -_-;;
그 애기는 너무 비슷해서 재미가 없고..
그놈이 해줫던 다른애기 하나 써볼까 합니다.
편의상 반말체로 쓸게요.
1987년 11월 11일은 내 생일이다.
빼빼로데이라 선물 걱정은 없겠다는 친구들의 우슷개소리와는 달리
난 이날만 되면 언제나 소름이 돋아온다.
항상 생일 날 아침만 되면 난 하루를 공포와 함께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일년의 단 하루 내가 태어난 날 저녁, 언제나 가위에 눌린다.
등뒤에서 들리는 차가운 백색의 음성과 함께..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고 5년이 지난 어느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던 난 유치원을 다니지 못했다.
대신 할머님의 품에 안겨 옛 이야기를 듣거나 안마를 해드리며 소일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시장에서 일하시던 어머님께서
놀란 얼굴을 하고는 집으로 뛰어들어오셨다.
"진현아!! 진현아!!"
허겁지겁 나를 찾으시는 어머님의 다급한 음성에
난 막 드려던 잠을 제쳐두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먼가 이상했다.
나를 보고는 어머님께서 괜찮냐 괜찮으냐..
정말 괜찮으냐 라는 말을 수도없이 묻고 또 물으시는 것이다.
왜그러시냐는 물음에도 답하지 않은채 괜찮냐고만 묻는 어머니를 보고
뭔가를 느끼셨던 걸까, 할머님께서 내 등을 때리셨다.
이놈의 이놈의 라고 하시면서..
어렸던 난 아픔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고 그제야 할머니는 매질을 그만하셨다.
난 울다지쳐 잠이 들었고, 다음날이 되어서야 깨어났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할머님 방으로 향했다.
모든것은 예전과 같았다. 할머님이 아끼시던 백자도 난도
할아버지 사진도, 그런데 할머니가 없었다.
집 이곳저곳을 찾아봤지만 할머니는 없었다.
난 겁이 났다. 한참을 울다가 엄마를 찾아나섰다.
길도 모르는 나였기에 무서웠지만 내 가슴속에선
혼자있으면 안된다는 생각이본능적으로 들고 있었다.
다행히 같은 시장에서 일하는 김씨아저씨를 만나
시장에 도착했지만 자리에 어머니는 없었다.
그리고 빈 자리를 보는순간, 난 직감적으로 어제일이 생각났다.
내 등뒤를 보며 이놈.. 이놈이라고 하시던 할머님의 눈빛이 기억났다.
한번도 보이지 않으셨던 노하신 그 눈빛이..
한참을 서성이다 결국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엔 할머니와 어머니가 계셨다.
난 기쁨마음에 달려가 안기려 했지만 할머님께선 날 밀쳐내셨다.
그리곤 제대로 앉으라 꾸지람하시면서 빛바랜 책속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1984년.. 내가 태어나기 꼭 3년전 어머님은 내 형을 나으셨다고 한다.
하지만 형은 축복받은 아이가 아니였다.
당장 밥한끼 먹을 쌀도 없는 집안에 태어난 아이,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아이, 그게 형이였다.
배부르게 젖한번 먹지 못한 형이였지만
어머니와 할머니는 그런 형을 두고 일을 나가야만 했다.
울면서 엄마를 찾는 형을 보고도 뒤돌아서 돈한푼 쥐어보겠다고 나가셔야만 했다.
그때마다 형은 목이 터지도록 엄마를 찾았지만..
단 한번도 뒤돌아서 형을 안고 달래주지 못하셨다.
그리고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어느날, 일을 마치고 들어온 엄마와 할머니앞에 펼쳐진 광경은
추워서 터져버린 연탄난로와, 가스에 질식해 쓰러져 있는 형의 모습이였다.
병원갈 돈도없어 민간요법으로 살려보려 애를 썻지만 그렇게 형은 죽었다.
형편이 안돼 .. 호적에도 올리지 못한아이.. 그렇게 내 형은 하늘로 갔다.
그로부터 3년후.. 엄마는 이를 악물고 모은 돈으로 시장에 식당을 냈고,
그런대로 먹고 살만한 형편이 되자 아버지를 만나 나를 임신하셨다.
10달이 지나고 모두가 축복해주는 가운데 나는 세상으로 나왔다.
그런데.. 자신과 다른 내가 미웠던 걸까..
내가 태어난 다음날 부터 아빠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자꾸만 꿈속에서 엄마를 찾는 아이를 보았다는 것이다.
형을 임신했던 일을 숨긴채 아빠를 만났던 엄마는 .. 놀랐지만 서둘러 개꿈이라 덮었다.
하지만 아빠는 너무나도 자주 그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2살 되던해에 일하시던 건설현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셨다.
하지만 할머니는 다른말을 하셨다.
'그놈이 데려간거야.. 그놈이 데려간거야.. '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후 .. 아버지의 동료가 찾아와서 이상한 말을 했단다.
그날 저녁 아버지가 자꾸만 자기를 찾는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갔다고..
할머니는 무당을 불러다 살풀이를 하고 별짓을 다했지만, 마음이 풀리지 않으셨는지
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이고 다니셨다.
살풀이와 부적이 효과가 있었던걸까..
내가 5살이 될때까지 아무일이 없으셨다.
그런데 그날.. 어머니가 놀라서 나를 찾으셨던 그날..
살풀이를 해주었던 무당이 어머니를 찾아왔다고 한다.
자기 살의 힘이 다했다면서.. 내가 위험하다면서..
그리곤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말을 하고는 갔다고 한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당황했다.
어린탓도 있었지만, 무언가가.. 나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것이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피할곳은 없었다.
시간이 흘러 .. 성인이 된 지금에도 난 무섭다.
이제 세상엔 엄마도..할머니도 없다.
내가 믿고 의지했던 모든것은 다 사라져 갔다.
하지만 단 하나..
11월 11일.. 생일날 저녁.. 내 등뒤에서 들리는
차가운 백색의 음성만은..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