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겪은 미스테리한 일2 (본인의 실화)

디킨즈 작성일 08.03.11 20: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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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기다리는 분이 계시는걸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실망하실지 모르겠지만 얼른 잡설 끊고 바로 이어서 마무리짓겠습니다;

 

 

 


폭우속을 천천히 나아가면서 의식적으로 침착하자..고 되뇌이며 정석대로 개머리를 어깨에 견착하고 전방을

 

경계하며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접근했을까..느낌상으로 탄약고를

 

둘러싼 철조망이 대략 10여 미터 남겨두고 있었을때였습니다..등 뒤로 마치 누군가가 절 쳐다보고 있는듯한..

 

어떤 느낌인줄 아시죠? 긴장감 때문이었는지 느껴지더군요..'씨바..침착하자..'라고 생각하며 잽싸게 몸을 돌려

 

총구를 겨누고 외쳤죠.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

 

"화랑!"

 

"디..디킨즈 사..상병님 저 x일병입니다!"

 


이런 *..손전등을 키고 다가가보니 초소안에 있던 일병녀석이더군요;

 

혼자 빈 초소안에 있으려니 졸 무서웠나 봅니다; 제가 초소밖을 나간지 얼마되지 않아 절 쫓아 나온듯 하더군요.

 

 


"이런 ㅆㅂ..뭐하러 쫓아 나왔어 초소안에 얌전히 있으라니까..아무튼 내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와"

 

"..............."

 

 

 

녀석을 뒤에 달고 다시 조심스럽게 탄약고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계속 소리나는 곳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진짜 바닥에 주저않을뻔했었죠..

 

 


"컹컹!! 왈왈~으르렁 왈왈왈!!"

 


갑자기 이 비가 쏟아지는 야밤에 빗속을 뚫고 맹렬히 짖어대는 개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니겠습니까..

 

순간적으로 망연해진 정신사이로 여러 잡념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더군요..


'......뭐..뭐야 왜 갑자기 어디서 개짖는 소리가 들리는거야..아 맞다 사단장이 맡겨둔 강아지!..

 

근데..그 개, 벙어리가 아니었었나?..'

 


이성의 끈은 탄약고에서 약 30여 미터 떨어진곳에 만들어진 개집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띠바..놀래라..벙어리는 아니었구만..잡것 같으니라고.."

 

"그..그러게 말입니다..저도 저 개가 짖는 소리 처음 들어봅니다.."

 

 

 

긴장된 상황을 의식적으로 컨트롤 해보느라 저도 모르게 시덥잖은 말을 했습니다만..

 

그 상황에서도 오래전에 줒어 들은 기담이 하나 떠오르더군요..

 


'제기..사람 눈엔 안 보여도...개 눈깔엔 보인다던데..설마..아니겠지..? 근데 아니라면 도대체 저 개가 뭘 보고

 

저렇게 *척 짖어대는걸까..'

 

 

간신히 심정을 추스리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상황에 다시금 소리가 들려오는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노무 호기심이 도저히 이 소리의 정체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못 견딜것 같더군요..

 


결국은 10여분의 조심스러운 전진끝에 탄약고 주위를 삥 둘러싸고 있는 철조망 바로 앞까지 도착했습니다만..

 

더 이상은 어쩔 도리가 없더군요..분명 이 철조망 넘어..전방 10~15m 앞의 탄약고 앞마당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확실한것 같지만..이 야밤에 도대체 그 무엇이..어떤 방법으로 이런 소리를 내는지 상상조차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저 망연히 어둠속을 바라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하고 가능한 조합을 떠올리고 있었죠..

 

'혹시 우리 몰래 일직사관이라도 들어갔나? 그런데 탄약고 정문앞에서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초소안에 있는 우리들

 

몰래 들어갈수가 있을까?..그리고 들어갔다고 친들..이 시간에 무슨 일로..더군다나 자물쇠에 붙인 봉인을 뜯어내고

 

들어갈 일이 뭐가 있을까..혹시나 들어갔다고 치자..아까 지나쳐온 철문에 열려있었던가?..아니 들어갔다면 초소안에서

 

희희덕거리고 있던 우리한데 먼저와서 불호령이 떨어졌을텐데...'

 

 

별의 별 가설들을 세워봤지만..논리적으로 말되는 것이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게 탄약고 철조망 앞에 망연히 서서 등뒤에 오들오들 떨고 있는 일병을 하나 세워놓고 어두운 전방을 넋놓고

 

바라보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우르릉 쾅쾅!"

 

 

순간적으로 번개가 세상을 대낮같이 밝혀놓더군요..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속에 전 도대체 무엇이 이런 소리를 내고 있는지..제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어두운 빗속에..철조망 넘어 10여미터 앞에 있던것은..작년 가을 무렵 뒷산에서 캐와서 만들었던 싸리빗자루였습니다..

 

네댓개의 싸리빗자루가 찰나의 빛속에서 비내리는 진흙위에 꽂꽂히 서있더군요..

 


'..그래..이 소리는 바로..가끔 탄약고 정리 작업할때 들어가서 싸리나무로 빗질하던..그 소리였어...'

 


뒤늦은 깨달음속에 말그대로 머리끝이 주뼛 서며 목덜미가 뻣뻣해지더군요..

 

다시 어두움속에서 악소리도 못지르고 공황상태에 빠져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이제 그 빗질소리가 더 이상

 

안 들려오더군요..저는 몸을 돌려 일병녀석을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본것을 이 놈도 봤는지..못봤는지..너도 봤냐고 물어보고 싶어도 '봤다..', '못 봤는데..뭐가 있었습니까?'

 

..어느 쪽의 대답이 나오더라도 기분이 좋을것 같지가 않았기에..별일 아닌것처럼 넘기고 싶었습니다..

 


"더이상 소리가 안들려서 어디서 나는지도 모르겠다..그만 빨리 초소안으로 돌아가자."

 


일병을 앞세우고 다시 초소로 돌아와 남은 시간을 초조하게 불안속에 지세며 다음 근무자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별일 없이 얼마 후 다음 근무자가 올라오자 서둘러서 쫓기듯 인계하고 야산을 뛰어내려왔습니다..

 

개집을 지나쳐 올려니 꼭 뭔가와 마주칠것 같은 느낌에 뒷길로 뛰어내려와 막사까지 달음질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그때의 일을 떠올려보면..

 

도대체 내가 본것들이 헛것이 아닌 진짜였는지..그렇다면 그 빗질소리와 두달 위 고참이 들었던 발자국 소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는건지..


그리고 그 밤..그 빗속에서 그 개는 도대체 뭘 보고 그토록 짖었던건지..

 

참 미스테리하기만 합니다..

 

 

참고로 그 개는 그 날 이후로도 대낮엔 한번도 짖지 않아 그 개가 벙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도

 

몇 없었고요. 야밤엔 몇번 더 짖는 모습이 탄약고 근무자들에게 목격됐다고 합니다..그것도 섬뜩하리만큼 *듯이

 

짖었다더군요..

 

정말 개 눈엔 그것이 보이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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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대단한 이야기도 아닌데 기다려주시고 추천까지 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추천을 바라고 쓴 글은 아닌데..

 

고마운 마음에 부족하지만 그림판으로 부대 지형을 그려 첨부해봅니다. 그럼 좋은밤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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